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잠수 현장에서 일하는 국내 유일 여성 잠수사
“성별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사회적 인식 깨고파”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사] 스킨스쿠버(skin scuba)는 스킨과 스쿠버 다이빙의 합성어다.

스킨다이빙은 해양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노클링(snorkling)을 말한다. 수중 마스크와 스노클, 오리발 등 비교적 간단한 장비를 착용하고 자기 숨을 참으면서 수중에서 유영한다.

우리나라에서 보통 ‘다이빙’이라고 하면 스쿠버다이빙을 일컫는다. ‘스쿠버’(scuba)는 압축공기탱크와 호흡기 등 수중자가호흡기(Self-Contained Under water Breathing Apparatus)의 줄임말이다. 수중에서 호흡할 수 있는 공기통과 중량벨트, 부력조절기 등을 착용하고 물속에서 비교적 오랜 시간 머무는 활동이 ‘다이빙’이다.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레크레이션 다이빙이 대부분이지만 해양 탐사·조사·정화 등을 업으로 삼는 산업잠수사가 있다.

인천에 산업잠수를 업으로 하는 유일무이한 여성이 있다. 국내 여성 잠수사는 4명이 자격을 가지고 있다. 현장에서 활동하고 인천에서도 유일한 자격을 갖고 있는 임현경(43) 잠수사를 옥련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수중 동굴 탐사 (사진제공 임현경)

 바다에 들어가면 마음 편하고, 세상 근심 사라져

“처음에는 취미로 다이빙을 했는데, 몇 년 즐기다보니까 재미가 덜 했다. 당시 하던 일에도 신물이 나고 뭔가 생활에 활력을 주고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산업잠수에 도전하게 됐다.”

임 씨는 인하대를 나왔다. 전공은 법학이다. 1999년 졸업하고 YMCA에서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시민중계실에서 소비자·생활법률 등을 상담하는 간사로 일을 했다.

“1997년 ‘IMF 사태’로 주택담보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피해를 많이 받았다. 은행에서 고정금리로 대출을 했는데, 사정이 변경됐다고 변동금리로 바꾸면서 단체 소송을 진행했다. 결국 승소를 했다.”

ⓒ임현경

 임 씨는 변호사와 법무사 개인 사무실에서 사무장으로 일한 경력도 있다. 법조 계통에 있으면 좋은 일보다는 안 좋은 일을 많이 겪는다고 한다. 문제와 갈등을 상담하는 입장에서 소송과 관련 업무를 처리하려면 스트레스가 많아 주말에는 주로 마음을 비우는 활동을 해야 했다.

“법조계통에서 10년 정도 일하다가 어느 날 바닷가에 놀러갔는데, 사람들이 다이빙을 하더라. 흥미를 느꼈다. 이 후 매주 바다를 찾아 다이빙을 하고 커뮤니티(www.letsdiving.com) 활동을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한 다이빙이 임 씨 생활이 어느덧 삶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2010년에는 법무사 사무장을 그만두고 레크레이션 다이빙을 주업으로 하기 시작했다.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생계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임 씨는 “마음이 가는 방향에 답이 있다”고 했다.

“바다에 들어가면 세상 걱정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집중도가 높아지고, 일종의 ‘무아지경’에 빠지게 된다. 바다는 고요하다. 내 숨소리만 들리고, 물고기와 평소 볼 수 없는 생물 등 바다 속 풍경은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은 환상의 세계다”

임 씨는 “바다의 매력은 그 속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커뮤니티 카페를 만들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국내는 물론 필리핀, 팔라우 등 동남아로 원정 다이빙을 다녔다.

잠수산업기사 취득...성차별 장벽에 도전

“‘펀’(fun) 다이빙을 하고 강사 자격도 취득해서 한 7년 정도 하다가 흥미가 좀 줄어들었다. 그래서 다이빙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산업잠수가 눈에 띄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강릉 폴리텍대학 산업잠수과에 진학을 결심했다. 쉽게 말하면 펀 다이빙이 동네 야구라면, 산업잠수는 메이저리그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도전하는 삶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

임 씨는 2014년 산업잠수과에 입학했다. 2년 동안 산업잠수 기술과 이론을 배웠다. 전교에 여성은 3명이었다. 잠수 분야는 전통적으로 남성이 하는 일이라는 편견을 깨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 인식에는 남자와 여자가 하는 일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누가 정한 기준인가. 모든 사람은 사회적인 편견에 의해 관례에 의해 할 수 있거나 없는 일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성별 또는 선천적 조건에 의해 원천 차단하거나 차별을 둬서는 안된다. 선택은 오로지 ‘나’ 자신이 하는 것이다.”

잠수를 배우면서 배움에는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잠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2인 이상의 집단 활동이기 때문에 서로 도움을 주면 나이, 신체조건 등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임현경
ⓒ임현경

 “잠수 헬멧은 10킬로가 넘는다. 난 혼자가 그 헬멧을 들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없다. 팀워크로 일을 하기 때문에 파트너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서로 ‘위험’ 상황에 대해서 조력하기 때문에 물속은 지상 작업보다 오히려 수월하다”

잠수 관련 국가자격증은 잠수기능사와 잠수산업기사가 있다. 임 씨는 잠수산업기사 자격이 있다. 기사 자격은 잠수기능사로 2년 이상 현장 경력이 있거나 관련 학과 2년제 이상을 수료해야 취득할 수 있다.

