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후보지 중구 “동상 이전 계획 전혀 없어”
시, 부서별 의견 서로달라 '공회전' 지속 될 듯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인천시가 추진하는 백범 김구 동상 이전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시는 지난 18일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남동구 인천대공원에 조성된 백범 광장과 김구 동상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서간 이견과 기초단체의 비협조 등으로 이전 장소마련이 헛바퀴만 돌고 있다.

백범 김구 동상은 시민추진위원회가 7억원의 기금 모금으로 지난 1997년 인천대공원에 건립했지만 동상이 외진 곳에 있어 오래전부터 이전 문제가 제기됐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전 후보지로 ▲백범이 투옥 생활한 감리서 터 ▲임시정부 수립을 선포한 만국공원(현 자유공원) ▲항구 건설 시 백범이 노역한 부두(현 내항1부두) 등 백범과 독립운동사에 의미있는 곳을 제시하고 있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맞물려 지지부진하다.

인천대공원에 있는 김구 동상(자료 국가보훈처)

인천 중구는 최근 감리서 터 인근에 백범의 일대기를 그린 벽화거리, 조형물 등을 설치하는 ‘백범 김구(김창수) 역사거리(가칭)’ 조성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백범 동상 이전에 대해서는 전혀 뜻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동상 이전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현재 감리서 터에는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 현재는 감리서였음을 알리는 표지석만 남아있다”며 “동상을 세워야 한다면 차라리 새로 만들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인천시 내부 입장은 더 복잡하다. 시 보훈다문화과 관계자는 “감리서 터에 이미 주상복합이 들어서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며 “만국공원(현 자유공원)도 검토했으나 이미 맥아더 동상과 한미수교 기념탑이 있어 백범 동상을 옮기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인천 감리서 터임을 알리는 표지석(자료 독립기념관)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내항 부지도 이전 검토 후보지 가운데 하나다. 시 재생콘텐츠과 관계자는 “기념공원 건립과 김구 동상 이전이 얘기된 것은 알고 있으나 담당부서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시 보훈다문화과 관계자는 다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이전한다면 내항1부두가 가장 적합한 장소로 보여지며, 여러가지 방안을 구상중인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러나 대공원에 김구 동상이 세워진지 20여 년이 지나 시민인지도가 높아 고민중”이라고 했다.

백범은 두 번의 옥고를 인천에서 치렀으며, 백범일지에서 “인천은 내 인생에서 가장 뜻 깊은 곳이다. 스물두 살에 인천 감옥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스물세 살에 탈옥 도주하였고, 마흔 살에 17년 징역수로 다시 이 감옥으로 옮겨졌다. 저 축항에는 내 피땀이 배어 있는 것이다”라고 인천과 인연을 기술했다.

인천은 백범이 해방 후 고국 지방 순회 일정 중 제일 먼저 찾는 등 각별히 챙긴 곳이며, 청년이었던 김창수가 독립운동가 김구(인천 강화에서 개명)로 재탄생한 본거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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