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희 극작가

고동희 극작가

[인천투데이] 인천의 문화예술계는 물론이고 지역사회에서 인천문화재단과 관련한 논의가 뜨겁다. 전 대표이사가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면서 일견 예상한 일이기도 하지만, 높은 관심이 문화재단에 쏠리고 있다. 2004년 지역사회의 애정과 열망 속에서 설립과정을 거쳐 공식출범할 때와 버금가는 열기다.

게다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6일 신임 대표이사가 임명되면서 문화재단을 향한 기대와 의견들이 봇물 터지듯 넘쳐난다. 박남춘 시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대표이사 자리가 공백이 되면서 문화재단 이사장인 박 시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역의 여러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하마평도 일찌감치 무성했다.

관심이 뜨거웠던 탓일까, 신임 대표이사의 선임과 임명은 순탄하지 못했다. 추천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심층면접까지 갖가지 예측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문화재단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로 추천한 두 사람 모두 적합하지 않다며 이사장은 이를 반려하고 다시 추천을 요구하라는 주장과 추천위원 명단과 심의 결과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이러한 가운데 이사장은 임명을 미루다가 지난달 1일 자신의 페이스북 ‘박남춘 인천생각’을 통해 추천위원들의 자율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하되 ‘문화재단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혁신방안에 대한 신임 대표이사의 확약을 확인한 후에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대표이사와 이사 선출방식 개선, 문화재단 독립방안과 조직개편안 마련, 문화사업의 새로운 방향 설정 등을 혁신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이사회가 추천한대로 최병국 신임 대표이사를 임명했다. 또한 같은 자리에서 혁신위원 12명을 위촉하고 문화재단 혁신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혁신위 구성과 혁신방안 확약이라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이로써 4개월 넘게 이어온 대표이사 공백을 채웠다.

그런데 최 대표이사는 임명장을 받은 바로 다음날 본부장급 인사를 전격 단행해 문화재단 내부는 물론, 혁신위와 지역 문화예술계, 언론에 당혹감을 안겨줬다. 더욱이 전날 혁신위 첫 회의에서 문화재단 조직개편이나 인사체계 등을 혁신위에서 다루게 될 것이므로 대표이사의 인사권은 충분히 존중하되 아주 급박한 사안이 아니면 혁신방안 마련과 보조를 맞춰달라는 제안에 대해 최 대표이사도 ‘돌출적이지 않게 합리적 선에서 논의해나가겠다’고 동의했기에 당혹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최 대표이사가 단행한 인사를 놓고 문화재단 안팎의 우려와 질타가 쏟아지자, 다시 하루 만에 일부 변경을 포함해 인사를 번복하면서 더 큰 논란이 일었다. 혁신위는 인사문제를 놓고 긴급회의를 열어 격렬한 논의 끝에 혁신위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최 대표이사의 신뢰를 분명하게 표명할 것을 요구했고, 최 대표이사는 주요 사안 협의와 소통을 확대하고 혁신방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최 대표이사 체제가 적지 않은 우려와 논란 속에 출범하면서 혁신위에 대한 지역사회의 기대와 우려도 높다. 부담스럽지만 인천시민들이 자랑스럽게 여길 문화재단을 만들고자 하며, 혁신방안에 대한 지역사회의 다양한 조언과 지지를 함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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