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민주노총인천본부 정책국장

[인천투데이] 2년 정도 쉬고 이 지면에 다시 칼럼을 쓴다. 그 2년 사이 인천에서는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아무래도 가장 손꼽을만한 일은 지방선거가 있었고 자치단체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일 테다. 그러나 중앙정부나 지자체나 정권이 바뀌어도 노동정책은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 노동운동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일반적 평가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이라는 표현을 정부 공식 문서에 등장시켰지만, 경제가 본격적으로 어려워지자 경제정책의 무게 중심을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업 규제 완화, 재벌 지원 강화 등 역대 정부들의 단골처방이 똑같이 등장하고 있다. 2년이채 안 되는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에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하며 총파업 투쟁을 수차례 벌인 민주노총은 오는 3월 6일에도 총파업에 나선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최저임금 결정구조 변경, 노동조합법 개악 등 노동 관련 법 개악안이 임시국회에 줄지어 대기 중이다.

지자체의 노동정책은 어떨까. 지방선거 때 후보들이 제출한 공약집이나 인천시의 일상적 시정 운영에서 노동정책이라는 단어를 접해본 인천시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최근까지 한국에서 노동정책은 사실상 지자체의 사업영역이 아니었다. 지자체에만 책임을 물을 문제는 아닌 것이 지자체의 권한과 자율성이 극히 협소하고 재정 독립성이 매우 낮은 탓이다. 그러나 현재 지자체의 권한 수준으로도 펼칠 수 있는 노동정책이 없지 않다.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해소하고 노동조합과 관계에서 모범적 사용자 역할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행히 몇 년 전부터 지자체에도 노동정책이 만들어지고 있는 추세다. 서울시가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에 이어 광주시, 충청남도, 경기도 등 몇몇 지자체로 이런 흐름이 조금씩 확산돼왔다. 지자체 노동정책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세부적 정책을 논하기에 앞서 노동정책을 지자체의 사업영역으로 들여오고, 자치단체장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가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정책의 실행이라는 인식 전환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실제 정책 실행으로 가기 위해서는 선결조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 지자체의 노동정책 수립과 실행 전반을 규정하는 조례 제정으로 사업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 두 번째, 노동정책 전담부서 설치와 인력 배치로 정책 실행을 위한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것, 세 번째, 정책 수립이다. 현재 인천시는 조례 제정 과정 중에 있다. 첫발은 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물리적 조건 마련이 곧바로 노동자들을 위한 좋은 정책 실행으로 이어질 리는 만무하다. 왜냐하면 지자체의 경험도 전혀 없고, 모든 지자체에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는 정책의 표준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조합과 토론, 노동자 의견 수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동조합은 전문가 못지 않게 인천의 노동현실을 잘 알고 있고, 이미 오래전부터 지자체 노동정책의 공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지자체가 수행해야할 노동정책 과제를 제안하고 요구해왔다.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경제정책을 만들 때 기업들과 토론하고 그들의 요구를 청취하는 것이 기본 아닌가. 노동정책도 그렇게 하면 된다. 노동조합, 노동자와 민주적 관계 모색, 여기서 노동존중 인천시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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