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심혜진 시민기자] 페이스북과 블로그에는 몇 년 전 오늘 날짜에 내가 올렸던 게시물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 버튼을 누르면 작년 4월 18일 고양이 미미와 아침 한때를 보내던 순간의 사진이 올라오고, 블로그에는 8년 전, 지금은 세상을 떠난 강아지 리치와 산책한 사진과 짧은 감상이 남아있다.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때론 아련한 추억이다.

며칠 전엔 2년 전 글을 읽고 마음이 뜨끔했다. 유튜브 ‘먹방’을 보고 충격을 받아 쓴 글이었는데, 먹방 내용은 신경외과 전문의 황성수 씨가 점심을 먹으며 자신의 식단을 소개하고 식사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는 2009년 MBC 다큐 ‘목숨 걸고 편식하다’에 출연해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그가 대학병원에서 고 혈압과 당뇨 환자에게 약을 끊게 하고, 대신 채식 식단을 처방하는 모습이 방송을 타자 많은 이들이 충격에 빠졌다. 고혈압 약은 일단 먹기 시작하면 평생 끊을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었으니 그럴만했다. 수치마저 이를 증명했다. 약을 먹어도 혈압이 정상으로 떨어지지 않던 이들이 채식 밥상 일주일 만에 정상 수치에 근접하는 결과를 보였다. 그 방송 이후 그는 책 여러 권을 펴냈고 지금은 대학병원을 나와 ‘먹고 사는 습관’을 바꿔 몸을 회복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있다.

ⓒ심혜진

20대 중반, 채식을 하며 가공식품을 일체 끊었던 적이 있다. 피부가 좋아지고 몸과 기분까지 가벼워지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면서 조금씩 원칙을 어기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예전 식생활로 되돌아와 있었다. 채식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고칠 수 없다고 알려진 당뇨병과 고혈압을 완치할 수 있다니, 건강한 삶을 위해 먹어야 할 것은 자명했다. 현미와 채소, 과일이었다. 그 방송을 본 직후 다시 또 20대의 어느 날처럼 가공식품으로 가득찬 냉장고를 비우고 채소 칸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 집에선 채식을, 직장에선 손수 싼 도시락을, 육식과 가공식품은 집 밖에서만 먹겠다는 느슨한 원칙을 세웠다. 느슨했기에 꽤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 가끔 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치킨을 먹었지만, 평소 밥상을 현미밥과 채소로 채운다는 것만큼은 어기지 않았다.

그러다 2년 전, 오직 글쓰기만으로 돈을 벌겠다는 결심을 한 뒤로 이 원칙이 와르르 무너졌다. 집에서 글을 쓰다 보니 자꾸 먹을 것이 생각났다. 과자를 한두 개 집어먹는다는 것이 그만 빠른 속도로 습관이 돼버렸다. 마감을 앞두고는 과자 서너 봉지를 책상 옆에 쌓아둬야 마음이 차분해질 정도였다. 석 달 만에 몸무게는 3킬로그램이나 늘었고, 바지도 지퍼를 올리기 어려웠다.

그 즈음 그의 먹방이 올라왔다. 그는 채식을 중심으로 한 건강과 의학 지식을 짧은 영상에 담아 그의 유튜브 계정(황성수의 힐링스쿨)에 올리고 있었는데, 마침 구독자 1만 명 달성을 자축하는 의미로 한창 인기인 먹방 형식을 빌려 그의 평소 밥상을 공개한 것이다. 식탁에 차려진 것은 불린 현미와 쌈케일, 시금치 몇 줄기, 돌김, 사과 세 조각, 말린 대추 네 알이 전부고 모두 날 것이다. 그는 그냥 채식이 아닌 생 현미 채식을 하고 있었다. 그저 맛이 있어서 생으로 먹을 뿐이라며 밥이든 쌀이든 현미면 된다고 했다.

한 줌이나 될까 싶은 음식들을 무려 1시간 20분 넘게 꼭꼭 씹으며 재료를 구하는 방법과 먹는 법, 채식과 건강, 맛 등 오로지 먹을 것과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영상이 내게 큰 자극이 됐나 보다. 2년 전 글 속에서 난, 꽤 굳은 각오를 한 것 같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았고, 그 글을 쓴 것조차 잊고 살았다.

다시 영상을 봤다. 뱃살이 문제가 아니다. 내가 먹는 음식 그 자체가 나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다. 그의 말들을 하나하나 마음에 새기려 애쓴다. 그가 강조하는 세 가지는 밥과 반찬은 반드시 따로 먹고, 첫술은 곡식부터 먹고, 음식은 완전히 죽이 될 때까지 씹는 것. 절대 흔들려선 안 될 원칙은 현미, 채식이다. 나는 예외 조항 하나를 추가했다. 치킨은 한 달에 한 번만이다!

※심혜진은 2년 전부터 글쓰기만으로 돈을 벌겠다는 결심을 하고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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