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연중기획] “그림책으로 더불어 사는 마을 꿈꿔요”
[2019 연중기획] “그림책으로 더불어 사는 마을 꿈꿔요”
  • 장호영 기자
  • 승인 2019.02.01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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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연중기획 仁川,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5
계양구 ‘귤현그림책마을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 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은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그림책 감정코칭 강좌에서 만나

귤현그림책마을 회원들이 지난해 6월 열린 그림책 콘서트 후 김근희 작가와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 윗 줄은 왼쪽부터 고민정ㆍ우혜란 회원, 참관한 송성희 주민, 김근희 작가, 김윤경ㆍ허화란 회원, 안영미 대표. 아랫 줄은 윤수연 회원(2018년 대표)과 박선영ㆍ이경애 회원. 김보희 회원은 콘서트에 참석하지 못했고 2019년 신입으로 들어온 서성희 회원은 사진에 없다.(사진제공 귤현그림책마을)
귤현그림책마을 회원들이 지난해 6월 열린 그림책 콘서트 후 김근희 작가와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 윗 줄은 왼쪽부터 고민정ㆍ우혜란 회원, 참관한 송성희 주민, 김근희 작가, 김윤경ㆍ허화란 회원, 안영미 대표. 아랫 줄은 윤수연 회원(2018년 대표)과 박선영ㆍ이경애 회원. 김보희 회원은 콘서트에 참석하지 못했고 2019년 신입으로 들어온 서성희 회원은 사진에 없다.(사진제공 귤현그림책마을)

계양구 끝자락에 위치한 인구 1만 명 정도의 신도시 귤현동에 30~40대 여성 10명이 그림책으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마을공동체를 향한 그들의 열정은 1년 만에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우수 사례 중 최고인 ‘어울림상’을 받게 했다. 이들이 진행한 사업의 주제는 ‘이웃들의 감정(마음)을 그림책으로 공감하고 공유하다’이다.

이들의 모임 이름은 귤현그림책마을(대표 안영미). 2017년 9월 계양혁신지구 사업으로 열린 ‘그림책 감정코칭’ 강좌에 참여한 여성 6명이 “그림책으로 이웃을 만나고 공감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취지의 글을 귤현동 주민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카페에 올린 글에는 응원 댓글들이 달렸는데, 댓글을 단 주민들에게 연락을 했고, 연락이 닿은 주민들도 모여 회원이 9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올해 1명이 더 늘어 모두 10명이다.

정이 들 만하면 떠나는 게 아쉬워

회원들은 이야기를 나누다 “마을에서 이웃들이 정 들 만하면 떠나는 것이 너무 아쉽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인천도시철도 1호선과 공항철도가 맞닿는 계양역이 바로 옆에 있는 마을의 특성상 서울로 회사를 다니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이사를 오는데, 아이가 어릴 때까지는 만족하면서 살지만 아이가 학원을 다니고 공부하는 시기가 되면 마을을 떠나는 일이 잦았다.

귤현동은 마을이 작기에 조용하고, 마을이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돼 깨끗하다. 큰 도로가 없어 아이들이 위험할 일도 없는 꽤 살기 좋은 마을이다. 하지만 딱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다. 아이가 학원을 다녀야하는 때가 되면, 마을에 학원이나 여러 시설이 부족해 이사를 고민한다. 마을 안에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중학교도 없어 중학생을 둔 부모는 더 고민할 수밖에 없다. 도서관은 옆 마을인 동양동에 가야하고, 동 주민센터도 동양동에 있다. 귤현동은 법정동으로, 행정동은 계양3동에 속하는 데 계양3동 주민센터가 동양동에 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던 회원들은 “아이들이 이 마을에서 오래 살 수 있게 힘을 합쳐 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그 매개체를 ‘그림책’으로 정했다.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넘어 마을공동체를 꿈꾸는 활동으로 고민을 넓혔다.

그림책을 매개로 마을을 만나다

지난해 5월 귤현동 들놀이공원에서 진행한 그림책 축제의 모습.(사진제공 귤현그림책마을)
지난해 5월 귤현동 들놀이공원에서 진행한 그림책 축제의 모습.(사진제공 귤현그림책마을)

인천시가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을 공모하는 것을 안 회원들은 여러 사업을 계획해 지난해 1월 지원했다.

