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네호이 애프터스쿨 (Baunehoej Efterskole) 탐방기

고교 진학 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 찾아
 

요리수업중인 바우네호이 애프터스쿨 학생들.

덴마크 교육의 특징은 공동체 교육이자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는 데 있다. 대표적 교육공동체가 애프터스쿨(Efterskole)이다.

박근혜 정부 때 교육부가 덴마크의 이 애프터스쿨 모델을 빌려 도입한 게 자유학기제인데, 덴마크 애프터스쿨은 한국의 자유학기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고, 특히 학생들의 성취감이 크다.

덴마크 애프터스쿨은 학생들이 자아를 찾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사회성을 익히는 동시에 자신이 진짜 원하는 바, 하고 싶은 분야를 찾는다. 덴마크에는 애프터스쿨 254개가 운영 중이다.

덴마크 교육과정은 공립학교 1~9학년, 고등학교, 대학교로 구성된다. 9학년 졸업 후 고교나 직업학교로 진학하기 전 애프터스쿨로 10학년을 선택할 수 있다.

애프터스쿨은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 음악ㆍ체육 등 특정 영역에 능력을 보이는 학생이 선택한다. 덴마크 학생 중 약 30%가 애프터스쿨을 이용한다.

이 애프터스쿨은 교육과 진로를 보충해주며 학생들이 자신들의 적성을 발견할 수 있게 도와준다. 보통 고교에 진학하기 전에 1년 정도 다니는데, 7~9학년 중에 다니기도 하고, 9학년을 마치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바우네호이 애프터스쿨(Baunehoej Efterskole)은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약 60km 떨어진 프레데릭순시 예거프리스(Frederikssund Jægerspris) 지역에 있다. 코펜하겐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다.

‘땅에서 식탁까지’ 수업이 이 학교를 대표하는 특징이다. 학생들은 농장에서 채소와 과일 등을 키우고 이를 재료로 요리까지 한다. 1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며 음식을 만든다.

바우네호이 애프터스쿨 학생 수는 100여명이다. 기숙사는 남학생 한 채, 여학생 세 채가 있다. 학생들은 2~4명씩 같이 생활한다. 방은 직접 선택하며, 화장실ㆍ목욕탕ㆍ거실 등은 공동 생활공간이다. 공동생활로 협동심과 공동체성을 키운다.

선생은 야단쳐선 안 되고 학생들과 같이 커가는 존재
 

덴마크 바우네호이 애프터스쿨 홈페이지 화면.

바우네호이 애프터스쿨은 1969년 시작했다. 애프터스쿨 설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덴마크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그룬트비다. 19세기 교육자이자 정치가이며, 신학자였던 그는 공동체와 협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룬트비의 교육철학은 ‘내가 너보다 낫지 않고, 네가 나보다 낫지 않다’는 동등함과 사람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교육은 내가 누군가보다 나아지려는 게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자아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룬트비 교육철학 중 하나는 아이들을 절대 야단치지 않는 것이다. 교육자가 마음 없이 머리로만, 지식으로만 아이들을 가르쳐선 안 되고, 아이와 선생은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가르치며 배우는 것이다. 선생들은 학생들에게 ‘공부해서 좋아져야한다’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우리는 같이 커간다’고 이야기한다.

덴마크 애프터스쿨의 교육은 그룬트비의 영향을 받아 공동체의 중요성과 함께 평등사회를 가르친다. 사람은 누구나 동등한 존재이며, 약자의 삶을 향상시켜야한다는 것을 배운다.

농업·요리·목공·승마·철학·국제정세 배우며 성장
 

애프터스쿨에서 승마수업중인 학생들.

바우네호이 애프터스쿨 학생들은 매일 아침 8시에 모여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시작한다. 조회시간에 학생들은 돌아가면서 자신이나 가족에 관한 이야기 등,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낸다. 이 시간은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고, 교감하는 시간이다.

