“성숙한 시민역량 ‘충분’, 민관협치 성공은 ‘필연’”
“성숙한 시민역량 ‘충분’, 민관협치 성공은 ‘필연’”
  • 류병희 기자
  • 승인 2019.06.0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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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경언 인천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장
"성공모델로 거듭나 타 지자체ㆍ시민단체에 확산되길"
“예산 편성과정뿐만 아니라 집행과정에도 참여했으면”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주민참여예산제는 투명하고 공정한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민의를 직접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지방자치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초ㆍ중반 주민참여예산제 근간이 되는 개정 지방재정법을 시행하고 광주에서 처음 시작했다. 2011년에는 이를 의무화해 국내 243개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됐다.

인천은 1999년 시민사회단체와 시의 예산정책토론회로 시민의견을 예산 편성에 반영한 이래 2011년에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이듬해엔 조례를 전면 개정했고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주민참여예산제를 실시, 오늘에 이르렀다.

시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협의회를 두는 한편, 인천의 특색을 살린 제도 정착을 위해 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올해 2월 말에 문을 연 인천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 김경언 센터장을 인터뷰했다.

김경언 인천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 센터장
김경언 인천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 센터장.

인천, 국내 최초 ‘민간 위탁’ 사례

지원센터는 행정과 민간을 잇는 중간지원조직이다. 민간위탁 형태는 인천이 국내에서 처음이다. 참여예산에서 민관 협치를 강화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위원 교육과 계획형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에서 주민참여예산과 관련한 논의와 연구는 2007년을 전후해 본격화됐다. 시민단체들이 만든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시민 관심을 끌어올리고 박남춘 시장의 공약인 ‘주민참여예산 500억 원으로 단계적 확대’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며 지원센터 민간위탁 얘기가 나왔다.”

시의 2020년도 주민참여예산 목표액은 300억 원이다. 그 예산을 어디에 쓸 것인지 주민들이 올해 토론해 결정한다.

시의 주민참여예산 사업은 ‘참여형’과 ‘계획형’으로 나뉘는데, 주민을 대상으로 공모한다. 참여형은 일반 참여형과 지역 참여형으로, 계획형은 시 계획형과 동 계획형으로 각각 나뉜다. 지원센터는 계획형 사업을 운영하고 지원하는 한편, 상설 예산학교 운영으로 주민 역량 강화를 도모한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주민참여가 전제돼야한다. 행정은 일반적으로 융통성이 적고 경직돼있다. 주민참여를 더욱 확대하고 민관 협치를 원활하게 하는 데 민간위탁이 효과적인 방법이고 제도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지원센터에는 국내 지자체와 시민단체의 문의 전화가 종종 오고 있다. 김 센터장은 인천의 민간위탁 사례가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으면 그 파급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인천은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등의 활동으로 벌써 10년 이상 관련 연구와 활동을 이어왔다. 지원센터 개소로 이제 꽃 피울 때다. 주민자치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 주민참여예산제이며, 주민참여예산제는 예산 편성 권한을 일정 범위에서 주민에게 준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주민참여 극대화, 숙의와 공론과정 거쳐야

김 센터장은 일부 단체에서 지원센터를 오해하고 공격적으로 비난한 적도 있다고 했다.

“시가 마치 주머니에서 돈을 지원센터에 퍼주는 것처럼 말했는데, 그 얘기를 접하고 한참 웃었다. 가짜뉴스다. 일부 예산 편성 권한을 주민에게 준 것이지, 돈을 준 것은 아니지 않나? 권한을 주민에게 준 것이지, 센터가 그 권한을 가졌나? 민주주의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주권자인 주민이 자신과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예산 편성 권한을 행사하는 제도다. 그래서 분권과 자치의 핵심을 이룬다. 주민이 참여해 자신들이 겪고 있는 지역 문제를 논의해 의제로 발굴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또, 전문가와 함께 검토해서 숙의하고 토론한 뒤 표결에 붙이는 공론화 과정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예산안은 의회에서 심의된 뒤 집행된다.

“올해 동 계획형 사업을 추진할 동(행저동)을 8개 자치구별로 2~3개씩 선정했다. 주민 664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추진단에 여러 분과를 뒀는데 그게 총92개이고 1차로 올린 의제가 총521건이다. 가히 폭발적인 관심이다. 또, 시 계획형 추진단은 청년ㆍ청소년ㆍ여성ㆍ서해평화 등 4개 분야에 총250명이 구성됐다. 이들이 발굴한 의제가 98건이다. 그동안 시민들이 행정에 참여하고자 해도 그 뜻이 좌절된 경우가 많았다. 말은 누가 못 들어주나? 이러한 주민참여 과정이 점차 공고화되고 숙의와 공론화를 거치기에 이제 시민들이 눈을 뜬 것이다.”

