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손상 공포부터 바로잡기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뇌전증은 간질이라 불리던 병이다. 병명이 선입견을 준다고 해서 뇌전증이라고 바꿔 부른다. 이름을 바꾸었지만 뇌전증 환자를 정신질환자 취급하는 듯한 사회적 편견은 바뀌질 않는다. 특히, 환자나 보호자는 질병 자체에서 오는 공포감과 사회적 편견에서 오는 마음의 상처로 이중고통을 받고 있다.

일반인이 가지는 사회적 편견이나 환자들이 가지는 공포감 모두 잘못된 상식에서 비롯한다. 어찌 보면 잘못된 의료 환경이 환자의 공포감을 부채질해 문제를 악화하는 것 같다. 의사들은 환자가 항경련제를 성실하게 복용하게 하는 데 공포감을 이용한다. 가장 흔한 멘트는 “경련하다가 뇌손상이 될 수 있어요”라는 말이다.

이 말을 들은 환자나 보호자는 뇌전증으로 뇌가 손상되고 끝내 바보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 떨게 된다. 자신의 질환이 심한 결함이라도 되는 듯 남에게 노출되는 것을 꺼리고 사회활동을 기피해 ‘히키코모리’로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환자가 어린 경우는 보호자가 그 공포감에 떨며 우울ㆍ불안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말은 대부분의 뇌전증 환자에게 근거가 매우 부족한 거짓말이다. 경련으로 뇌손상이 되려면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경련이 20분 이상 지속되는 중첩증이 있어야 한다. 20분 미만 경련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심지어 성장기 어린이는 20분이 넘어가도 뇌손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많다.

대부분의 뇌전증은 보통 5분 이내, 길어야 10분 이내 경련을 일으킨다. 20분을 넘어가는 경우는 대부분 뇌염ㆍ뇌수막염 등 감염성 질환에 걸렸을 때다. 뇌전증으로 5분 이내의 경련을 하던 소아가 갑자기 20~30분간 경련한 사례는 거의 없다. 경련은 일종의 습관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하던 양식을 반복한다.

결국 ‘상세불명(원인이 분명하지 않은)의 뇌전증’이라는 가장 흔한 병명으로 진단돼 5~10분 이내 경련을 반복했다면 뇌손상 위험은 없다고 봐야한다. 이런 사실을 환자에게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이후로도 경련은 있겠지만 5분 이내일 것입니다. 뇌손상 위험은 없을 것이니 걱정 마시고요. 다만, 경련이 10분 이상 지속되면 응급실로 가셔야합니다.”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줘 공포감에서 벗어나게 해줘야한다. 아울러 응급한 상황과 그 대처법을 정확히 알려주면 된다.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벗어나게 해주려면 뇌전증이 그다지 위험성이 없는 질환이라는 것을 교육해야한다. 공포감을 부채질하면서 병명만 바꾼다고 편견에서 벗어나겠는가? 의사들이 스스로 편견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나는 오랫동안 한방치료만으로도 뇌전증의 상당 부분을 안정적으로 치료해왔다. 소아 뇌전증은 본질상 성장통처럼 지나가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런 소아 뇌전증에는 뇌 면역치료가 효과적이다. 물론 어떤 뇌전증인지 뇌파를 보고 가리는 전문성은 필수적이다. 편견 없이 소아의 뇌 성장을 도우면서 뇌전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뇌전증에 대한 공포감부터 제거해야한다.

※ 김문주 원장은 소아 뇌신경질환 치료의 선구자로서 국제학술지 E-CAM에 난치성 소아 신경질환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뇌성마비 한방치료 연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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