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미 인천여성회 회장

[인천투데이] “결혼했어요? 아이는요?” 몇 해 전까지 처음 만난 사람들한테서 인사차 들은 말이다. 지금은 결혼 여부와 자녀 유무 등을 조심스럽게 묻는 추세다.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는 게 당연한 수순은 아닌 사회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기혼자인걸 아는 경우에는 “아이는 몇 살이에요”라고 묻는다. 관계와 상황에 따라 내 대답은 달라진다. 아이가 없다고 할 때도 있고 그냥 학교 다닌다고 얼버무릴 때도 있다. 그런데 다음 질문이 연이어 오기 때문에 가장 많이 한 대답은 “결혼했다고 해서 다 자녀가 있는 것은 아니니 그런 질문은 불편하네요”다. 순간 분위기는 싸해진다. 무안해하는 사람도 있으며,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싫은 내색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익숙하게 한 말들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 사람도 있다. 결혼해 배우자가 있고 자녀는 없는 가족형태를 사람들은 ‘무자녀 부부가족’이라고 부른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한부모 가족의 날, 입양의 날, 세계 가정의 날, 부부의 날 등, 한 달 내내 가족을 기념한다. 이중 한부모 가족의 날(10일)은 2018년 법 개정으로 올해 처음으로 기념일이 됐다. 2008년부터 민간차원에서 한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인식을 개선하고자 한부모 가정의 날을 선포하고 기념해왔다.

한부모 가족의 구성원이기도 했던 나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니 아버지 뭐하시노?”처럼 사람들의 질문을 받았고, 주변 반응을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며 행동했다. 나에게 어머니는 소중한 존재였으나 5월 가정의 달은 찬란하지만은 않았다. 민법 제779조에 가족의 범위가 정해져있다.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와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다. 민법에 의하면 현재 나의 가족은 배우자와 언니뿐이다.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에서는 가족이란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한다. 가정에 대해서도 정의하고 있는데, ‘가족구성원이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하는 생활공동체로서 구성원의 일상적인 부양, 양육, 보호, 교육 등이 이뤄지는 생활단위’를 말한다. 포털사이트에서 가족을 검색하면, 부부와 자녀가 함께 찍은 사진이 가장 많이 나온다. 그것도 부부와 아들, 딸의 모습이다. 사람들은 이 가족 구성을 ‘정상가족’이라 부른다.

‘이상한 정상가족’의 저자 김희경 씨는 ‘가족 형태가 급변하는 현실과 달리, 사람들의 의식과 제도에는 여전히 가족주의와 그것의 강력한 작동방식인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깊게 스며 들어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인천의 세대구성별 인구통계를 보면, ‘부부+미혼’가족의 수보다 ‘부부’가족, ‘한부모’가족, 1인가구, 비친족 가구의 수가 더 많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30년이 되면 모든 시ㆍ도에서 1인가구가 가장 주된 가구 유형이 된다.

모든 사람에게 함께 살고 싶은 사람과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국가는 법과 제도로 국민의 존엄한 생활을 보호해야한다. 하지만 이를 위한 ‘생활동반자법’이나 ‘동반자등록법’은 제정되지 않았다.

혼자 살든 여럿이 살든 인간의 존엄과 평등이 온전하게 지켜지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이 없는 날이 오길, 어느 가족도 상처받지 않고 한 명 한 명이 존엄한 존재임을 잊지 않는 찬란한 5월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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