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14)
남동구 장수마을공동체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 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는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2018년 6월 진행한 장수마을 단오한마당에서 참가자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인천대공원ㆍ소래산ㆍ거마산ㆍ관모산 등 자연환경에 둘러싸여있는 남동구 장수동. 장수동에서 주민들이 모여 사는 곳은 인천 청소년수련관과 장수주공아파트, 주택단지가 있는 ‘장수마을’뿐이다.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살기 좋은 마을인 장수마을에는 대안교육기관이 세 개나 있다. 초등대안 열음학교, 발달장애 아동들을 위한 참빛문화예술학교, ‘발도르프 빛의 아이들 유치원’이다. 이 대안교육기관들의 구성원들은 학생들의 배움터이자 삶의 터전인 장수동에 관심을 가졌고, 마을이 학생들의 안전과 돌봄을 위한 울타리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러한 과정이 마을공동체 활동 계기가 됐다.

그 이후 장수마을신문모임과 같은 지역기관과 주민들 간 관계맺음으로 확장해 ‘장수마을 공동체(대표 전경아)’를 만들었고, 이 공동체로 마을 활동을 본격화했다.

담 없는 학교를 지향하며 마을 공부

2008년 문을 연 ‘열음학교’는 처음부터 담 없는 학교를 지향했다. 이 학교 학생들 중에는 장수마을에 사는 학생도 많아, 교사ㆍ학부모ㆍ학생들은 마을을 알아가는 공부를 계속했다. 보호수로 지정된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의 지킴이 활동을 하는 등, 마을과 관계를 계속 맺었다.

그러다 2013년 느티나무를 주제로 한 축제를 열었는데, 마을에 거주하는 예술가들이 공연자로 참여했다. 경로당 어르신이 느티나무와 관련한 역사를 이야기해주기도 하는 등, 축제는 재미와 즐거움을 줬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마을공동체 활동을 시작했고, 2014년 ‘남동구 행복한 마을 만들기’지원 사업에 신청하면서 마을공동체 활동을 본격화했다.

2018년 8월 진행한 ‘한 여름밤의 영화제’ 문화예술마당 공연 모습.

2014년, 마을신문 만들기와 벽화 그리기

2014년에는 장수동 마을신문 ‘장수동 사람들’을 만들고 마을벽화 그리기를 진행했다. 마을신문은 이웃과 소통을 위한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열음학교 학부모들의 생각에서 비롯했다. 마을기자를 뽑아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크고 작은 행사부터 주민들의 불편함 등, 다양한 소식을 담았다. 총12면으로 3000부를 발행했다.

마을벽화 그리기는 마을 환경 바꾸기 사업을 하던 한 통장의 요청으로 시작했다. 열음학교 학생들은 마을벽화 사례 강의를 듣고 마을 공터와 옹벽에 벽화를 그렸다.

이렇게 한 해 동안 활동한 사람들은 2015년부터 마을신문 만들기에 집중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마을기자학교도 열었다. 한편으로 장수동에 있는 세 대안교육기관은 ‘장수동 열린교육협의회’를 만들고 마을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열린교육협의회는 2016년부터 ‘장수마을공동체’ 사업에 자연스럽게 함께 했다. 열음학교가 학교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나의 유년기 마을에서 함께하는 마음여행’이라는 미술심리치료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열린교육협의회가 함께해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열린 강좌로 진행했다. 6월에는 장자어린이공원에서 ‘장수동 대안교육기관 단오 한마당도 열었다. 8월에는 마을신문 모임이 영화 상영회를 했다. 영화상영회에는 주민 100여 명이 참여했다.

2017년, ‘장수마을 공동체’로 하나로

2018년 마을계절학교에서 마을 어르신으로부터 게이트볼을 배우고 있는 어린이들.

2017년부터는 마을신문 모임과 주민 모임을 합쳐 ‘장수마을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협력사업을 진행했다.

나아가 지역 기관인 인천시청소년수련관, 인천대공원사업소 등과도 협력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마을에 있는 교회, 주공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도 교류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사업으로는 마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장수동 마을학교’를 진행했다. 마을 어르신들한테서 마을역사를 듣고 서예와 게이트볼을 배우는 등, 마을에서 노인과 아이들이 만나는 자리였다. 마을 곳곳을 돌며 ‘장수마을 안전지도 그리기’도 진행했다. 마을신문 ‘장수동 사람들’도 2회 발행했다.

2018년에는 사업을 더 확장했고 참가하는 기관도 늘었다. 6월 단오 한마당, 8월 한 여름 밤의 마을영화제, 마을 어린이 계절학교를 진행했는데 대안교육기관들 말고도 꼬마장수 어린이집, 장수동 선후회, 인천시청소년수련관, 장수주공아파트, 장수동 건강게이트볼 동호회, 예뜰공방, 문화갤러리 블루체어, 인천새희망교회, 장수천 네트워크 등이 참여했다.

올해도 다양한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마을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대상으로 한다. ▲4월 ‘차이와 차별(장애인식 개선) 민주시민교육’ ▲5월 장수마을 영화제 ▲6월 단오 한마당 ▲9월 장애아동 부모와 비장애아동 부모, 마을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는 장수마을캠프 ▲11월 장수마을 그림 그리기 전시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경아 대표는 “차이와 차별에 대한 민주시민교육으로 주민들이 장애 인식과 다양성 존중을 하게 하고, 마을공동체 회원들의 마을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주민들과 마을의 미래상을 구체화하는 것이 올해 사업의 목적”이라며 “장수마을이 지속가능한 마을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자립마을이 되길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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