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박지수 선생의 담벼락 글쓰기 ②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푹푹 찌는 더위가 왔다. 이럴 땐 공연히 옆 사람에게 짜증만 나기 마련이다. 아이들은 안 하던 자리싸움까지 하고 있다. 이럴 때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이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한 게다. 아이들을 맑은 숲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자.

 청진기로 나무 올라가는 소리 듣기

아이들과 아주 천천히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애들아, 너희는 나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니?”
“네 살아있어요.” “내가 그걸 제일 많이 느낄 때가 언제냐 하면 한 겨울 동안 메말라 있던 나뭇가지에서 봄에 잎이 돋을 때야. 나무들이 겨울 내내 잎을 피우려고 무진장 기다리고 있었구나, 참 지루했겠다, 하고 생각하게 돼.” “저는 요, 가을에 잎에 물들면 나무가 살아있는 걸 느껴요.”
“나무가 잎을 피우려면 뿌리에서부터 줄기로 물을 빨아올려야 해. 우리 그 소리 한번 확인해 볼까?”
아이들은 서로 먼저 듣겠다고 소리를 지른다.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부터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기 심장 소리를 먼저 들어보고 나무 소리를 들어보는 거야.” 일순간 조용해진다.
“선생님, 내 심장은 쿵쿵거리는데 나무는 쉬이익 소리를 내요.” “선생님, 나무한테서 쾅쾅 하고 번개 치는 소리가 나요. 나무가 살아있나 봐요.” “선생님, 나무가 우리한테 말을 하는 것 같아요"
“4월에서 6월 중에 물이 올라가는 소리를 가장 잘 들을 수 있어. 그리고 햇빛이 많은 11에서 1시 사이에 제일 잘 들리니까 그 때 맞춰 와.”

 나무 찾기 놀이

나무 찾기 놀이란 두 명씩 짝을 짓고 한 사람은 눈을 가리게 하고 다른 사람은 눈을 가리지 않고 뺑뺑 돌면서 자기가 맘에 드는 나무 곁에 눈 가린 사람을 데리고 가서 눈 가린 사람이 나무를 팔로 안아도 보고 손으로 만져도 본 뒤 제자리로 돌아와 눈을 떴을 때 자기가 만졌던 나무를 찾아가는 놀이다.
눈을 가린 아이는 더듬더듬 자기 짝을 따라간다. 나무 앞에 선 눈 가린 아이는 나무를 안아도 보고 손으로 쓰다듬어 본다. 냄새도 맡는다. 손을 뻗어 나무의 키도 가늠해 본다. 그렇게 해서 나무를 찾고는 서로 역할을 바꾸어 해본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거의 모든 아이들이 자기가 만진 나무를 찾아낸다는 거다. 눈을 감고 세상에 집중하면 우리는 더욱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숲에서도 마찬가지다. 눈을 가리고 주변의 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아보면 숲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나무 이름 짓기

숲에서 시간을 보낸 지 벌써 3시간이 넘었다. 이제 내려가야 할 때다. 내려가면서 어떤 놀이를 할 수 있을까?
“우리 내려가면서 나무나 바위한테 이름을 지어주자.” / “나무한테는 벌써 단풍나무, 소나무 같은 이름이 있잖아요.” / “너희들도 원래 이름이 있지만 별명도 있지? 그냥 자기가 느끼는 대로 이름을 지어주는 거야.”
“저 나무는 코뿔소 같아요. 저거 코뿔소 나무예요." / “정말 닮았네. 이제 쟤 이름은 코뿔소 나무야.” / “선생님, 우리 이거 사진 찍어요.” “선생님, 이거 우리가 이름 붙인 거니까 우리 나무죠?” “나중에 엄마아빠랑 같이 와서 코뿔소 나무 찾아볼래요.”
“저 나무는 길고 말려 있어요. 꼭 뱀 같아요. 이제 얘는 뱀 나무야.” “나도 이름 지을래. 저건 줄 같아요. 줄 나무 할래요.” “야! 그럼 일자로 된 나무는 다 줄 나무냐? 너무 쉽잖아.” “치! 그럼, 저거 용 바위 할래요.” “야! 저건 진짜로 용을 조각한 바위잖아.”
어느새 난 뒷전이고 아이들끼리 서로 이름을 붙이고 그게 맞는지 아닌지 검열까지 한다. 그렇게 나무와 바위에 하나하나 이름을 짓다보니 벌써 산을 다 내려왔다.

* 박지수(29세) 선생은 일신동에 있는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있는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늘 아이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합니다.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 · 528-7845

 

거마산에 가다 <이준모·일신초 3>

지난 주 월요일에 글쓰기 친구들하고 선생님하고 거마산에 갔다. 선생님 차를 타고 군부대에서 내려서 언덕길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선생님과 청진기를 나무에 대 보았다. 쉬이익 하고 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났다. 우리는 신이 나서 잘린 나무에도 청진기를 대보고 바위에도 대 보았다. 그런데 거기엔 소리가 안 났다. 조금 더 올라가다 뻐꾸기 둥지를 봤다. 뻐꾸기가 둥지에 앉아서 쑥국쑥국 울고 있었다. 선생님하고 나하고 사진을 찍으러 조용히 들어가는데 정윤선이 큰 소리로 “선생님, 애들 찾았어요” 하고 소리를 질러서 뻐꾸기가 날아갔다. 우리는 “너 때문에 뻐꾸기가 날아갔잖아” 하고 신경질을 냈다.
조금 더 올라가니까 까치가 끼익끼익끼익 하면서 날았다. 멋있었다. 한 마리가 나니까 여러 마리가 같이 날아다니며 끼익끼익 했다.
먼저 간 애들을 찾아서 번개 약수터에 갔다. 번개 약수터에서 민호와 나는 물이 나오는 곳에 가서 조그만 바가지로 물 여섯 모금을 마셨다. 시원해서 물통에 담고 운동기구 중에 자전거 같은 걸로 운동을 하고 줄넘기와 아주 큰 훌라우프도 했다. 너무 무거워서 잘 안 돼서 걸려고 하는데 애들이 내려가자고 했다.
우리는 내려가면서 우리 나무를 만들자고 했다. 그런데 어떤 나무가 있었는데 코뿔소처럼 생겼다. 그래서 우리는 코뿔소 나무라고 지었다. 더 내려가 보니 길쭉하고 돌돌 말려 있는 게 꼭 뱀 같이 생겨서 뱀 나무라고 지었다.
나도 이름을 짓고 싶어서 “이건 줄 바위, 이건 염소나무”라고 했는데 애들이 하나도 안 닮았다고 해서 내 나무 이름은 못 지었다. 나는 신경질이 나서 투덜거리면서 내려왔더니 부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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