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강도 높은 임금교섭 요구안 제시
노조, “언급할 가치도 없는 술책에 불과할 뿐”

사측의 임금단체교섭 요구의 배경은?

지난 3일 개막한 2009서울국제모터쇼에 앞서 2일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은 ‘2분기 GM대우 유동성 위기’와 ‘산업은행 지원 자금의 역외 유출 가능성 없음’을 역설하며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리말디 사장은 이보다 앞서 지난달 31일 GM대우 노동조합 측에 강도 높은 임금교섭 요구안을 제시했다. GM대우는 지난해 9월 임금단체교섭을 실시해 합의한 바 있는 데다 올해 3월 특별단체교섭까지 실시해 합의한 바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GM 최고경영자 릭 왜고너가 부실경영을 이유로 지난달 31일 사임하긴 했지만, 이는 사실상 오바마 정부에 의한 퇴출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리말디 사장이 이를 의식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본인도 살아남으면서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자금지원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내다보인다.

다른 한편에서는 GM대우의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된 만큼 이를 이용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키도 한다. GM대우는 이미 지난달 20일 전환배치를 통해 사내 비정규직을 해고나 다름없는 무급순환휴직으로 돌리는 조치를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이끌어냈다. 빠르면 이달 8일부터 20일 사이 단행될 예정이다.

때문에 비정규직을 구조조정한 뒤 정규직 구조조정에 착수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노조 측에 강도 높은 사측 요구안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GM대우는 단체교섭기간이 아님에도 불구, 유동성 위기를 근거로 노조에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해 지난 3월 특별단체교섭 합의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안 돼 다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GM대우 사측 관계자는 “회사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이 역시 비용절감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구조조정을 위한 것이 아닌 고용유지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국금속노조 GM대우차지부의 한 대의원은 “노조의 임시대의원대회(4월 2일)가 열리기 불과 이틀 전에 이를 노조에 통보한 것은 사전에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GM대우노조, “사측의 단체협상 요구는 명백한 불법”

GM대우는 지난달 31일 노동조합 측에 ▲서울 양평동과 동서울 정비사업소 2곳을 매각 추진 ▲기본급 10% 삭감 ▲학자금 지원 중단 ▲의료비 지원 중단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2009년 임금교섭 사측 요구안’(표 참고)을 통보했다

사측이 제시한 임금교섭 요구안에 따르면, 귀성여비ㆍ여름휴가비ㆍ미사용 연차 지급 등은 임금은 아니지만 노동자에게는 임금과 같은 성질의 것이다. GM대우의 귀성 여비는 설ㆍ추석 각 40만원, 여름휴가비는 통상금(기본급+각종수당)의 50%, 미사용 연차는 10년차일 경우 20개로 약 140만원 내외다.

산재 등 업무상 휴직자는 통상 임금의 70%를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지급받고, 나머지 30%는 GM대우의 경우 그동안 단체협상을 통해 지급해왔다.

복지성인 설, 추석 상품권은 각 15만원이고 학자금 지원의 경우 GM대우는 해당 학생의 입학금(등록금) 전액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의료비는 산재가 아닌 경우라도 10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을 지원한다.

사측이 요구한 사항을 10년차 노동자에게 적용해보면 매우 강도 높은 요구임을 알 수 있다. 연간 기본급 10% 삭감으로 170여만원 등 총 600여만원의 소득이 감소한다. 여기에 핵심인 학자금 지원이 중단되면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는 폭탄이 떨어지는 것과 다름없다.

이에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3월 31일 사측 요구안이 발표되자 이남묵 GM대우차지부 지부장은 다음날 성명을 통해 “GM은 대우자동차를 헐값으로 인수해 GM의 불모지였던 소형차 시장에서 GM글로벌 회사 중 20%를 담당하는 성장을 했다”고 한 뒤, “지난해 판매량 급감으로 인해 휴무일수가 늘어도 연말 성과금을 3월말로 연기했다.

또한 노조는 시민단체와 연대해 ‘GM대우차 살리기 판매 캠페인’ 등을 실시했다”며, 사측의 일방적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는 2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사측 요구안에 대한 항의 집회를 열었다. 김윤복 교육선전실장은 “단체협상은 2년마다 하게돼있어 엄밀히 얘기하면 2010년에 해야 한다. 회사 사정을 감안해 올 3월 특별단체교섭까지 했다”며 “그 협상안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임금협상을 가장해 단체협상을 다시 들고 나왔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며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못 박았다.

거꾸로 이날 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노조 측 임금협상요구안을 제시했다.

노조의 요구안은 기본급 8만 7709원(금속노조 기준) 인상을 비롯해 특별요구안으로 ▲GM본사로부터 GM대우를 핵심기업으로 존속 및 육성한다는 확약 ▲신차종 개발 시 국내공장 우선 생산 ▲노조 협의 후 국내 생산 중인 동일차종을 해외공장에서 생산 ▲정비사업소 부지매각 전면 철회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교섭진행을 위해 교섭대표를 선출하기도 했다.

“유동성 빗대 노사합의 흠집 내는 언론도 문제”

GM대우 노사 등을 통해 확인해 본 바에 의하면, 현재 GM대우에는 산업은행이 자금지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주 채권단인 만큼 현금 흐름정도를 상세히 파악해 현재 GM대우의 유동성이 어느 정도 인가를 정확히 진단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관련해 GM대우 측은 확답을 피했다.

GM대우 유동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노사갈등과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언론 보도 행태도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GM대우의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기만 할 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고 했으며, 노조 관계자는 “노노갈등을 부추겨 전체 노동자의 단결을 저해 하려는 음모”라고 밝혔다.

최근 일부 언론들은 GM이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음에도 불구, ‘돈 잔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1조원규모의 자금지원을 필요로 하는 GM대우가 2002년 창설이후 매년 6000여 명에 달하는 사무직 직원들에게 각종 보상금 명목으로 ‘격려금 잔치’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사무직 직원들에게 2007년 경영성과급 명목으로 기본급의 200%, 사업목표 달성 격려금 명목으로 1인당 23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이중 경영성과급 100%와 230만원은 지난해 12월 지급했고, 나머지는 지난달 31일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GM대우 관계자는 “지급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노사 간 합의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유동성 위기를 고려해 오히려 노조에서 양보한 것”이라며 “이를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는 것은 노사관계 신뢰구축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노조 또한 “성과급 지급은 지난해 9월 노사 간 임금단체협상에서 합의된 내용인데 이를 3월로 연기한 것”이라며 “교섭은 사무직노조가 아닌 GM대우노조가 맡아서 진행하는 것으로 교섭에서 타결한 사항은 조합원과 비조합원 모두에게 적용된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무직 노조를 건드리는 것은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관계자는 “노동자가 자기가 일한 대가를 임금으로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노동자에게만 고통분담을 강요하는 구조조정의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으로 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08년 4월 발표된 GM대우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2007년 기준 당기 매출액은 약 12조 5136억여원으로 이중 매출원가를 제외한 매출 총이익은 1조 5704억여원이다. 여기서 다시 급여 등의 판매비와 관리비를 뺀 영업이익은 4751억여원으로, 다시 영업외수익을 더한 뒤 영업외비용을 뺀 당기순이익(법인세 차감)은 약 5425억여원 가량 된다.

GM대우는 2002년 8월 출범 이후 매년 이맘때 당기 손익계산서ㆍ현금흐름표ㆍ자본변동표 등이 담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조만간 2008년 당기 재무제표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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