참여형 공모 사업의 경우 주민 제안을 시작으로 주민참여예산위원 심의, 토론회를 거쳐 주민투표에 붙인다. 주민투표로 선정한 사업 예산안은 의회에 상정해 심의한다.

계획형은 동ㆍ분야별 추진단을 구성하고 의제 발굴을 거쳐 숙의와 조정을 한다. 이어 투표를 거쳐 시 총회에 상정해 보고하고 의회로 넘어가 심의한다. 동 계획형은 동별로 300인 이상, 시 계획형은 분야별로 500인 이상이 투표에 참여한다. 숙의 단계를 4단계, 민관 협치 단계를 3단계 거쳐야한다.

“주민참여예산제는 민의를 수렴해 예산안에 반영하기 때문에 때로는 번거롭고 힘든 과정을 거친다. 담당 부서 공무원들도 그 과정에 참여한다. 이렇게 결정한 예산안은 쉽게 변경될 수 없다.”

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는 지난 2월 시청 앞에 사무실을 개소했다.
인천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 김경언 센터장과 직원들.

"예산 편성뿐 아니라 집행 과정에도 참여를"

“주민참여예산제는 시가 재정 운영을 못해서 주민들이 나선 결과물이 아니다. 행정이 주민들의 일상생활 모든 영역을 세심하게 살펴볼 수는 없다. 그런데 주민들은 일상생활에서 작은 불편이 생겨도 ‘이런 것도 안 해주나’라며 불만을 터뜨릴 수 있다. 그래서 주민들이 직접 의제를 발굴하고 공론화해 예산안에 반영하는 것은 주민 관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주민들이 예산 편성 과정뿐 아니라 집행 과정도 들여도 볼 수 있게 하면 보다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 인천시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난해에 비해 큰 진보를 이뤘다. 예산 규모가 100억 원이 늘어난 300억 원이고 향후 500억 원까지 늘 예정이다. 또, 주민참여 범위도 공모 사업 제안에서 결산, 예산 편성방향과 신규 사업에 대한 의견 제시까지로 확대됐다. 일반 참여형에 머물던 공모 사업이 지역 참여형과 시ㆍ동 계획형 사업으로 다양화됐다.

“올해 9월에 진행할 시 총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단 주민참여예산위원이 지난해 100명에서 올해 200명으로 늘었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분과도 9개에서 13개로 늘었다. 계획형 추진단을 봐도 동과 시를 합하면 900명이 넘는다. 또, 얼마나 참여할지 아직 모르지만 주민투표에 동 계획형은 300명, 시 계획형은 500명 이상 참여해야한다. 전체 2000명 가까운 주민들이 시 예산 편성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아직 편성과정에 한정돼있지만, 내년 이후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면 시 예산 운영 전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고 제안을 넘어 권한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민관협치 모범사례로 민주주의 더욱 성숙해질 것”

올해 동ㆍ시 계획형 사업은 시범사업이다. 동 계획형 사업 예산 규모는 총20억 원으로 동별 특성에 맞는 생활밀착형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시 계획형은 총50억 원 규모로 계층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을 발굴한다. 제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 의제를 발굴하고 제안한 사업의 집행과 평가, 환류 등 전체 과정을 민관 협치로 추진한다.

김 센터장은 인천의 지역특색을 살리고 인천만의 주민참여예산제가 민관 협치 모델로 우뚝 서길 바란다고 했다. 성숙한 시민 역량이 인천을 바꿀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민관 협치를 시민의 힘으로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했다.

“인천시가 1등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할 자신 있다. 우리의 모델이 모범사례로서 다른 지역에도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게 되면, 지역을 넘어 전체 시민사회가 정부와 협업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된다. 이로써 민주주의는 더욱 성숙해질 것이다.”

인천시 한 해 살림 규모는 10조 원을 넘는다. 지난 5월 추가경정예산은 11조 원에 가깝다. 지난해 약 9조 원에서 2조 원가량 늘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참여민주주의가 내실 있게 성장하려면 세입ㆍ세출 등 시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이 이를 살펴볼 수 있어야한다. 쓸 것만 생각한 채 어떻게 충당되는지 부채는 뭐가 있는지 어떻게 쓰는지 모르면 반쪽이라 할 수 있지 않겠나. 시민들이 이유를 알았을 때 살림살이가 좋지 않다고 탓하겠나? 행정 공개의 핵심은 재정 공개다. 시민들이 이를 들여다보고 이해하면서 신뢰가 두터워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인천시민들은 이미 성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