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천투데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러 복지정책이 화두로 등장했다. 공공부문이 사회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지역 내 서비스 제공 기관을 관할하는 ‘사회서비스원’ 도입이 추진됐고, 지역에서 노인ㆍ아동ㆍ장애인을 체계적으로 돌보는 ‘커뮤니티 케어’를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들은 각 지자체가 주도해 지역 여건과 주민 욕구에 적합한 모델을 개발해 시행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예산을 지원해 시범사업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제주도까지 국내 지자체들은 예산을 확보해 주민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애쓰고 있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전문가를 초청해 학습하고 좋은 복지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특히, 경기도는 최근에 실시한 커뮤니티 케어 선도 사업 공모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됐다. 이를 위해 31개 시ㆍ군 담당자를 불러 교육시키고, 모델 개발을 위해 전문가 컨설팅을 받으면서 다양한 경로로 정부 동향을 파악했다.

그런데 유독 조용한 곳이 있다. 바로 인천시다. 사회서비스원과 커뮤니티 케어 도입에 인천시는 정부와 보조를 맞추지 않는 것 같다. 커뮤니티 케어 선도 사업 공모에 광역시ㆍ도 17개 중 인천시와 세종시만 신청하지 않았다. 경기도에선 무려 9개의 기초단체가 참여했으니, 인천시와 큰 차이가 난다. 인천시는 필수업무인 지역사회복지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

사실 인천은 다른 지역보다 더 적극적인 복지정책이 필요한 곳이다. 시민들의 높은 빈곤율과 자살률, 열악한 생활여건, 언론을 장식하는 끔찍한 학대와 살인사건 등은 취약한 복지와 연관된다. 인천시의 복지 지표는 인접한 서울시와 경기도의 수준은 고사하고 국내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복지에 소극적이었던 것 같아 안타깝다.

도대체 왜 인천은 변하지 않는 걸까. 경기도ㆍ서울시와 차이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인천시의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싶다. 변화와 혁신을 적극 추동할 수 있는 세력이 인천의 안팎에 사실상 없는 것은 아닐까? 사회보장위원회와 같은 기구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혹시 인천시는 위원회를 전문가들의 의견과 조언을 구하는 실질적 기구보다는 형식적 기구로 여기는 것은 아닐까. 지역의 전문가들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않는 것은 아닐까. 인천시의회와 수많은 민간단체와 시민사회는 과연 제대로 된 견제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답답한 마음에 질문이 계속된다.

이러한 현실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것은 정부 지원으로 근근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노인ㆍ아동ㆍ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인 시민들이다. 사실 한국의 복지는 제도적인 틀만 마련했을 뿐, 세부 내용들을 따져보면 부실한 부분이 부지기수다. 정부가 시행하는 복지정책만으로는 시민들의 온전한 삶을 담보할 수 없다. 이게 바로 지자체가 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정부 정책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지역 실정에 맞게 지원해야하는 이유다.

300만 명의 국내 3대 도시 인천시. 그 위상에 걸맞게 좀 더 적극적인 복지정책이 필요하다. 이웃 도시 경기도와 서울시에 부끄럽지 않은 도시가 되는 날을 꿈꿔본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