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수처 수사대상서 국회의원 제외는 절대 안 돼
[시론] 공수처 수사대상서 국회의원 제외는 절대 안 돼
  • 인천투데이
  • 승인 2019.03.2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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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KT 특혜 채용 의혹’이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뿐만 아니라 같은 당 홍문종 의원과 황교안 대표로까지 번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KT 특혜 채용 의혹은 2012년 공개채용에 응시한 김 의원 딸이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 없었는데 최종 합격 처리된 사실이 알려지며 시작됐다. 김 의원은 특혜는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해왔지만, 최근 압수수색으로 입수한 7명의 공개채용 서류에는 응시자 이름 옆에 국회의원과 공무원인 부모의 이름이 손 글씨로 쓰여 있었다.

그런데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선거제 개혁, 북미 관계 등 경중을 따질 수 없는 수많은 이슈가 주요 포털의 메인화면을 차지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KT 특혜 채용 의혹은 크게 이슈화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힘겹게 등용문을 통과해 갓 입사한 사회 초년생들을 주변 지인으로 두고 있는 나로서는 무엇보다 무거운 이슈다.

2017년에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들이 취업 준비에 소요하는 시간은 평균 ‘13개월’이다. 이 ‘13개월’은 취업준비생들이 오롯이 취업만을 준비한 시간일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은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 다니기 전에, 취업 준비를 더 잘하기 위한 준비기간을 가진다. 자기소개서를 채우고 면접 때 할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대외활동과 현장인턴 중에 내가 부족한 면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기간을 모두 합치면 2~3년은 걸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 긴 준비기간이 정말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채용 시기마다 100장에 가까운 자기소개서를 써내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지만, 그 중 서류 합격 통지가 몇장 날아오면 다행이다. 그 합격 통지서를 들고 면접장에 간다 해도, 자신이 지금까지 노력해온 결과물을 자랑스럽게 꺼내놓는 순간은 되지 못한다. 면접은 늘 다른 면접자들과 자신을 수없이 비교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재확인하고 나태함을 꾸짖는 시간이다. 그 고통의 시간들을 감내해야 취업의 등용문을 통과할 수 있다.

고통스럽지만 열심히 준비하면 붙을 거라는 희망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KT 채용비리 의혹은 깊은 좌절감을 안긴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빨리 그 사건을 잊는 것이다. 그런 것들에 좌절해있을 시간 따위는 주어지지 않는다. 이번 KT 채용비리 의혹에 앞서 강원랜드부터 은행권 채용비리까지, 채용의 불공정성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 불공정성의 중심에는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들이 있었다.

국민이 부여하고,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할 권력을 자신들을 위해 불법으로 사용했음에도 항상 그들은 꼬리 자르기 등으로 법망을 피해왔다. 채용비리를 포함해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은 국회에 계류 중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수사 대상에 국회의원이 빠져서는 안 된다. 대다수 권력형 비리의 중심에는 국회의원이 존재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의원 수사 대상 제외’ 발언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헛되게 쓰지 않게 하고, 더 이상 취업준비들을 좌절시키지 않는 길은 ‘공수처 법안’의 온전한 통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