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익 소리판 ‘자화상 七’
3월 9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앞만 보고 달려 온 인생, 잠시 뒤돌아본 나의 모습은 평생 부끄러웠습니다.”

3월 9일 오후 5시, 소리꾼 장사익의 소리판 ‘자화상 七’이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관객들을 맞는다. 2016년 ‘꽃인 듯 눈물인 듯’ 이후 2년 만에 찾아온 반가운 소리판이다. 1집 ‘하늘 가는 길’ 발표 이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기까지 24년 동안 장사익이 걸어온 한 길 노래 속 인생사를 만날 수 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가을 발매한 9집 음반에 수록된 곡들로 구성한다. 동명의 타이틀곡 윤동주의 ‘자화상’과 허영자 ‘감’, 기형도 ‘엄마걱정’, 곽재구 ‘꽃길’ 등의 신곡들을 비롯해 그만의 소리로 엮어낸 흘러간 노래들도 함께 무대에 올린다.

소리판 음악인들도 반갑다. 장사익과 15년을 함께한 기타리스트 정재열 음악감독을 필두로 한국 재즈의 거장이자 트럼펫 연주가 최선배, 아카펠라그룹 ‘The Solists’ 등 음악인 15인이 함께 연주한다.

장사익은 인생여정을 돌고 돌아 45세에 운명처럼 노래인생을 시작했다. 그에게는 괜히 미운 과거가 있다. 삶과 꿈의 기로에서 삶의 편을 들어줬는데 어째선지 자신에게만 등을 돌리는 것 같았던 젊은 날의 삶이 그랬다. 차오르는 괴로움을 무던히 삼켜내야 했지만 채 넘기지 못한 눈물들은 목에 붙어 굳어졌고, 결국 소리가 됐다. 그렇게 1집 ‘하늘 가는 길’과 대표곡 ‘찔레꽃’이 세상에 알려졌다.

1994년 첫 소리판 ‘하늘 가는 길’ 이후부터 음반 발매에 맞춰 전국을 돌았다. ‘허허바다’, ‘사람이 그리워서’, ‘역’, ‘꽃구경’ 등 꾸준히 판을 벌였고 청중은 열광했다. 2015년, ‘찔레꽃’ 전국순회 공연을 끝내고 나니 성대에 이상이 왔다. 목에 자리한 혹을 도려낸 후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되기까지, 관객들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그의 노래로 갈증을 삭힐 수밖에 없었다.

그가 곁에 두고 읽는 시집들 속에 윤동주의 시 ‘자화상’이 있다. 오래전부터 읽어왔는데 어느 날 유독 가슴에 박혔다. 거울 속 주름진 얼굴을 바라보다 문득 칠십이라는 나이가 무겁게 다가왔다. 인생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다급해진 그가 만난 시인이 윤동주였고, 시 ‘자화상’이었다. 거울에 비친 주름을 보면 지난 세월들이 영상처럼 지나가고 부끄러운 세월들이 떠오를 때면 고개를 돌리고 싶지만, 다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보았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 집니다.’

그는 잠시 멈추어 서서 주름진 얼굴처럼 켜켜이 쌓인 자신의 삶을 찬찬히 돌아보는 마음으로 청중 앞에서 노래하려한다.

관람료는 VIP석 10만 원, R석 8만 원, S석 6만 원, A석 4만 원. 인천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나 상설예매처(032-420-2000), 엔티켓(1588-2341)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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