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의 체면이 땅에 떨어졌다. 경제자유구역 개발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조례를 개정하려다 ‘송도의 저항’에 부딪혀 개정안을 수정ㆍ처리하는 것으로 물러서고 말았다.

경과를 복기하면, 강원모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제자유구역사업 설치 조례’ 개정안이 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조성원가 미만으로 토지를 매각하는 경우 시의회의 동의를 받게 하고, 법에 규정을 둔 협약과 ‘상호 노력’만을 담은 양해각서, 조성원가 이상으로 판매하는 토지매매 계약은 예외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천경제청과 송도 주민커뮤니티 카페를 중심으로 이 개정안이 경제자유구역 투자 유치를 저해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송도주민들은 시의원들에게 집단 항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송도가 지역구인 시의회 산업경제위원장을 대상으로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고 압박했다. 파문이 커지자, 시의회는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시와도 의견을 조율해 결국 수정안을 만들었다.

당초 개정안은 ‘시의 의무 부담이나 권리의 포기에 관한 협약에 관해서는 의안의 형식을 갖춰 의회의 동의를 구하고, 긴급한 추진이 필요할 시에는 협약서 등에 의회의 의결을 받은 때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조건을 붙여 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해야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의무를 부담하거나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 주요 내용과 잠재적 채무의 발생 여부 등을 포함해 의회에 보고하고, 조성원가 미만으로 토지를 매각하는 경우 해당 사업을 의회에 보고하고, 긴급한 추진이 필요하거나 비밀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사후에 보고할 수 있다’로 수정했다. 이 수정안은 거의 만장일치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초 개정안 발의의 취지는 헐값 매각이나 시에 불리한 협약ㆍ계약 체결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 마련이었다. 박남춘 시장도 ‘개정안 발의가 경제자유구역 사업 문제, 시민들의 기대와 바람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질타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송도의 압박’에 뒤로 물러섰다. 이를 두고 박 시장은 ‘대승적 결단’이라고 했다. ‘동의’와 ‘보고’는 그 의미가 매우 다르다. 시의회가 감시와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해보겠다고 나섰다가 물러섰는데, ‘대승적 결단’이라는 게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시의회가 체면을 구긴 일은 또 있다. 시 집행부가 규정을 따르지 않고 사용처도 분명하지 않은 ‘의문의 용역’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에 편성했는데 아무런 지적 없이 승인했다. 심지어 언론이 문제점을 보도한 후에 열린 본회의에서도 원안대로 가결했다. 시의회가 시 집행부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앞으로 어떻게 벗어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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