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특별한 체험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전통시장ㆍ배다리 등 원도심 둘러보기에 최적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달빛거리를 가면 머리 위에서 빛나는 자비로운 달을 볼 수 있다. 하늘 아래 첫 마을, 인천 동구 송현동. 구석구석 옛 정취가 묻어나는 이곳은 인천의 보물 같은 동네다.

송현동 언덕을 낮에 오르면 가옥들 사이로 이어진 골목길과 원도심, 동구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다. 맑은 날 밤에는 창연한 달빛 아래서 송현근린공원을 조용히 산책할 수 있다.

송현근린공원은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라는 명대사는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그 대사를 ‘달빛거리’에서 구상한 건 아닐까.

송현동 언덕에서 바라본 야경.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과 송현근린공원

달빛거리에는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이 있다. 수도국산은 개항기 인천의 역사와 함께한다. 인천은 우물이 적고 수질이 좋지 않아 개항 후 증가하는 인구를 감당할 수 있는 물 확보가 필요했다. 그래서 1906년에 수도국을 설치하고 인천과 노량진을 잇는 상수도 건설 공사를 했다. 이곳 수도국산은 수돗물을 담아두는 배수지였다.

수도국산은 원래 만수산 또는 송림산이라고 불렸다. 주변 땅은 매립되기 전에 바다였다. 소나무가 많아 송현(松峴), 송림(松林)이란 지명을 얻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에게 상권을 박탈당하는 등 핍박을 받은 사람들이 점차 동구 송현동과 송림동으로 찾아들었다. 달동네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했다.

한국전쟁 때는 피란민들이 밀려들었고, 1960~70년대에는 산업화가 가속하면서 전라ㆍ충청도 등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찾아들면서 산동네에 큰 마을이 형성됐다.

집들이 우후죽순 자리하고 집과 집 사이에 골목길이 생겼다. 골목길은 이웃들과 소통하는 공간이었다, 더운 여름에는 문을 열고 골목에 나와 함께 먹을 것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은 ‘고무대야’에 물을 채우고 물놀이를 했고, 숨바꼭질ㆍ고무줄놀이ㆍ구슬치기ㆍ사방치기 등을 하면서 놀았다.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에는 지금부터 40~50년 전의 정겨운 삶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놨다. 당시 도시민의 일상 공간이었던 달동네가 이제는 관람하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부모와 함께 찾는 아이들은 그저 신기할 뿐이다.

박물관은 1층과 지하 1층으로 구분돼있다. 1층은 옛 사진관, 양장점, 뮤직박스가 있는 다방, 김장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재현해 놨다. 지하로 내려가면 당시 골목길과 구멍가게, 연탄가게, 솜틀집, 이발소, 아궁이가 있는 가옥과 공동화장실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구멍가게를 재현한 기념품 판매소에서는 못난이 인형과 장난감, 문구류, 딱지, 학용품 등 추억의 물건들을 살 수 있다.

1층 전시실에서 밖으로 나가면 ‘달동네 놀이체험관’이 있다. 체험관에서는 ‘뻥튀기’ 기계를 시연해볼 수 있고, 산동네로 연탄을 나르던 지게도 어깨에 져볼 수 있다. 또, 예약으로 달고나 사탕을 만들어 먹을 수 있고, 고무신을 신고 모래놀이도 할 수 있다. 수레, 이른바 ‘리어카’에 설치한 목마도 탈 수 있다.

박물관 관리 담당자는 “주말에는 400명 정도가 관람하러 온다. 연간 수만 명이 관람과 체험을 위해 찾고 있다. 또, 개인 또는 단체를 대상으로 정기적 체험ㆍ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 시민들의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송현근린공원
송현근린공원

박물관 주변은 송현근린공원이다. 이곳은 최근 봄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하늘생태정원에는 꽃식물 23종을 심어 유럽식 정원으로 꾸몄다.

공원길을 걷거나 가볍게 뛰며 산책할 수 있다. 숲길도 조성돼있다. 인라인스케이트장과 조깅트랙 등이 조성돼있어 운동하기에 좋고, 외발 자전거 교육도 받을 수 있다.

또, 어린이놀이터도 마련돼있다. 생태놀이터에서는 흙을 가지고 놀 수 있다. 여름에는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또랑’도 운영한다. 수도꼭지 광장과 인공 연못도 있다.

밤이 되면 조용히 산책하거나 데이트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공원 곳곳에 형형색색의 조명시설이 설치돼있고 포토존도 있다.

중앙시장

동인천역과 배다리 일대에서 당일치기 여행

동구는 유ㆍ무형의 관광자원이 많다. 동인천역 주변은 주말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동인천역 북광장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중앙시장과 송현시장이 있다. 송현시장은 최근까지 주말이면 야시장을 개장해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했다. 현재는 준비 중에 있다. 중앙시장은 예전에 ‘양키시장’이라고도 불렸다. 군용품은 물론 갖가지 생활용품을 판매했다. 한때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금은 가방과 옷, 한복을 파는 가게들이 남아 있다. 순대골목도 있다. 아직 옛 골목이 유지되고 있어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찾으면 좋을 듯하다.

중앙시장길을 지나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추억극장 ‘미림’이 있다. 흔히 볼 수 없는 고전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는 홈페이지(http://www.milimcine.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벨서점.(사진 한국관광공사)

미림극장을 지나면 배다리 헌책방거리가 나온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는 유행어를 남긴 영화 ‘극한직업’과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하다. 오래된 아벨서점에서 헌책 냄새를 맡으며 책을 읽거나 저렴하게 책을 구입할 수 있다.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전시된 사진도 감상할 수 있다. 인천문화양조장을 들어가면 독특한 구조의 옛 건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막걸리집과 아기자기한 카페들도 있다. 최근에는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도 생겼다.

동인천역 일대 화평동에는 ‘세숫대야’ 냉면이 유명하다. 보통 냉면 그릇 크기의 두 배 이상인 그릇에 많은 양의 냉면을 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화평동 냉면거리에는 냉면가게 10여 개가 모여 있다. 공복인 상태에서 비빔냉면을 시켜 반쯤 먹다가 육수를 부어 물냉면으로 먹는 맛도 즐길 수 있다.

동구청 쪽으로 가면 ‘물텀벙이’거리가 있는데, 아귀 탕 또는 찜을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현대시장 쪽으로 가면 ‘닭알탕’ 골목도 있다.

화평동 냉면거리.(사진 인천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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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5 | 지도 크게 보기 ©  NAVER Co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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