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그룹 적자로 영업 중단···“당장 매각 계획 없어”
건축계, “보존가치 높아”···인천시, “보존ㆍ활용 높은 관심”
시가 매입하거나 문화재 지정···파라다이스그룹 역할 주목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 최초의 관광호텔이자 인천을 대표하는 모더니즘 건축물로 평가받는 올림포스호텔이 개업 54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인천역 인근에 있는 올림포스호텔은 1965년 10월 준공됐다. 파라다이스그룹은 5월 31일을 끝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2015년 11월에도 적자를 이유로 영업 중단을 결정했다가 지역상권 침체를 걱정하는 여론과 역사적 보존을 바라는 여론에 밀려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파라다이스그룹은 계속되는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영업을 중단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호텔 직원 25명을 영종 파라다이스시티 등 그룹 계열사에서 일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했다.

올림포스호텔은 전락원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이 2000년에 인수한 뒤 ‘파라다이스호텔 인천’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2017년 초 원래 이름인 올림포스호텔을 되찾았다.

인천 올림포스호텔 전경.(사진출처ㆍ인천 올림포스호텔)

올림포스호텔 영업 중단으로 올림포스호텔 보존 방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파라다이스그룹은 당장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히진 않았으나 민간인이 매입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져, 보존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림포스호텔은 1965년 10월 객실 43개로 개관한 인천 최초의 관광호텔이다. 문 닫기 직전 객실은 173개다.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식수가 호텔 정문에 남아 있으며, 준공 당시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인천 제1호 엘리베이터다.

1967년에 국내 최초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유치해 운영했으며, 외국인 카지노는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로 이전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국가대표팀 숙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올림포스호텔은 구도심 상권의 앵커시설로도 역할을 했다. 하지만 구도심이 쇠락하고 송도와 영종도에 최신 호텔이 들어서면서 적자로 허덕였다.

올림포스호텔은 보존 가치가 높다. 우선 인천을 대표하는 모더니즘 건축물이다. 모더니즘 건축은 장식이 많이 들어간 고전주의를 탈피한 근대주의 건축양식으로 절제된 장식과 단순한 기하학이 특징이다.

모더니즘 양식은 1920년대 독일 바우어하우스(건축학교)에서 시작했고 인천에서는 중구청 건물이 이에 속한다. 올림포스호텔은 우리 기술로 시공한 건축물이라 의미가 더 깊다.

미국에서 건축을 배운 일본인에게 배운 건축기술을 벗어나, 유럽이나 미국에서 한국인이 배운 근대주의 건축기술이 인천지역 건축물에 반영된 사례에 해당한다. 이 시절에 인천에 지어진 건축물이 거의 없어, 건축계에서도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보존 가치는 있으나 보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영업을 중단한 후 안전진단을 거쳐 활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영업 재개뿐만 아니라, 전시관ㆍ미술관ㆍ컨벤션센터 등 여러 활용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올림포스호텔 영업 중단에 인천시가 분주해졌다. 시는 민선6기 때 올림포스호텔을 보존하기 위해 파라다이스그룹과 ‘대토’를 검토했다. 시가 올림포스호텔을 매입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땅을 제공하는 것이다. 시 재정 여건이 여의치 않아 매입이 아닌 대토를 검토했지만, 당시 검토한 토지는 영종도 미단시티라 법적으로 난항이 예상됐다.

시가 인천경제자유구역 토지를 내주고 올림포스호텔을 받을 경우, 이 취득이 경제자유구역 목적 사업에 부합하느냐가 쟁점이었는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른 방법은 인천도시공사 땅과 교환하는 것인데,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시는 여전히 올림포스호텔에 관심을 두고 있다. 우선 건축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으며, 향후 인천 내항 1ㆍ8부두 재개발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제2공항철도 개통에 따른 인천역 도시재생 사업의 앵커시설로 활용할 수 있어 보존 가치가 높다고 했다.

문제는 매입 방식이다. 시가 매입하려할 경우 가격이 쟁점이 될 텐데 파라다이스그룹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면 시 재정 여건상 불발될 수도 있다. 아니면 소유권을 파라다이스그룹이 갖고 있는 상태에서 시가 문화재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도 있다.

파라다이스그룹이 당장 매각 계획은 없고 활용방안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한 만큼, 시와 파라다이스그룹 간 논의로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다.

유렵의 경우 오래된 호텔을 역사문화자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파라다이스그룹이 올림포스호텔을 운영하면서 인천에서 돈을 벌었던 만큼, 인천에 기여할 방안을 찾아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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