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곱 번째 시집 ‘천국의 하루’ 출간한 신현수 시인

[인천투데이 윤선미 기자]

“시민이니까 시민운동을 하고, 시인이니까 문학운동을 하고, 교사니까 교육운동을 하는 거예요. 내 삶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남이 볼 때는 이것저것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신현수 시인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부평여자고등학교 선생이기도 하고,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이기도 하다. 또, 라오스 방갈로 초등학교를 돕는 모임의 명예 대표다.

신 시인은 최근에 일곱 번째 시집을 냈다. 1989년 첫 시집 ‘서산가는 길’ 이후 5년마다 시집을 내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2014년 여섯 번째 시집 ‘인천에서 살기 위하여’ 출간 이후 딱 5년 만에 일곱 번째 시집 ‘천국의 하루’로 찾아왔다. 

어머니도 알아듣는 시를 쓰자

“내가 쓰고자하는 시의 궁극적 목적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시라고 할 수 있어요. 남에게 보여준다는 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남이 알아들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어머니도 알아듣는 시를 쓰자는 생각을 갖고 시를 써요.”

신 시인은 요즘 시와 대중들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비유나 상징이 없어도 감동을 주는 시는 많은데 독자들에게 당혹감을 주는, 지나치게 어려운 시가 많아졌다고 했다.

“물론 모두 저처럼 쓸 필요는 없지만 난해하고 암호풀이 하듯 쓰는 시는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맥락이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어요. ‘당신이 아는 것을 할머니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진정으로 아는 것이 아니다.’ 기발한 비유나 상징을 찾아서 박수 받는 것보다 살면서 생활에서 깨닫는 이야기로 감동을 주고 싶어요.”

평범한 것이 가장 특별한 것

[아주 느지막이 일어나 세수도 안 하고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 앉아/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을 쬐며/‘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보고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 (중략) 동네 목욕탕에 오천 오백 원 주고 들어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한증막에 들어가 기분 좋게 땀을 흘린 후, 천 원 주고 구운 계란 두 알을 사먹은 후, 제과점에 가서 어머니 드릴 카스텔라를 삼천 원 주고 산 후, 어머니 좋아하는 ‘도전 골든 벨’을 같이 보았다.](‘천국의 하루’ 중 일부)

다양한 시민활동을 하면서도 시를 꾸준히 쓸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묻자, 신 시인은 “시와 삶이 떨어져 있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게 없다”고 했다. 산책하다가, 산에 오르다가 깨달은 것을 시로 쓰기 때문에 부담이나 강박이 없다고 덧붙였다.

신 시인은 신작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천국의 하루’가 가장 애착이 가는 시라고 했다.

“‘천국의 하루’를 보면 초등학생들이 오늘 있었던 일을 순서대로 쓴 일기 같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특별하고 신나는 하루가 아니라 정말 일상적이고 평범한 하루. 근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살 수 있는 사람 많지 않아요. 저만 해도 그러니까요. 이 세상은 아수라장이고 아비규환의 싸움터라고 할 수 있어요. 노동자, 농민, 평범한 직장인 등이 각자 하는 일은 다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이겨내며 살아가죠. 이 속에서 사소한 일상을 보내고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천국이 아닐까요?”

일상에서 나를 성찰하다

‘천국의 하루는’의 1부는 사랑과 여행기, 2부는 혁명과 시대적 현안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과 ‘혁명’은 시집의 주제이자 인생의 영원한 화두라고 했다. 두 가지와 더불어 그의 시집을 관통하는 특징은 자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다. ‘나는 개의 자식입니다 1, 2, 3’은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고해성사하듯 자신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내놓는 반성문 같다.

“내가 외면하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데 그들에게 동감하고 연민을 느끼면 내 삶이 불편해지니까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내 자신을 반성하는 시에요. 어쩌면 이 세상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 문제 때문에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소시민의 마음을 제 시가 대변하고 있을지 몰라요.”

신 시인은 충북 청원군에서 출생해 곧바로 이사 온 인천 부평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인천 사람은 누구인가, 인천 문화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에는 사람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7만 2천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평범한 소시민에서 투쟁가로 변한 이들의 삶을 조명했고, ‘다시, 시동을 걸어’에는 민중가수 조성일 씨에 대한 단상을 녹여냈다.

“주변 사람들에 관한 시를 쓰는 이유는 단순히 세속적으로 뭔가를 이룬 사람이 아니라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기 위함이에요. 기본적으로 인생에 기승전결이 있는 사람을 쓰는데, 인천에서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내 시집에 나오는 게 꿈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사람을 향한 연민

신 시인은 시인이라면 기교나 글쓰기 실력 이전에 세상에 대한 끝없는 관심과 사람을 향한 연민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국가권력이나 자본에 희생당하고 외면당하는 약자에 대한 슬픔과 분노를 거침없이 표현하기도 하고, 수채화처럼 투명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가난하고, 약하고, 아픈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갖고 타인의 목소리에 깊이 동감하는 게 가장 중요한 시인의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문학은 사회를 바꾸고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해요. 그래서 가만히 있지 않고 현실을 바꾸는 데 기여하는 시를 쓰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을 묻는 질문엔 후배들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생각나는 인천의 ‘어른’,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인으로서 꿈이 있다면 지치지 않고 꾸준히 시집을 내는 것이라고 했다.

“시는 내 삶의 역사 기록이기도 해요.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실수를 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늙어도 꼰대가 되지 않고 잘 살면 좋은 시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 삶과 시는 떨어져있지 않으니까요.”

※ 신현수 일곱 번째 시집 ‘천국의 하루’ 출판 기념콘서트
    2월 27일 오후 7시 30분, 부평아트센터 달누리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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