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임차 사용료 9억원···‘준비 허술’ 빈축
서구, “인천시 금고 신한은행과 연동하느라”

하나은행 홈페이지 갈무리

인천 서구(구청장 이재현) 금고가 지난해 10월 신한은행에서 KEB하나은행으로 교체됐다. 인천시 1금고와 다른 은행이 자치구 금고로 선정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12년 만에 서구 금고가 하나은행으로 바뀌었지만 금고 시스템은 신한은행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허술한 준비가 도마 위에 올랐고, 서구는 금고 선정 심의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구 금고의 경우, 구에 들어오는 돈(세입)과 나가는 돈(세출)을 관리하는 기능을 한다. OCR센터를 통해 지방세 수입의 경우 세목별ㆍ지역별 과세 대상을 구분해 징수하고, 마찬가지로 세출 예산의 경우 부서별 필요한 예산 공급을 지원한다.

일례로 지방세 중 재산세를 징수할 경우 납세자가 지로로 내는 경우,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경우, 가상계좌로 이체하는 경우 등 다양한데 이를 전산시스템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서구 금고에 선정돼, 신한은행에 시스템 사용료로 연간 약 9억 원을 내고 있다.

서구는 인천시 제1금고가 신한은행이기에 신한은행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농협을 금고로 사용하고 있는 옹진군과 강화군에 견주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나은행의 허술한 준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서구 금고 지정 심의위원회의 평가 부실의혹이다.

서구는 지난해 10월 서구의회 의원, 대학교수, 변호사, 세무ㆍ회계사 등 9명으로 구성한 ‘금고 지정 심의위원회’를 열어 하나은행을 금고로 선정했다.

서구는 심의위원회에서 은행들이 제출한 제안서를 토대로 해당 금융기관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 구에 대한 대출과 예금 금리, 주민 이용의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와 협력사업 등 평가항목 5개를 면밀히 평가했다고 밝혔다.

평가항목에 금고업무 관리능력이 있었고, 당시 하나은행은 서구의 세입ㆍ세출예산을 관리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입찰에 참여했고, 심의를 통해 서구 금고에 선정됐다. 하지만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신한은행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고 지정 심의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서구 관계자는 “시금고가 신한은행이라 하나은행이 신한은행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구청 앞에 서구 OCR센터 설립 직전까지 진행했다. 그런데 서구가 시금고와 다르게 별도로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됐다. 서구만 따로 지방세를 징수하고 배분할 경우 비용이 증가하고, 혼선을 빚을 것으로 우려돼 시와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과 협의해 신한은행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하나은행은 평가항목 배점 합계 최고점을 받았고, 4년간 출연금 6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의 서구 금고 운영기간은 2022년 12월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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