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고 딴저테이 씨의 아버지와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세상읽기] 고 딴저테이 씨의 아버지와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 인천투데이
  • 승인 2019.01.0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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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2018년 연말, 경기도 김포 건설현장에서 출입국외국인청의 미등록 체류 단속을 피하다가 8m 지하로 추락해 사망한 고 딴저테이(92년생) 씨의 아버지 깜칫 씨가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해 9월 황망하고 슬픈 마음에 서둘러 한국을 떠나야했던 깜칫 씨는 이번에는 딴저테이 씨 사망사건 대책위원들을 만나 여러 가지 말을 해줬다.

그는 아들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한국에 있을 때, 돌아다니는 청년들을 볼 때마다 아들이 생각나서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아들 사망의 진실을 밝히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당시 미얀마로 금방 돌아가지 않았을 거라고, 그렇게 슬프게 떠나지 않았을 거라고도 했다.

깜칫 씨는 한국을 다시 방문했을 때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용균 씨 사건을 접했다. 자신의 아들처럼 청년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음을.

그리고 청년들에게 안전하지 못한 노동환경을 감내하게 만드는 한국사회의 문제임을 알았다. 그는 1월 2일,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 씨의 분향소를 찾았다.

그가 방문한다는 얘기를 들은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도 힘든 몸을 이끌고 분향소로 왔다.

둘은 두 손을 꼭 마주잡았다. 언어가 달랐지만, 노동하다가 예고치 않게 세상과 이별한 젊은 자식을 보내는 부모의 마음을 깊이 공감하는 그 눈빛들은 서로 위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부모의 만남에 많은 기자들이 모였다. 자식의 죽음이 세상에 회자된다는 게, 본인의 슬픈 모습이 세상에 알려진다는 게 매우 힘든 일일진대도, 서로 위로하는 자리를 기꺼이 가진 이유를 김미숙 씨는 이렇게 표현했다. “내 자식은 죽었지만 다른 자식들은 이렇게 죽으면 안 되잖아요”

깜칫 씨가 뇌사 판정을 받은 아들의 장기를 한국인들에게 기증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아들을 죽게 한 한국사회가 밉지는 않았느냐, 어떻게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마음먹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죽은 아들은 되돌아올 수 없지만 아들의 장기로 다른 사람들은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부모의 만남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고 마음 깊이 남을 것 같다. 아들의 죽음이 너무나 원통하지만 아들과 같은 또 다른 죽음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여전히, ‘딴저테이 씨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불법 체류했기 때문에 그가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사회가 언제 한 번 제대로 ‘왜 그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미등록 체류를 선택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답을 구한 적이 있었던가. 지난 10년간 미등록 체류 단속으로 인해 사망한 이주민 10명의 삶과 그들의 가족을 생각해본 적 있었던가.

자신의 아픔과 타인의 아픔을 구분하지 않고, 자기 자식과 타인의 자식을 함께 어루만지고자하는 두 부모의 마음이 새해 한국사회에 따듯한 온기를 불어넣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