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평론 - 파란하늘 빨간지구

조천호 지음 | 동아시아 출판 | 2019.3.29

[인천투데이 이권우 도서평론가] 한달음에 책을 읽고 나서 귀인을 만났다는 소감이 제일 먼저 들었다. 무척 심각한 상황인데도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당장 불편하고 피해가 오면 그때야 비로소 목청을 높인다. 그러다 금세 관심이 시들어진다. 이 와중에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기후변화 문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러다가는 인류 전체가 멸종할 텐데 모르는 척한다. 답답한 노릇이다. 하지만 조천호의 ‘파란 하늘 빨간 지구’를 읽고 나면 달라질 터다. 이대로 살아서는 안 되며, 무언가 구체적인 실천을 해야 한다는 결심이 퍼뜩 든다. 막다른 골목에 이른 듯한 답답한 상황에서 나아갈 길을 열어 보여줬으니, 귀인인 것이 분명하다.

오늘 우리의 시대를 ‘홀로세’라 한단다. 1만2000년 전에 간빙기로 들어서면서 기후 변동성이 매우 작은 안정된 시기를 맞이했다. “인류가 자연과 조화로운 완전한 시대”에 돌입한 바, 이즈음 신석기 시대가 열렸다. 성급하게 이때부터 인류의 문명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다고 보면 안 된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진지라 이 상승이 일단락된 7000년 전부터 고대문명이 꽃을 피웠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한다. 인류 문명은 인간지성의 필연적 결과일까? 지은이는 아니라고 본다. “좋은 기후조건을 만난 덕에 일어난 우연한 사건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달리 물어보자. 홀로세를 지켜내지 못하면 문명은 어찌 될까? 여섯 번째 대멸종이 예고됐다.

우리가 겪는 기후 변화의 증상, 그러니까 폭염, 쓰나미, 가뭄, 해수면 상승 같은 현상은 이산화탄소량이 증가한 결과다. 지은이는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난 80만 년 사이 가장 높고 가장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구가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였던 적은 300∼500만 년 전이었다. 그 당시 기온은 지금보다 1∼2도 높았고, 해수면은 10∼20미터 더 높았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인류는 이러한 조건에서 생존해본 경험이 없다”는 사실이다. 2015년 12월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서 산업혁명 이전보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안정화하자고 결의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터다.

기후변화는 정의의 차원에서도 고민할 거리를 준다. 온실가스의 약 70퍼센트는 세계 인구의 20퍼센트 이하가 사는 선진국에서 배출한다. 그런데 가난한 나라에 사는 10억 명이 온실가스가 일으킨 기후변화의 피해를 본다. 해수면이 높아져 태평양과 인도양의 섬나라가 사라질 형편이다. 극한 날씨 탓에 농업에 종사하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사람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받고 있다. “기후변화의 비대칭적 피해 영향은 가난한 나라를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같은 나라에서도 기후 변화는 가난하거나, 건강이 좋지 않거나, 주거 환경이 열악한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주게 마련이다. 큰 장마는 지하방에 사는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미세먼지는 노약자에게 치명적이며, 폭염은 쪽방촌 사람을 힘들게 한다. 부자가 더 많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데 사회적 소수자가 더 심한 고통을 겪는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지은이는 공학 차원에서 기후변화를 막아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지구는 작은 차이 때문에 큰 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 비선형체계이고, 임계상태를 한번 넘으면 되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적 체계인지라, “지구공학을 통한 섣부른 인간의 기후조작이 더 큰 재앙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것.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원칙은 이미 세워졌단다.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 드는 비용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어떻게 분담할 거냐 하는 ‘형평성’ 원칙,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공동이지만 차별화된 책임’ 원칙, 각 나라 지급능력에 비례해 배분하는 ‘개별 국가의 역량’ 원칙이 그것이다.

이것이면 될까? 아니다. 나부터 지구온난화를 막는 삶을 살아야한다. 그것은 한마디로 불편한 삶을 살면된다. 2018년 IPCC는 산업혁명 이전 수준보다 1.5도 이내로 지구온난화를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이미 1도가 올랐다. 이제 홀연히 나타나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설득하는 귀인의 말에 귀 기울이자. 그것만이 다음 세대의 인류가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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