학생들은 수업 과목으로 농업ㆍ요리ㆍ목공ㆍ승마ㆍ음악ㆍ미술ㆍ디자인ㆍ국어(=덴마크어)ㆍ영어ㆍ수학ㆍ제2외국어(독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을 배운다. 필수과목 중에 철학도 있다. 또한 정치와 국제정세를 논하고, 시사 토론을 벌인다.

애프터스쿨은 정규 교육과정이 아니기에 성적과 무관하다. 그래도 성적이 안 되면 낙제하지만 낙제하는 경우는 없다. 선생은 학생이 일정 수준에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주며 지도한다. 성적을 민감하게 다루지 않고, 적성을 발견하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학생들은 애프터스쿨에서 부모와 떨어져 1년 동안 공동체 생활을 한다. 공동체 생활로 남을 배려하고 협동하면서 자기 자신을 찾아간다.

마리아(15) 학생은 “부모님이 내 사회성이 성장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내 얼굴 표정이 굉장히 좋아졌다고 했고, 활기가 넘친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매사에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클라라(16) 학생은 “전에는 자신감이 많이 없었다. 친구들과 같이 지내면서 이젠 남들에게 숨기지 않고 꾸밈없는 나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했으며, 에스다(16) 학생은 “이곳에서 지내면서 자존감이 커졌고, 친구도 많아졌다. 이젠 다른 사람과 이야기도 잘한다. 부모님 없이 생활하다보니 청소도 잘하게 됐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교감 선생 역시 애프터스쿨에 온 학생들과 오지 않은 학생들의 차이는 사회성에서 나타난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은 부모 없이 1년간 생활하며 서로 배려하고 협동한다. 100명이 서로 모르다가 이 학교에 와서 서로 알게 됐다. 서로 돕지 않으면 살 수 없다”며 “이 공동체 의식은 사회에 나갔을 때 계속해 이어진다”고 말했다.

가정 형편 어려우면 정부가 수업료 더 많이 지원해
 

애프터스쿨의 학생과 교감. 왼쪽부터 마리아 학생, 에스다 학생, 크리스티안 교감, 클라라 학생.

바우네호이 애프터스쿨 수업료는 연간 5만 크로네(약 800만 원) 정도다. 1년간 지내는 모든 비용이 여기에 포함돼있다. 1년 생활비치고 덴마크에선 비교적 적은 돈이다.

애프터스쿨은 정부에서도 지원한다. 보통 부모에게 수업료를 보조해준다. 약 50%가 정부 지원이며, 부모가 이혼했을 때는 더 지원해준다. 교사들의 월급 일부도 정부가 지원한다.

덴마크 애프터스쿨은 공립과 사립이 섞여있는데, 바우네호이 애프터스쿨은 사립이다. 교사와 행정직원이 16명이고, 시설관리 직원까지 포함하면 17명이다. 교사 중에 사범대를 졸업한 사람도 있고, 아카데미를 나온 사람까지 다양하다. 목공예와 승마 교사는 자격증이 없어도 전문가로 채용한다.

“자신 안에서 즐거움 찾아야 나중에 뭘 해도 즐거워”

바우네호이 애프터스쿨의 특징은 성장 배경이 서로 다른 아이들이 모여 같이 배우고 일하며, 먹고 즐기면서 서로 알아간다는 것이다.

요리나 음악, 목공 등 특기 과목을 선택한 아이들이 꼭 요리사나 음악가가 되지는 않는다. 또, 일부 아이가 필수과목에 미달하는 경우가 있는데 필수과목 점수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려주고 돕는다.

크리스티안 교감 선생은 “처음부터 안 되는 게 아니라 관심이 덜 해서 안 되는 거다. 안 되는 것을 계속 가르치기보단 다른 분야에 먼저 흥미를 느끼게 하고 창의성을 길러준다. 그 뒤 잘 안 되던 과목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 자연스레 올라오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학생들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를 고민하게 한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를 꿈꾸면 보통 수학에 집중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자아를 먼저 발견하고 자신 안에서 기쁨을 찾게 한다. 그래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자신의 적성을 찾아간다. 즐거움을 찾는 게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래야 나중에 무엇을 전공하더라도 즐거움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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