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해안도로 철거구간 일부 가림막 설치
인천시, “철새 보호 위해 불가피한 조치”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시가 해안도로 철책 철거 구간 일부에 가림막을 설치해 바다를 시민 품으로 돌려준다는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으나, 가림막 설치는 철새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철책을 철거한 자리에 설치된 가림막과 난간.

시는 2020년까지 인천 전체 해안철책의 74.1%인 12개소 총49.81km 구간을 철거한다고 4월 8일 밝혔으며, 그중 첫 번째로 남동공단 해안도로 철책 철거공사를 시작했다. 이 구간은 송도 바이오산업교부터 고잔 톨게이트까지 2.4km 구간이며,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철책이 철거된 구간에는 대부분 보행용 난간을 설치, 바다를 구경하며 해안도로를 거닐 수 있게 했다. 반면, 남동구 고잔동 송도 해안도로 육교에서 고잔 톨게이트 방면 400m 구간은 가림막이 설치돼 바다를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해당 구역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고 철새 서식 지역으로 보호하기 위해 인천저어새네트워크,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등 환경단체들과 논의 후 가림막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해안가 옆에 보이는 송도갯벌은 2014년 7월 10일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철책이 철거된 자리에 가림막이 설치됐다.

남선정 인천저어새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철책이 새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철책을 철거하는 취지에 동의한다”고 한 뒤 “대신 중요한 일부 구역만 새를 보호할 수 있게 가림막을 치는 것으로 시와 협의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 구역은 만조 시 물이 제일 늦게 차는 곳이라 새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다. 그곳에서 사람 모습이 보이면 새들은 경계해서 날아가고 먼 거리를 날아가야하는데 에너지를 축적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남 사무국장은 또, “가림막을 설치한 만큼 우리도 철새 관찰이 힘들어진다”라며 “송도 갯벌은 해마다 철새 수만 마리가 모이던 곳이었는데, 매립 이후 수천 마리로 줄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보호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해안철책 철거 사업이 결정된 후에 알았다. 사업 내용을 미리 알았다면 논의했을 것다”라며 행정절차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시는 오는 11일 철새 보호와 관련해 관계부서, 시민단체, 전문가들과 함께 ‘남동 1유수지와 인근 지역 저어새 등 멸종위기 이동성 물새 보호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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