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공가와 폐가, B급 공간의 역설
[세상읽기] 공가와 폐가, B급 공간의 역설
  • 인천투데이
  • 승인 2019.03.04 1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
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
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

[인천투데이] 전철역 등 시내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져있고, 사무공간이 드물어 유동인구가 적은 곳을 흔히 B급 상권이라 부른다. 이런 곳은 건물도 낡아 경관도 세련되지 않았다. 낮에도 항상 한산하고, 사람들의 관심도 역시 높지 않다.

상권 개념을 도시공간에 연결하면, 원도심이나 군부대 주변, 도심 하천 일대는 B급 공간이 된다. 거주민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경제나 문화 등 도시 기능이 약하다. 건물들은 노후화 해 방치된 경우가 많다.

B급 공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크게 봐서 두 가지다. 개발을 전제로 한 철거, 혹은 재생을 전제로 한 활용이다. B급 공간 중, 최근 주목을 받는 곳이 바로 공가와 폐가다. 두 용어를 섞어 쓰는 경우가 많아서 정확히 구분 짓는 게 쉽지 않지만, 넓은 의미로 보면 모두 ‘빈집’에 해당한다. 공식적으로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사람이 거주하지 않을 때 법률상 빈집이 된다.

폐가를 굳이 따로 떼어 설명한다면, 공가 중 건축물로서 더 이상 기능을 하기 어려운 주택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법에서는 지붕과 기둥, 벽이 있는 것을 건축물로 정의한다. 이러한 것들이 이제 거주를 위한 쓰임새를 다했다는 것이다.

공가와 폐가는 요즈음 골칫거리로 대접 받는다. 우범지대를 넘어 연고를 알 수 없는 시신이 연이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여기저기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한 요구에 반응해 나오는 해결 방법은 앞서 언급한 철거와 활용이 주를 이룬다. 철거를 통한 공가와 폐가의 감축은 그동안 가장 흔히 시행한 방법이다. 여기에 새로운 해결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리모델링 등을 통한 활용이다.

활용 방안은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거의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략 세 가지 정도로 모아 볼 수 있는데, 첫째는 공공시설 구축이다.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거나, 전시물을 게시해 마을박물관 등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둘째는 예술과 문화를 덧입히는 방식이다.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쓰거나 작품을 전시하고 주변을 벽화로 채우는 것이다. 셋째는 청년 창업 등 사업화를 위해 변화시키는 경우다.

청년몰 등이 조성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공방이다. 활용 방안만 놓고 보면, 한국에 예술가와 공예작가가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도 한다. 공방이 증가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예술이나 공예와 같은 단어를 공공기관이 선호하고, 다른 분야에 비해 지원도 잘 이뤄지는 탓이 아닐까 싶다. 청년들을 한정된 분야로 몰고 가는 건 좋은 정책은 아니다. 이러한 대책들이 공가와 폐가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인천의 경우 B급 공간은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산업화 시기 중심지였던 곳이 많다. 새로운 공간이 개발돼 인구가 유출되고 동력을 잃어가게 된 것인데, 개발이란 것이 아파트형 주거 형태를 권장하거나 근대 건축의 철거와 같은 몰역사성을 기초로 진행된다는 데 심각함이 있다.

한편으로, 공가와 폐가 활용 방안들이 지속성을 염두에 둔 것인지, 의심도 간다. 도시 공간에 대한 종합 대책은 전혀 없고 건축물에 대한 관심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빈집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도심 대책을 내놓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