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앞 집회와 엘리베이터 저지 등 강력 항의
인천인권영화제 “원활하게 대화 못해 아쉬워”

[인천투데이 김강현 기자] 인천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다룬 영화에 참전 군인들이 상영 중지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중앙회(이하 월남전참전자회)는 지난 22일 영화공간 주안 앞에서 영화 ‘기억의 전쟁’ 상영을 저지하는 집회를 열고 영화가 월남전 참전 군인들을 양민 학살범으로 비하하는 허구의 영상물이라고 주장했다.

월남참전자회가 영화 '기억의 전쟁'이 상영되는 영화공간 주안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월남참전자회는 영화 상영 전 날인 21일 “상영을 강행한다면 물리적인 저지를 불사할 것이며 이로 인한 불상사는 인천인권영화제가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인천인권영화제에 전달했다. 하지만, 영화제 조직위는 “인천인권영화제는 표현의 자유와 인권적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활동에 대한 어떤 물리적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예정대로 영화를 상영했다.

이에 월남참전자회 소속 150여명은 영화 상영 전부터 극장 앞에서 “월남참전유공자를 폄하하지 마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진행했고 상영관 진입을 시도하거나 극장 안에서 소리를 지르고 엘리베이터를 막는 등 상영을 저지했다.

이들은 영화 상영이 끝난 후에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거세게 항의했다. 월남참전자회 회원은 민간인 사망에 대한 사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사과라는 것은 우리에게 맞지 않다. 우리도 그만큼 희생이 있었고 전쟁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었다. 누가 우리에게 사과를 요구하냐. 무례한 요구다”라고 주장했다.

영화제 조직위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일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엇이 부족하고 필요한지 알 수 있었다. 원활하게 대화를 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며 “앞으로도 함께 기억하고 목격하고 기록하며 진실을 이야기 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인권영화제는 ‘공존을 위한 영상, 자유를 향한 연대 저항의 스크린은 꺼지지 않는다’는 슬로건 아래 인권감수성 확산이라는 목표로 매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첫 정기상영회로 상영된 이길보라 감독의 '기억의 전쟁'은 베트남전 당시 1968년 한국군에 의해 발생한 베트남 중부 퐁니?퐁넛 마을 학살에 관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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