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누구나 존엄하게’를 원한다면
[세상읽기] ‘누구나 존엄하게’를 원한다면
  • 인천투데이
  • 승인 2018.12.3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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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인천여성회 회장
홍선미 인천여성회 회장
홍선미 인천여성회 회장

2018년은 미투운동, 불법촬영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혜화역 시위, 낙태죄 폐지운동 등 페미니즘 이슈가 사회 전반에 부각한 해였다. 성차별과 성폭력을 끝장내기 위한 행동이 확산됐고, 성평등 사회를 향한 외침이 이어졌다. 하지만 여성혐오와 성범죄는 계속 발생한다.

최근에 ‘여친 불법촬영 인증 일베 13명 검거’ 뉴스를 보니, 범죄 이유가 관심을 받고 싶고,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였단다. 여자 친구의 신체 일부 노출 사진이 어디까지 퍼졌는지 확인조차 불가한 상태란다. 디지털 성범죄는 확산력이 높고 확인조차 안 되는 매우 끔찍한 범죄다. 놀이행위가 아니라 범죄행위라는 것을 각인하게 해야 하고, 강력한 처벌 기준을 둬야 근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디지털 성범죄가 수면위로 떠오르면 문제를 해결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경찰 수사도 법원의 판결도 편파적이라고 생각한 수많은 여성들은 혜화역으로 모여 집회를 열었다. 6차 시위까지 연인원 36만여 명이 참여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참여자 대부분은 10대와 20대였고, 이들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일상의 두려움과 공포였기에 직접 나섰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이 찍히고 유통되고 확인할 수도 없는 게 현재 디지털 범죄의 실상이다. ‘모를 수 있는 권력, 내가 모른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어느 페미니스트의 말처럼, 10~20대 여성들이 겪는 일상의 공포는 우리가 모른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다.

성차별 문제에 조금이라도 의식 있는 발언을 하면, 초등학생이나 청소년들이 ‘너 페미야?’라고 묻는다고 한다. 여성이 머리를 짧게 잘라도 ‘너 페미야?’라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 없이 ‘페미니스트’를 ‘빨갱이’처럼 낙인 하는 몰상식이 초래한 현상이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페미니즘의 영역이 확장된 것이라는 긍정적 면도 있다. 사회적 역동을 일으키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가지고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공부하게 하는 자극도 된다. 젠더감수성을 키우고 거의 매일 쏟아지는 페미니즘 이슈에 공감할 수 있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책은 스웨덴 청소년의 성평등 교육 필독서라고 한다. 성평등의식이 높고 성범죄율이 낮은 스웨덴은 어려서부터 이러한 교육을 받다보니 자연스럽게 성평등한 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82년생 김지영’을 읽는 것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쟁과 20대 젠더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어, 이들이 사회의 주축이 되는 10~20년 후가 걱정되기도 한다. 의식 전환을 위해서는 스웨덴처럼 전인적 교육의 한 형태로 성평등 교육을 교육과정에 넣어야 하지만, 한국의 입시 위주 교육에서는 꿈꾸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부터 시작해야한다.

페미니스트는 모든 성별이 사회ㆍ정치ㆍ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모든 사람은 어떠한 성별이나 인종을 가지고 태어나도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게 당연하다.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페미니즘이고, 페미니즘은 인간됨의 도리이다. 당연한 일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긴 성차별적 문제들이 성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성범죄 예방은 처벌도 필요하지만 가장 깊이 자리한 사회ㆍ문화적 의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누구나 존엄하게’를 원한다면, 새해에는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해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하며 실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