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仁川,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7
연수구 ‘연수2차 우성아파트를 사랑하는 주민모임’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 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있고, 구ㆍ군마다 수십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단위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는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아파트 주민 갈등 해결 위해 ‘우사모’ 결성

2016년 진행한 마을공동체 리더학교.(사진제공 우사모)

인천도시철도 1호선과 수인선이 교차하는 원인재역 바로 앞에 위치한 데다, 길 건너편에 연수체육공원이 있고 5분 거리에 연수구청과 연수경찰서 등 관공서도 있어 지리상 좋은 위치에 있는 연수2차 우성아파트.

1995년 입주해 20개 동에 2044세대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송도국제도시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연수구에서 세대수가 가장 많은 아파트였다. 그런데 여느 아파트에서 그렇듯 아파트 공사 관련 다양한 문제로 주민 간 대립과 갈등이 커졌다.

이 갈등을 해결하고 지금은 이웃끼리 정을 나누며 살기 좋은 아파트로 발돋움할 수 있게 분위기를 확 바꾸는 데 ‘연수2차 우성아파트를 사랑하는 주민모임(대표 안영철, 우사모)’의 역할이 컸다.

우사모를 만든 배경에는 현재 우사모 운영위원장인 라진규(47) 씨가 동 대표 선거에 출마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맡은 게 있다. 회장이 된 후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라 씨는 애를 많이 썼다. 그리고 완결적이지는 않지만 갈등이 해결되기까지 3년이 걸렸다.

회장이 된 후 라 씨는 분쟁을 접하면서 아파트 관리 운영을 공부했고, 아파트 관리 분야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대학교수, 단체 대표,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 운영자를 만났다. 라씨가 그들로부터 들은 말은 ‘주민들의 참여가 아파트를 살기 좋게 만든다’는 원론적 대답이었다.

구체적 방법을 얻지 못한 라 씨는 갈등 해결을 위해 집집마다 방문을 하며 만난 주민들 중 도움을 주고 마음을 함께한 주민들과 수없이 토론한 끝에 함께 공부하기로 했다. 그렇게 2014년 2월 주민 10여 명이 모여 ‘아파트 학교’를 시작하며 ‘우사모’를 결성했다.

2015년 2월, 입주 이래 처음 연 ‘설맞이 주민 한마당’ 대성공
2017년 행안부 아파트공동체 지원 사업 8000만 원 지원받아

 

2017년 8월 진행한 방학돌봄 드론 교실.(사진제공 우사모)

2014년 6월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돼 활동을 본격화한 우사모는 이듬해 2월, 아파트 입주 이래 처음으로 큰 행사를 열었다. ‘설맞이 주민 한마당’이었는데 회원들이 후원금을 모아 행사를 준비했고,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힘을 보태고 상가 주민들이 낸 상가 이용 쿠폰으로 경품을 했다. 주민 1000여 명이 참여했고, 준비한 떡국 800그릇이 동이 나는 등 행사는 대성공이었다.

2016년에도 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돼 서울 성미산 마을 탐방과 워크숍 등 주민리더학교를 진행했고, 2015년에 몇 차례 발행한 마을신문 ‘이웃사촌’을 6개월간 월 1회씩 발행하기도 했다.

2016년 말에는 행정안전부의 아파트 공동체 지원 사업 공모를 보고 논의 끝에 신청했는데, 전국에서 가장 많은 8000만 원을 지원받게 됐다. 그 덕분에 2017년에 다양한 사업을 벌일 수 있었다.

모두 네 가지 사업을 진행했는데, 주민을 대상으로 풍물ㆍ캘리그라피ㆍ노래ㆍ기타ㆍ네일아트를 수업하는 마을학교, 맞벌이 부부 초등학생 자녀를 대상으로 한 방학 돌봄교실과 부모교육, 아파트 내 북카페 개관, 가을 마을축제 개최였다.

마을학교에는 과목마다 주민 10~30명이 일주일에 한 번씩 참여해 6개월간 20회 운영했다. 이들은 10월에 열린 마을축제에 공연팀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마을축제는 우사모 회원뿐 아니라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통장자율회 등이 축제추진위원회에 참여해 함께 준비했다. 음식 나눔, 제기차기 등 체험활동, 노래자랑, 마을학교 공연 등을 진행한 축제는 2000여 명이 참여했다.

여름방학에는 맞벌이 부부 초등생 자녀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돌봐주는 방학 돌봄교실이 큰 인기였다. 방학 숙제 봐주기, 전래놀이, 넵킨아트, 우쿨렐레, 도시농업, 글쓰기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했다. ‘우리 아이의 자존감과 나의 자존감’과 ‘감정코칭’을 주제로 한 부모교육과 가족여행도 인기가 좋았다.

7월 1일에는 아파트 내 유휴 공간을 리모델링해 북카페를 개관했다. 주민을 대상으로 책 모으기 운동을 벌여 3000여 권을 모았다. 마을신문 ‘이웃사촌’도 계속 발행했다.

새로 입주한 이웃과 만남, 마을축제를 동축제로 확대 고민
 

2017년 10월 진행한 마을축제.(사진제공·우사모)

2017년을 거치며 우사모 회원은 60여 명으로 늘었다. 마을학교 풍물교실과 노래교실에 참여한 주민들이 풍물단과 노래모임을 만들어 회원으로 가입했다. 회원이 30~70대로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우사모는 지난해에도 주민 대상 풍물교실과 노래교실을 정기적으로 운영했으며, 풍물단과 노래모임은 9월에 열린 ‘연수구 평화통일 한마당’ 무대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올해는 시가 아닌 연수구의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 공모에 참여했다. 그동안 해온 사업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고, 새로운 사업도 여러 가지 고민 중이다.

먼저 아파트에 새로 입주한 세대를 방문해 아파트를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는 ‘찾아가는 이웃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또, 풍물단과 노래모임에 이어 밴드와 산행모임을 만들려한다. 이러한 모임은 우사모 회원끼리만 즐기는 모임이 아니라 지역의 행사나 장소에서 공연하는 등, 지역사회 참여 모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풍물단은 지난 21일 열린 마을 대보름 행사에 참가해 1시간가량 풍물을 쳤다. 격년으로 진행해온 마을축제를 올해에는 연수2동 축제로 확대해 진행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라진규 운영위원장은 “국내 아파트 비중이 60%가 넘고 연수구의 경우 85%가 아파트에 해당하는데,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드는 곳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우사모 회원들의 귀한 마음이 있었기에 우성아파트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도심 속 마을인 아파트에서 단절과 소외를 넘어 소통하고 화합하는 아파트, 좋은 이웃을 만들고 좋은 이웃이 돼 사람향기가 나는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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