공모에 선정돼 300만 원을 지원받아 ▲이웃과 함께 그림책을 보고 서로 감정 공유 ▲이웃들이 가진 재능을 그림책과 융합해 마을에 어울리는 문화 만들기 ▲아이들에게 마을에서 어른들과 함께 그림책 보는 고향 물려주기 ▲경력단절여성들에게 그림책으로 할 수 있는 일 찾아주기 등을 주제로 1년간 사업을 진행했다.

공모 사업은 4월부터 시작됐는데, 그 전인 3월에는 회원들의 자비로 정월 대보름 행사를 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모아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전래놀이는 물론 전기촛불을 이용한 쥐불놀이를 했는데 50명이 넘는 아이와 어른들이 모여 성공적으로 치렀다.

4월부터 11월까지는 지원금으로 ‘월간 그림책’ 행사, 마을 곳곳에 그림책을 기증하는 ‘그림책 공유’ 행사, 그림책 작가와 만남과 가정의 달 그림책 플래시몹, 부모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 감정코칭, 찾아가는 그림책 행사 등을 진행했다.

월간 그림책 행사는 마을의 한 가게를 선정해 그 가게에서 아이들과 그림책을 함께 읽고 그림책과 관련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활동 후에는 그 가게에 그림책을 기증한다. 아이들이 그 가게에서 읽은 그림책을 기억하고 다시 찾을 수 있게 늘 비치해놓는다.

5월 중화요리점에서 진행한 월간 그림책 행사에선 ‘우리 가족입니다’라는 그림책을 읽고 가족들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내용을 써서 카드로 만들었다. 9월에는 부동산중개소에서 그림책 ‘우리 동네 한바퀴’를 읽고 벽에 걸린 마을지도를 보며 동네를 살펴보고, 우리 집, 친구 집, 그림책 읽은 장소 등을 표시하며 마을지도를 완성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서는 들놀이공원에서 그림책 축제와 플래시몹 행사를 함께 했다. 아이들이 안 보는 그림책을 가져와 서로 교환하기, 페이스페인팅, 그림책 읽어주기 등 다양한 부스행사가 열렸고, 150명이 넘는 아이와 어른들이 참가했다.

어른들만을 대상으로 한 ‘들꽃이 핍니다’ 그림책 작가와 만남, 그림책을 통한 감정코칭 프로그램(6회)도 운영했다. 회원들의 활동이나 행사에 오기가 어려운 주민을 위한 ‘찾아가는 그림책’ 활동도 했다.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아이의 집을 방문해 그림책을 읽어주고 감정을 공유한 게 대표적 사례다.

내 아이 아닌 우리 아이, 더불어 사는 마을로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아이의 집을 방문해 찾아가는 그림책 활동을 하고 있는 귤현그림책마을 회원과 아이들. 활동이 끝나고 부모와 아이들은 모두 친구가 됐다.(사진제공 귤현그림책마을)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아이의 집을 방문해 찾아가는 그림책 활동을 하고 있는 귤현그림책마을 회원과 아이들. 활동이 끝나고 부모와 아이들은 모두 친구가 됐다.(사진제공 귤현그림책마을)

귤현그림책마을은 올해에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지난해 많은 활동을 했지만 거점 공간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는데 올해에는 작은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부모를 위한 비폭력대화 강좌와 그림책에 관심 있는 엄마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 감정코칭 지도사 과정 강좌도 계획하고 있다. 계절 그림책, 귤현에서 자란 언니 오빠가 동생들에게 읽어주는 그림책, 돗자리 깔고 야외에서 읽는 그림책 등 다양한 사업도 진행한다. 또, 올해도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공모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회원들은 “아이를 위해 그림책 활동을 접했는데, 내 아이만 잘 된다고 해서 잘 자랄 수 있는 게 아니라 주변 아이들도 함께 잘 자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림책으로 더불어 사는 마을이 되길 바라고, 우리 활동이 씨앗이 돼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는 곳이 더 생겼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