“육체적인 힘으로 따지면 남성이 여성보다 보통 우월하다. 여성 다이버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까지 경력과 자격 조건을 말하면 무시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힘 좋은 남자들도 취득하기 쉽지 않다. 힘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잠수산업기사 자격을 갖추면 해양·생물·환경 조사 등을 업으로 할 수 있다. 물론 건축·플랜트·선박 등 분야에서도 일을 할 수 있다. 임 씨는 해양조사 일을 2년 이상 했다.

“자격을 따면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까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바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욱 커졌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수중세계, 세월호 사태 당시 마음 아파

ⓒ임현경

 형형색색 빛나는 아름다운 바다. 물속에는 아름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험이 항상 뒤따른다. 그래서 잠수는 집단 활동으로 진행되고, 관련 규정과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분야다.

“물속에서는 층마다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30m와 20m는 각각 20분과 40분 정도다. 이건 우리 호흡과 관련이 있다. 지상에서 5ℓ를 마신다고 가정하면, 10m 내려가면 2기압이기 때문에 압축 공기를 10ℓ 마시게 된다.”

“문제는 질소도 2배를 마시게 되는 것이다. 우리 인체가 견딜 수 있는 한계치가 있다. 그 선을 넘으면 안된다. 또 올라올 때는 감압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는 물 속 100m까지 내려가 봤다.”

2014년 세월호 사태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희생자뿐만 아니라 당시 구조작업을 했던 잠수부들이 바다에서 겪었을 고통에 대해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잠수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물속에 들어갔다는 자체만으로도 헌신한 것이다. 수중 작업시간과 감압 등 잠수 규칙과 원칙을 다들 지키지 않았다. 그만큼 급박한 상황이었고, 본인의 목숨을 걸고 작업을 해야 했다. 작업을 했던 잠수사들이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또 하나의 희생인 것이다.”

잠수사 노조 없어 아쉬워, 해양조사업체 설립 다음 목표

“요즘에도 커뮤니티 카페를 중심으로 다이빙 교육을 하고 있다. 해양조사 등 산업잠수 일이 많지 않다보니까 교육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또 테크니컬 다이빙 분야도 있다. 수중 동굴이나 대심도에 들어가 탐험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바다를 보려면 수심이 깊지 않은 곳에 가야하지만, 깊은 곳이나 동굴에 들어가면 사실 아무것도 없다. 모험을 즐긴다.”

테크니컬 다이빙을 하는 강사들도 많이 생겼다고 한다. 그만큼 국내 다이빙 인구가 제법 늘었다. 30만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중에서 70% 정도는 관광지 등에서 흥미로 해봤던 수준이고, 10%정도는 1년에 4~5회 정도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 다이빙을 하는 곳은 대표적으로 동해와 제주도, 남해다. 임 씨는 제주도를 추천했다. 모든 해역이 다이빙하는데 적합한데 특히 서귀포 문섬에 필히 가보라고 했다.

ⓒ임현경

“해외에는 필리핀을 많이 하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세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바다다. 몰디브와 홍해, 인도양도 좋은 곳이고, 중미 카리브해도 괜찮다. 유럽은 수온이 차고 바다 속에는 볼 게 없다.”

임 씨는 교육활동을 병행하면서, 잠수사 노조도 구상하고 있다. 산업잠수 현장은 매뉴얼대로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관련 업체들이 재정적으로 열악하고 장비 등도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다보니까 이른바 인건비를 삭감해 지급한다.

“국가 공식 노임은 올려놓고 그보다 적게 주는 것이다. 표준 노임은 25만 원 정도다. 그리고 하루에 잠수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최대 6시간 정도에서 보통 2~3시간 일하면 30만 원 받는다. 회사에 고용된 잠수사가 있지만 거의 개인으로 일한다. 일은 많지 않아서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 노조를 결성할 필요가 있다.”

또 잠수사는 한국엔지니어링협회에 등록하게 되어 있다. 자격증은 산업인력공단이 발급한다. 그런데 잠수사 경력을 관리해 주는 기관은 없다. 현장은 열악하고, 물속에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바다에서 일하면 현장이 남성 중심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또 다른 애로사항도 있다. 임 씨는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하는데, 배에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일보다는 참는 게 제일 힘들다”며 웃었다.

임 씨는 인터뷰 말미에서 “다음 목표는 기술을 살려 해양조사를 전문화하는 것이다. 조사 업체를 설립해서 체계적으로 해양 조사와 탐사, 정화 작업 활동을 하고 싶다. 우리나라 해양 쓰레기 등 통계와 분석 자료가 미흡한 편”이라면서, “의욕이 있고 관심이 있으면 도전이 어려운가? 차별과 마음의 장벽을 깨야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