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노회찬 전 의원이 인천에서 싹 틔운 '오래된 미래'

정부가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율을 1%대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하자 중소상인 단체가 ‘대통령님 고맙습니다’라고 크게 환영했다. 정의당은 자기 당의 성과나 다름없다며 정부 정책을 지지했다.

정부 발표의 핵심은 우선 카드 수수료율을 매출 500억원 이하 업체까지는 1%대로 낮추고, 매출 구간별로 수수료율을 설정해 매출이 적을수록 수수료율을 더 낮게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수수료율 산정 시 적격 비용에 포함되는 자금조달, 위험관리, 마케팅, 일반관리 등의 비용 산정 기준을 합리화했다.

특히 포인트ㆍ할인ㆍ마일리지 등 주로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등 대형 가맹점에 혜택이 집중됐던 마케팅비용을 가맹점 매출 규모에 따라 세분화하고 가맹점별 개별 비용 중심으로 전환한 점은 괄목할 만한 성과로 꼽힌다.

이 같은 조정에 따라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매출 10억원 이하 자영업자(편의점과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카드 수수료율이 1.4%로 조정돼 수수료 연간 최대 900만원 감소가 예상된다. 여기다 카드매출 세액공제 범위를 700만원까지 확대해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더 줄였다.

매출 30억원 이하의 슈퍼마켓, 의류 판매점, 대형 음식점의 경우 수수료율이 1.6%로 인하돼 수수료 연간 최대 2100만원 감소가 예상되고, 매출 100억원 이하의 중ㆍ소형 마트와 유통판매, 도매업의 경우 1.9%로 조정된다.

또 중소기업 구간의 절반에 해당하는 500억원까지는 1.95%로 조정해 연 평균 8000만원 정도의 수수료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 철폐 전국투쟁본부’ 등이 “촛불을 든 이유”, “경제민주화 개혁”이라고 환영할 만하다

인천지역 상인들과 카드수수료율 인하 운동을 시작한 노회찬 전 국회의원(자료제공 한국마트협회)

카드수수료율 인하 운동은 11년 전 시작됐다. 카드수수료율 인하 운동에는 노회찬 전 의원이 있었다. 노 전 의원은 인천 상인들과 부평구 지하도상가와 문화의거리 상점가 등에서 카드수수료율 인하운동을 시작했다. 

2007년 노 전 의원과 함께 상인조직을 꾸려 카드수수료율 인하 운동을 시작한 인태연 당시 부평상인대책협의회 대표는 현재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을 맡고 있고, 노 전 의원을 보좌했던 신장식 보좌관은 현재 정의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과 인천시당은 2007년 1월 부평역 지하도상가와 문화의거리, 테마의거리 등의 상점을 332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신용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토대로 불공정한 카드수수료율 조정을 촉구했다.

당시 카드 수수료율 적정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2.8%가 ‘너무 높다’고 답했다. 당시 응답자의 49.1%가 1%대 수수료율을 적정선이라고 응답했는데, 11년 만에 1%대로 진입한 셈이다.

또 82%가 카드사의 일방적인 수수료율 결정에 따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카드사와 협의 조정과정을 거쳐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대형마트와 명징한 차별이었는데, 이번에 대형 가맹점에 혜택이 집중됐던 마케팅비용을 가맹점 매출 규모에 따라 세분화 했다. 노회찬은 중소상인들의 ‘오래된 미래’였다.

노회찬 의원의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민주노동당은 2007년 6월 인천상인들과 연대해 ‘신용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운동인천본부’ 발족하고, 카드수수료율 운동을 본격화했다.

이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돼 일정하게 카드사들의 인하 효과를 낳게 했고, 나중에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형마트 규제, SSM 규제, 복하쇼핑몰 규제, 대리점 밀어내기 금지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

당시 카드수수료 인하 운동본부는 “자영업자들은 일주일에 90시간을 일하고 얻은 수익의 절반 가까이를 카드사들에게 수수료로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사상 최대의 흑자를 올리는 가운데 수수료가 수익의 50%에 육박하는 기형적인 소득분배구조가 생겨났다”며 카드수수료율 인하와 수수료 원가 공개, 신용카드 수수료와 동일한 부당한 체크카드 수수료 인하 등을 주창했다. 그리고 11년이 지나 카드수수료율이 1%대에 진입했고, 산정 기준과 방법 또한 상당히 합리화 됐다.

한국마트협회 홍춘호 이사는 정부가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발표하는 날 노회찬 전 의원이 시작했던 사진을 공개하며 그를 떠올렸다.

홍 이사는 “내가 기억하는 그는 이 나라 정치인 중 최초로 자영업이 한국의 특수한 산업 계층임을 인식했고, 그렇기에 상인운동에 누구보다 헌신했다. 숱한 집회와 기자회견, 토론회, 전국순회간담회, 입법청원 서명운동, 여신전문법 개정안만 10여개에 달하는 각종 민생법안…. 언제나 그는 우리를 응원했다”고 했다. 

“쉽지 않았을 문재인 대통령께 정말 고맙다. 칭찬받아 마땅하다. 상인들이 내건 대형 펼침막 ‘대통령님 고맙습니다’ 위에 자꾸 눈물이 번져 노회찬 세 글자가 아른거린다. 노회찬은 상인들의 ‘오래된 미래’ 였다. 정말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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