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사업 중 본청 사업 6개에 불과···형식적 내용
서울·경기 창의성 가득···기념식 위주 인천과 비교

[인천투데이 김현철ㆍ윤선미 기자] 인천시의 3ㆍ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이 알맹이가 없다. 대부분 단발성 기념행사에 그치는 데다 창의ㆍ진정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시가 지난 18일 보도자료로 발표한 ‘3ㆍ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 현황’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이 한눈에 드러난다.

인천시, 독립운동에 대한 진정성 부족

시는 기념ㆍ학술ㆍ선양ㆍ문화 등 주제를 네 개로 나눠 사업 총25개를 기획했다. 그중 본청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6개밖에 안 된다. 이마저도 ‘한성정부와 인천’ 다큐 제작 등 사업 두 개를 제외하면 기념식ㆍ세미나 등 단발성 행사에 그친다.

‘독립의 횃불, 전국 릴레이’와 ‘청소년 국외 사적지 탐방’은 중앙에서 진행하는 사업인데 시 추진 사업으로 슬쩍 끼워 넣었다. 시 관계자는 “기미독립선언서 100주년 기념사업은 인천시 주관 사업이 아니라서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고 무책임한 답을 내놨다.

인천 출신 독립운동가를 홀대한다는 지적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100주년 기념사업에서 시가 집중하는 인물은 인천에서 옥고를 치른 백범 김구 선생이다. 시는 ‘백범과 인천의 역사 재조명(김구 동상 이전 등)’, 중구는 ‘청년 김창수(백범 김구) 역사거리 조성’ 사업을 각각 추진한다.

김구 동상 이전 사업은 아직 후보지를 정하지 못해 언제 이뤄질지도 모르는 사업이다. 백범과 인천의 인연을 무시할 수 없으나, 인천 출신 독립운동가를 다루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죽산 조봉암은 인천 강화에서 태어나 항일운동을 벌이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른, 인천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다. 그런데 기념식에서 ‘죽산 유족의 헌시 낭독’을 하는 게 고작이다. 죽산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일은 자연스레 시민사회단체 몫으로 돼버렸다. 새얼문화재단이 모금해 만든 기금으로 죽산 석상 건립을 추진 중이다.

서울•경기•인천 3•1운동 주요 기념사업 현황

서울ㆍ경기와 비교되는 인천의 기념사업

반면 서울의 3ㆍ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30개 중 23개가 본청 주관 사업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넘쳐난다. 100주년을 진정으로 기념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또렷하다.

서울시는 2017년부터 ‘3ㆍ1운동 100년, 대한민국 100년’(seoul100.kr)을 이름으로 하는 기념사업회 홈페이지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또, 노후한 독립운동가 묘지ㆍ가옥 정비 사업을 진행했다. 후손이 없어 관리가 소홀한 독립운동가 묘지나 가옥을 조사한 후 현충시설로 지정될 수 있게 환경을 개선했다. 독립운동가 묘지나 살았던 가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인천시 행정과 대비된다.

서울시는 질적 측면에서도 인천시와 다르다. ▲독립운동 유적지 버스정류소 명칭 병기 ▲(일본식) 장례문화 개선을 위한 시민참여 행사 ▲빼앗긴 식물 자료조사ㆍ전시 ‘꽃들은 어디로 갔을까’ 등은 평소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의미를 일깨워 역사를 바로 알게 한다는 측면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서울시에서 열린 3•1운동 기념행사
성남시에서 추진 중인 독립운동가 웹툰 프로젝트

 경기도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로 그동안 소외될 수 있었던 외국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러시아ㆍ카자흐스탄ㆍ우즈베키스탄ㆍ쿠바 등)을 초청할 계획이다.

성남시는 항일운동을 주제로 한 웹툰을 제작해 눈길을 끈다. ‘식객’ 허영만, ‘바람의 나라’ 김진 등 유명 작가들이 참여해 기대를 높이고 있다. 여성 독립운동가 유관순과 동풍신을 소재로 한 청소년 웹툰 공모전, 독립운동가 캐릭터 전, 카툰ㆍ웹툰 작가와 역사학자가 함께 참여하는 임시정부 유적 답사 프로그램도 준비돼있다.

화성시는 2월부터 4월까지 제암리 순국기념관, 화성아트센터 등 지역 명소 16곳에서 스탬프를 받아오면 기념품을 제공한다. 모두 시민들이 참여해 독립운동 정신을 일깨우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사례에서 보듯 인천시의 3ㆍ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이 지역 정체성과 역사성을 알리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기념식이나 세미나 일색의 보여주기식 일회성 기념사업으로 예산을 낭비하기보다 1년 내내 시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기념사업 구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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