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건물 하수도공사로 누수···나몰라라
부평구, “오래된 건물이라 시기상 물샐 수 있어”

부평구가 지난해 실시한 하수도 정비공사 이후 건물에서 물이 샜는데, 부평구가 ‘나 몰라라’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심지어 부평구는 하수구를 막아 놓고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평구는 지난해 6월 부평문화의거리 인근에서 하수도 정비 공사를 했다. 이 일대 건물주 박아무개씨는 정비 공사를 한 후 건물에 물이 새기 시작했다고 했다.

박씨는 “이상했다. 공사를 마친 후 멀쩡하던 건물 지하에서 물이 줄줄 새기 시작했고, 1층도 하수관이 역류해 물이 흘러 넘쳤다. 그래서 부평구에 ‘공사가 잘못된 것 같다. 공사한 곳을 파헤치자’고 했지만, 자신들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누수 책임을 놓고 부평구와 실랑이를 지속하는 동안 물은 계속 샜다. 박씨는 구가 잘못하지 않았으면 자기가 비용을 부담하겠으니 파해쳐보자고 했다. 막상 파헤쳐보니 박씨의 건물에서 하수도 집수받이로 연결되는 하수관로 두 개 중 한 개를 콘크리트로 막아버린 게 드러났다.

부평구는 “하수도 정비 공사를 할 때 한 개가 막혀 있어서 안 쓰는 관로인 줄 알고 막았다. 그래서 다시 공사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처음에는 집수받이 공사를 했다는 말도 안 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막혀 있었다면 그 상태로 배수가 잘되고 있기 때문에 누수가 발생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여전히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변명과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2017년 6월 하수도 정비 공사 부실에 따른 누수 현상.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부평구가 지난해 9월 다시 공사했지만 누수는 계속됐다. 박 씨는 올해 9월까지 계속된 누수에 시달려야했고, 지하1층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세입자는 비만 오면 물을 퍼 날라야했다.

하지만 부평구는 하수도 집수받이 개선 공사 당시 부실은 인정하면서도, 추가 누수는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이에 박씨는 누수 탐지 민간업체에 의뢰해 조사했다. 하수도 집수받이 공사에 문제가 없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비가 오는 날 집수받이 주변을 모두 비닐로 덮어 빗물 유입을 차단한 뒤 지하에서 누수 여부를 살폈다.

비닐로 덮었을 때 누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눈에 띠게 줄었다. 이전 누수는 비만 오면 천장에서 줄줄 떨어지는 정도였는데, 비닐을 덮으니 벽을 타고 흐르는 정도였다. 누수 탐지 업체는 벽을 타고 흐르는 물이 상수도 관로에서 발생한 누수라고 판단했다.

박씨는 누수 탐지 업체의 의견을 바탕으로 자비를 들여 부평구가 마무리한 하수도 정비구간을 들춰냈다. 박씨가 찾아낸 누수 원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하수도 집수받이와 건물 사이에 있던 방수층 파손이었고, 다른 하나는 상수도 계량기에서 박씨 건물로 들어가는 상수도 관로 파손이었다. 이를 토대로 박씨는 부평구에 항의했지만, 부평구는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박씨는 “부평구가 하수도 정비 공사를 하기 전에 하수도와 건물 사이에 방수층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파손됐다. 그래서 비만 오면 하수도 집수받이에서 넘친 물이 건물로 샜던 것이다. 그리고 상수도 관로는 하수도 공사 때 계량기가 하중을 받아 파손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평구 관계자는 “민원을 제기해 많이 나가봤다. 해당 건물은 40년 된 건물이다. 시기상 그럴 수도 있다. 부평구가 잘못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다른 요인으로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평구의 이 같은 해명에 박씨는 혀를 내둘렀다. “누수 탐지와 공사를 진행한 업체의 소견서를 제출했고, 하수도 정비공사로 방수층이 파손된 사진을 보여줬다. 공사 당시 인부들이 상수도 계량기 등을 밟은 사진까지 보여줬다. 너무 뻔뻔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박씨는 올해 9월 자비를 들여 누수 방지 공사를 마무리했다. 그 이후 물이 안 샌다. 부실공사와 그에 따른 누수 책임을 요구하는 박씨에게 부평구는 ‘국가배상 청구를 활용하라’고 안내했다. 이를 두고 부평구는 “박씨가 배상을 요구하자 방법을 알려준 것뿐이다”라고 했다.

상수도 관로 파손에 따른 누수 사고
하수도 집수받이 공사로 막힌 하수관로(왼쪽 관로 아래 콘크리트)와 방수층 파손(붉은색)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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