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川,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17)
계양구 효성동 책마을 만들기 운동본부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 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는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원도심 지역인 계양구 효성1ㆍ2동에 책과 마을신문으로 마을공동체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가 있다. 효성동 책마을 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다. 운동본부는 2015년 5월 9일 효성동 어린이(JC)공원에서 열린 ‘제1회 효성동 책마을 만들기 중고책 장터’에서 비롯했다.

주민소통 매개체로 ‘중고책 장터’
 

2015년 5월 효성동 어린이 공원에서 열린 ‘제1회 효성동 책마을 만들기 중고책 장터’.

2014년 6월 지방선거 효성동 지역에서 당선된 손민호 계양구의회 의원(현 인천시의원)이 중고책을 주민 소통의 매개체로 해서 마을공동체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효성동에 있는 초ㆍ중ㆍ고등학교 10곳의 독서어머니회와 함께 준비위원회를 꾸려 ‘중고책 장터’를 추진했다.

2015년 5월에 첫 중고책 장터를 열었는데, 효성ㆍ명현초교와 명현중학교가 주관했고 효성1ㆍ2동 주민자치센터가 후원했다. 주관 학교 외에도 효성동ㆍ효성서ㆍ효성남ㆍ성지초교와 북인천여자ㆍ효성중학교, 효성고교의 학생과 부모 300여 명이 참가하는 성황을 이뤘다.

중고책 장터뿐 아니라, 효성ㆍ명현초교가 주관한 책 버튼ㆍ동시(童詩)부채ㆍ열쇠고리ㆍ필통 만들기와 페이스 페인팅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마당도 열렸다. ‘5침 전통 제본’과 목판인쇄 체험 등 전통문화 체험과 학교 동아리 공연도 함께했다. 계양구 교육경비보조금을 지원 받은 이 중고책 장터는 같은 해 7월과 10월에도 열렸다. 학교 서너 개가 한 묶음이 돼 돌아가며 행사를 주관했다.

2016년, 책마을 만들기 본격화

중고책 장터에서 만난 주민들이 다음해 ‘책으로 만드는 마을공동체’를 목표로 한 운동본부를 만들었다. 운동본부는 이때부터 중고책 장터를 4월에서 8월까지 한 달에 한 번 효성어린공원에서 꾸준히 열었다.

중고책 장터는 회를 거듭할수록 책이 아닌 다른 물품까지 교류하는 벼룩시장으로 커졌으며 학생과 부모 뿐 아니라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더 이상 쓰지 않는 책을 싼 값에 판매해 이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과 상생하는 공동체 활동을 넘어 ‘판매’라는 경제활동으로 ‘체험경제교육’의 의미도 얻었다.

2017년 5월에는 지역 여성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인 ‘계양맘 도담도담’이 합류해 벼룩시장 형태로 진행했고, 그해 6월에는 효성2동 주민참여예산 총회와 사랑의 가구 나누기를 함께 진행했다. 이어서 7월에는 ‘썸머 페스티벌’이라는 부제를 달고 물총 놀이와 물 풍선 터트리기 등을 곁들였다.

중고책 장터를 여는 동안에 지역아동센터연합인 ‘새벼리연합’이 페이스페인팅과 댄스버스킹을 진행했고, 계양평화복지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가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책읽는 가게’와 마을신문 ‘샛별’
 

책읽는 가게에 붙은 표지.

운동본부는 중고책 장터를 운영하면서 ‘책읽는 가게’ 사업과 마을신문 ‘샛별’ 발행도 하고 있다.

‘책읽는 가게’는 효성동에 있는 가게들에 책장과 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가게 사장이 사업 취지에 공감해 회원으로 가입하면 운동본부가 선정한 책을 한두 달에 한 번씩 가져다준다. 손이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에 비치된 책들은 가게 직원이나 손님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가게 앞에는 ‘책읽는 가게’ 표지가 붙는다.

마을에 책 읽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가게 간 네트워크를 구성해 학생들에게 지역에서 이뤄지는 경제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게 이 사업의 목표다. 일례로 ‘책읽는 가게’에 동참한 빵집 사장한테서 빵을 어떻게 만드는지, 빵집을 운영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등을 배울 수 있다.

경제활동 체험장을 마련하는 데까지는 아직 나아가지 못했지만, 목표한 100호점을 채우면 체험장을 마련하는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때 37호점까지 모았는데, 지금은 25호점으로 줄었다.

운동본부는 2017년 4월에 효성동 마을신문인 ‘샛별’을 창간했다. 분기별로 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에 제7호를 발행했다. 분기별로 빠지지 않고 발행했다면 제9호가 됐을 텐데 여러 사정으로 두 번 발행하지 못했다.

주민들이 서로 잘 알지 못하다보니 교류가 적으며, 이사 온 지 오래되지 않아 마을을 잘 모르는 주민도 많기 때문에 주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마을 이야기를 공유해보자는 취지로 마을신문을 만들었다. 창간호와 제2호는 효성동의 유래를 중심으로 담았다. 이웃들의 작은 이야기도 실었지만,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도 담았다. 4월 16일 발행한 제7호에는 계양구에서 효성1동이 ‘주민자치회’ 시범 동으로 선정됐고, 효성1ㆍ2동이 인천시 주민참여예산 동 계획형 사업 공모에서 선정됐다는 소식과 함께 관련 제도를 알려주는 내용을 실었다.

청소년기자단 8명과 주민기자단 12명이 마을신문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편집은 효성1ㆍ2동 주민자치위원과 운동본부 간부 등 총6명으로 맡는다. 한 번에 6000부를 발행해 효성1ㆍ2동 주민센터와 노인문화센터, 가게 등 100곳 정도에서 배포하고 있다.

“책과 활동으로 교류하면 살기 좋은 마을 될 것”
 

지난 4월 발행한 효성동 마을신문 ‘샛별’ 7호.

운동본부는 ‘책마을 작은도서관’(현대1차아파트 상가 건물 소재)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학생과 부모들이 마음대로 책을 읽고 빌릴 수 있다. 영화 보기와 강좌 등으로 교육사업도 진행한다.

올해부터 중고책 장터와 마을신문은 효성1·2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도적으로 맡아 진행하기로 했다, 운동본부는 두 사업을 도우면서 ‘책읽는 가게’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공지애 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마을신문에 소개된 가게에서 ‘신문에 나가고 나서 주민들이 많이 찾아온다’라며 좋아했다. 이런 모습이 바로 바람직한 마을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라며 “책과 여러 활동으로 주민들이 소통하고 교류한다면 삶의 만족도가 높은 살기 좋은 마을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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