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川,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20)
남동구 ‘북틀꿈틀도서관’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 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는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2016년 8월 여름 물놀이 행사 후 기념촬영한 참가자들.

아이와 어른이 함께 놀이를 하며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아파트가 있다. 바로 남동구 구월 아시아드 선수촌아파트 1단지다. 이 단지 안에 있는 ‘북틀꿈틀 도서관(대표 남유미)’이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책을 담고 꿈을 담는 도서관

구월 선수촌아파트 1단지는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나서 2015년 6월부터 입주했다. 511가구가 있다.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 북틀꿈틀 도서관이 있다. ‘북틀꿈틀 도서관’은 작은도서관의 이름이기도 하고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는 모임의 이름이기도 하다. 북틀꿈틀은 ‘책(book)을 담고 꿈을 담는 틀’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입주 초기 커뮤니티센터 작은도서관 자리에 책장과 구입할 도서 목록이 있었지만 운영을 맡을 만한 주민이 없었다. 도서관 활동에 관심 있던 남유미 대표가 나섰다.

남 대표는 “이사 오기 전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한 공공도서관에서 품앗이모임을 하며 엄마들이 바라는 강좌를 여는 활동을 했다”며 “이사 와 보니 단지 안에 도서관이 있어서 엄마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재능기부도 하면서 아이들을 함께 키울 수 있겠다 싶어, 아파트 커뮤니티 카페에 글을 올려 함께할 사람을 모집했다”고 말했다.

2017년 8월 여름 운동회 놀이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과 부모.

도서관에 모인 엄마들, 2016년 마을공동체 활동 시작

엄마 여덟 명이 모였다. 구입한 책에 라벨을 붙이고 집기를 정리하며 도서관을 꾸몄다.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도서관을 운영하던 중 남동구 홈페이지에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 공모’ 공고를 봤다. 마을공동체의 뜻을 잘 몰랐고 엄마들이 모여 함께 활동하는 게 마을공동체라라고 생각해 신청했고 선정됐다. 2016년이었다.

작은도서관을 거점으로 주민이 주도하는 프로그램 운영, 주민 화합과 친목을 위한 행사 개최, 육아와 교육 등을 소통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계기 마련 등을 목적으로 사업계획을 짰다.

주민들 속에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강좌를 열었다. 인형 만들기, 캘리그라피, 피오피 글씨, 요리 등의 수업을 진행했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체육활동과 여름 물놀이, 영화제를 했고 아이들을 위한 영어놀이와 독서수업, 요리수업도 했다.

2016년에는 주민 화합이 마을공동체 활동의 중심이었다면, 2017년에는 공모에 또 선정된 뒤 아이들에게 집중했다. 재능을 가진 주민들이 강사를 맡았고 유아, 초등학생, 중ㆍ고등학생으로 나눈 연령대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유아들에겐 양질의 책을 소개하고 독후활동과 미술활동을 연계하는 책 놀이와 요리 프로그램, 초등생들에겐 책을 통한 그리기ㆍ만들기ㆍ신체놀이 등 책 놀이와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중ㆍ고생들을 대상으론 ‘인천여성영화제’ 팀과 함께 영상을 제작하고 상영하는 프로그램을 했다.

아파트 헬스장과 중앙광장에서 진행한 여름 물놀이 행사와 아파트 앞 작은 숲에서 진행한 가을 숲 체험 행사, 2016년부터 주민 재능 기부로 진행한 독서토론과 영어놀이 수업도 이어졌다. 8월 방학 중에는 혼자 밥을 먹는 아이와 어른을 위한 ‘한 끼 밥상’ 행사도 했다.

2018년에는 공모 사업을 중단하고 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충전하면서도 한 달에 한두 번 종이접기나 요리 수업, 독서프로그램, 벼룩시장은 계속 진행했다.

2019년 5월 보드게임 강사 양성과정을 듣는 활동가들.

아이와 어른이 함께 노는 보드게임

올해는 남녀노소 모두 함께 놀이를 즐기며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사업 계획이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 공모에서 선정됐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할 놀이는 보드게임이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에서 벗어날 수 있고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활동가 12명이 외부강사를 초청해 보드게임 운영자 양성과정 교육을 받고 있다. 보드게임 15가지 정도를 구입해 연습한 뒤 8월에 주민들이 참여하는 대회를 열 계획이다. 양성과정 교육을 수료한 활동가들은 강사나 진행요원으로 투입된다.

도서관이 책을 보거나 책 관련 수업만 들을 수 있는 공간에서 벗어나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보드게임을 즐기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양성과정을 마친 활동가들은 보드게임 관련 자격증을 따서 노인정을 찾아가 보드게임을 알려주고 함께 놀 계획도 가지고 있다.

활동 초기에 시작한 손뜨개 모임도 지속한다. 주민 12명이 함께하고 있는데, 가방이나 모자 등 작품을 만들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할 계획이다. 10월에는 아동권리 실현 활동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세이브칠드런’의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에도 참여하려 한다. 단지 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손뜨개를 가르치고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는 것도 목표로 두고 있다.

남 대표는 “처음에는 도서관이다 보니 아이와 어른들이 책을 가까이에서 많이 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컸다. 지금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주민이 이야기를 나누는 쉼터, 재미있는 일을 같이 공유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서 “많은 소모임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도 됐으면 좋겠다”며 “함께 어울리면 즐거움이 배가 되고 마을공동체도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언제나 열려있는 공간이니 많이 찾아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19년 5월 손뜨개 모임에 참가 중인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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