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찬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인천투데이] 자연생태계는 생물종 다양성이 증가할수록 건강하다고 한다. 다양한 생물이 공존과 갈등을 반복하면서 적절하게 자신의 종을 유지해나갈 때, 그 생태계는 안정성을 유지한다. 그런데 이 다양성이 오히려 해가 되는 곳이 있다. 바로 교육계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고등학교의 유형은 다양하다. 흔히 일반계고로 불리는 일반고가 있다. 일반고 외에 특목고가 있는데, 인천의 특목고에는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와 인천과학고, 진산과학고. 국제고, 미추홀외고, 인천외고가 있다. 그리고 일반고와 특목고 외에 인천에는 하늘고와 포스코고라는 자사고 두 개가 있다. 일반고 안에서도 그 유형이 조금씩 다르다. 그저 그런 일반고가 있는가 하면 교육부로부터 과학중점학교로 지정받은 일반고 12개가 있다.

문제는 이 학교들이 일렬로 쭉 서열화 돼있다는 데 있다. 이중 최고의 정점은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다. 대한민국 국민의 최고 선망의 대학인 서울대를 가장 많이 보낸다는 학교로,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은 부모들은 아이가 초등생일 때부터 고교 미적분 문제를 풀게 해야 한다.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아래에는 특목고와 자사고가 있다. 중학생일 때 학교에서 최상위 그룹에 들어가야 갈 수 있는 학교다.

여기 역시 서울대를 비롯해 수도권 대학에 많은 학생을 보낸다. 그리고 그 뒤에 일반고가 있는데, 일반고 중에서도 과학중점학교는 상위에 속한다. 즉, 특목고에 가지 않은 성적 우수 학생들이 과학중점학교에 모인다. 그러고 나면 남는 것은 그저 그런 일반고다.

그저 그런 일반고도 이러한 서열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 노력하는데, 그 방법이 학교 안에 다시 서열화반을 만드는 것이다. 과학융합반, 과학집중반처럼 특정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학급을 구성해 공부를 잘한다는 애들을 모아놓는다. 그저 그런 일반고에서 이러한 집중반에도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이 그저 그런 반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반에서 정상적인 수업은 불가능하다. 거의 대다수 아이가 수업시간에 잠잔다. 깨워도 소용없다. 그들에게 학교는 졸업을 위해 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모둠활동은 꿈도 꿀 수 없다. 모둠을 끌어갈 리더가 필요한데, 이런 반에는 리더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며 배울 기회조차 없다. 이런 반의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스마트폰이다. 이것만 있으면 잠을 자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수행평가를 했다. 그런데 수행평가를 하지 않고 자는 아이들이 있기에 깨우고 물어봤더니, “선생님, 저는 원래 이런 거 안 해요. 깨우지 마세요.” 했다.

올해 인천시교육청은 자사고 중 한 학교의 재지정을 평가한다. 그리고 교육부의 계획에 따라 과학중점학교가 조만간 시교육청으로 이양될 예정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학교 유형의 다양성이 오히려 학교를 망치는 것이라면 그 다양성을 줄이고 학교 학생 구성에서 다양성을 늘리는 쪽으로 고교 정책의 방향을 잡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자사고와 과학중점학교뿐만 아니라 특목고도 폐지하거나 축소해야한다. 일반고를 정상화하는 게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며, 학교를 조금 더 조화롭게 하고 배움이 존재하게 만드는 길이다. 시교육청이 이러한 길로 고교 정책을 결정하고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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