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골프장과 지방세 체납 역사 인천과 악연
행정소송은 롯데 권리지만 인천시민 여론 싸늘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롯데가 인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소송을 또 시작했다. 롯데는 조세심판원 기각 결정에 불복해 계양구와 미추홀구를 비롯한 국내 기초단체 40개를 상대로 지방세 부과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롯데가 계양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지방세(취득세, 시세ㆍ구세) 불복 소송이다. 이는 롯데 계열사인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등이 지난 2015년 KT렌탈(현 롯데렌탈)을 약 2조 원에 인수한 데서 비롯했다.

롯데렌탈의 과세 대상은 대부분 자동차인데, 이중 약 74%가 인천에 등록돼있고, 계양구의 과세 비중이 가장 높아 계양구가 주된 소송 상대다.

롯데호텔 등 롯데 계열사가 KT렌탈 주식의 50%를 인수하고 증권업체가 투자한 특수목적법인(SPC) 등이 나머지 50%를 인수했는데, 지방세는 ‘친고’ 납부라 롯데가 자산 취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했다. 하지만 롯데는 지방세법상 주식의 50%를 초과해 소유한 주주가 지방세를 내게 돼있는데, 자신들은 50%만 소유하고 있다며 지방세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계양구는 과세 대상으로 판단했다. 계양구는 롯데렌탈의 주요 주주인 부산롯데호텔이 금융감독원에 전자 공시한 2015년 말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세무조사를 진행해 롯데가 50%를 초과한 과점주주라며 취득세 319억 원을 추징했다.

롯데는 50%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계양구와 조세심판원의 판단은 달랐다. 2015년 말 부산롯데호텔 감사보고서를 보면 특수관계인의 지분 구조가 나온다.

부산롯데호텔은 “롯데렌탈의 보유 지분은 20% 미만(10.8%)이지만, 기타 주주(=증권사 투자 SPC)와 체결한 총수익수왑(TRS) 계약에 의해 20%를 초과하는 의결권을 보유함에 따라 유의적 영향력을 보유하는 것으로 판단해 관계 기업으로 분류했다”라고 명시했다.

즉, 이 감사보고서대로 하면 롯데렌탈의 롯데 지분은 50%를 넘어선다. 계양구는 이를 토대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지난해 10월 롯데에 취득세 319억 원을 부과했고, 그 뒤 미추홀구도 2억 원을 과세하는 등, 국내 기초단체 66개가 총439억 원을 추징했다.

롯데는 이 과세가 부당하다며 지난해 11월 국세청 조세심판원에 부과 처분 취소를 구하는 심판을 청구했다.

조세심판원은 지난해 12월 롯데의 청구를 기각했다. 모든 사건을 계양구 사건에 병합한 조세심판원은 “계양구가 롯데 계열사들을 롯데렌탈의 실질적 과점주주로 보아 취득세를 부과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롯데는 이에 불복했다. 계양구에 따르면, (주)호텔롯데ㆍ롯데손해보험(주) 등 롯데 계열사 5개는 계양구 등 기초단체들을 상대로 취득세 부과 처분 취소 본안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계양구가 부과한 지방세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법원은 본안 소송 역시 계양구 사건으로 병합해 다룰 가능성이 높다. 계양구는 롯데 계열사들의 소장을 모두 접수하는 대로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행정소송 롯데 권리지만 여론은 싸늘해

롯데의 조세 불복 소송으로 롯데와 인천은 또 한 번의 악연을 이어가게 됐다. 롯데와 인천의 관계를 대표하는 사건은 계양산 골프장 건설 문제다. 롯데의 계양산 골프장 건설 추진은 10여 년간 인천시민들과 갈등했고, 롯데는 인천시를 상대로 대법원 소송까지 했다가 패소했다.

롯데의 조세 불복 행정소송은 납세자의 권리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인천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동안 롯데가 인천을 대하는 태도를 봤을 때, 법적 권리라고 해도 정서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롯데는 이전에도 지방세 납부에 성실하지 않았다. 대형마트들을 개설하고도 보존등기를 하지 않는 수법으로 지방세를 내지 않다가 시민사회단체가 비판하자 등 떠밀리듯 납부했다. 롯데마트 부평점 3억3600여만 원, 영종도점 2억4500여만 원, 항동점 3억6400여만 원, 롯데백화점 10억 원 등이 해당했다.

인천지역 사회공헌 역시 미미하다.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이 1월 4일 개장해 성업 중이지만, 사회공헌에는 여전히 인색하다.

앞서 인천터미널 백화점을 운영한 신세계는 인천시와 협약으로 인천인재육성재단ㆍ인천문화재단ㆍ교통안전공단 인천지사 등에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약 44억 원 상당을 기부했다.

신세계는 특히 인천터미널 건물과 토지가 롯데에 매각된 뒤에도 2017년 한 해에만 3억5000만 원을 기부하는 등, 기부협약을 충실히 이행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이 같은 협약을 준비하기는커녕 기부에 냉랭한 반응을 보인다.

심지어 롯데는 인천을 부산과 차별하고 있다. 롯데가 2010년부터 올해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부산에 기부한 금액은 약 9억5600만 원이다. 같은 기간 인천에 기부한 금액은 2억8300만 원에 그쳤다. 그나마 2억 원은 2017년 남동구 소래포구 화재 피해 복구를 지원한 것이다.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롯데는 계양산골프장부터 시작해 인천과 악연만 쌓고 있다. 소송이 납세자의 권리라지만 그동안 행적을 보면 롯데가 인천과 인천시민을 무시하는 정도가 지나치다”라며 “조세심판원이 기각한 만큼 행정법원이 현명하게 판단해야한다. 아울러 행정안전부도 국내 지자체 60여 개가 관련된 만큼 적극 변론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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