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민지 인천청년유니온 위원장

[인천투데이] 4월 23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콜텍 본사에서 콜텍 노사가 정리해고 노동자의 복직에 합의했다.

합의안은 △정리해고에 대한 유감 표명 △5월 2일부터 30일까지 조합원 세 명의 명예복직 △해고기간을 보상하는 합의금 지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리해고에 맞서 거리에서 투쟁한 지 4464일 만이고, 임재춘 조합원의 단식 42일 만에 이뤄진 합의다.

콜트는 일렉트로닉 기타를 만들던 곳이고, 콜텍은 어쿠스틱 기타를 만들던 곳이다. 세계기타 시장의 30%를 차지하며 연간 100억 원 이상의 흑자를 내던 회사는 노동조합이 만들어지자 노동자 100여 명을 해고했다. 2007년의 일이다. 박영호 사장은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세우고 한국 공장을 없앴다.

길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은 ‘위장 폐업’이라고 반발했고, 고등법원에서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미래에 도래할지 모르는 경영상의 위기’라는 사용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최근 콜텍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로 분류됐다는 법원행정처 문건을 공개했다. 이른바 사법농단의 피해자였다. 이와 관련해 방종훈 콜트악기지회장은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농성하고 있다.

그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인천 부평에 있던 콜트악기 공장에서 농성했다. 당시 나도 농성장을 방문했다.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였는데, 대체 법이 누구의 편인지 너무 억울하다고 이야기하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리고 올해 겨울 서울 등촌동 농성장에서 콜텍 노동자들을 만났다.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을 들어갈 때 회사가 일방적으로 문을 닫아 자식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상태가 가장 힘들었다” “오랜 시간을 거리에서 보내고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도 곧 정년이다”라는 그들의 말이 참 슬펐다.

‘창문 없는 공장’은 콜트ㆍ콜텍의 오랜 별명이다. 기타를 만들기 위해 분진이 많이 날리는 작업을 해야 함에도 ‘공장에 창문을 달면 노동자들이 밖을 보며 딴 짓을 할 것’이라는 사장의 판단으로 공장엔 창문이 없었고, 그렇게 얻게 된 별명이다. 쉬는 날도 없이 일하고, 먼지 때문에 병을 얻어도 보상받지 못하던 노동자들이 너무 힘들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러자 회사는 흑자 100억 원을 가져다주는 노동자들을 해고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13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좀 달라졌을까? 최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용 동향 2018’을 보면, 한국의 이직률은 31.8%로 가장 높고, 노동자 해고율도 최고다. 근속률은 하위에 머물러있다. 여전히 일터에서 고용안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헌법에 명시돼있고, 국제노동기구(ILO)에서 핵심 협약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노동권 보장이 중요한 이유다. 해고가 쉬운 나라에서 청년들은 행복할 수 없다.

4월 23일, 콜텍 노사의 합의안 조인식에서 임재춘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기타 만드는 법밖에 몰랐다. 13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젊은 사람들은 이런 세계에서 살지 않기를, 내가 마지막 단식이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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