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분위기가 심각하다. 1대 주주인 지엠은 올해 초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3000명에 달하는 노동자를 일터에서 떠나게 하더니, 우리 정부와 산업은행, 노조와의 경영 정상화 합의 70여일 만에 한국지엠의 연구개발 분야를 떼어내 새 회사를 만드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노조가 반대했지만, 법인 분리를 강행했다.

지엠은 법인 분리가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노조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투자가 목적이라면 굳이 법인을 분리할 필요가 없기에,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 꿍꿍이의 실체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지난 5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지엠이 협의할 때 지엠이 ‘2000명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뜻을 산업은행 쪽에 전했다는 것이다. 법인 분리에 따른 ‘생산 분야 단순 하청기지, 연구개발 분야 구조조정’은 노조가 법인 분리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우려했던 바다.

지금처럼 단일 법인인 상태에선 노사 단체협약으로 정리해고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무직을 중심으로 3300명 이전이 예상되는 새 법인엔 이 같은 단체협약이 없어 고용보장이 어렵다. 노조가 새 법인으로 옮길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을 약속받기 위해 제안한 교섭을 사측이 거부하고 있는 것도, 노조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산업은행이 노조를 포함한 3자 회담을 제안했는데, 지엠이 ‘노조를 배제해야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협의가 가능하다’며 양자회담을 하자고 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은 지난 5월 정상화 합의에서 ‘산업은행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고, 경영에 참여하며, 한국지엠 10년을 보장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투자하기로 한 약 8000억원의 절반을 댔다. 그러나 지엠은 법인 분리를 일방적으로 강행했다. 그런데도 산업은행은 양자회담을 받아들였다. 또, 노조는 산업은행이 실시한 한국지엠 경영 실사 자료와 지난 5월 정상화 합의문 공개를 요구했으나, 산업은행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엠과 산업은행이 말하는 ‘한국지엠의 향후 10년’에, 아니 ‘지금 당장’에 노동자들은 없는 것이다.

한국지엠의 주인이 누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법적 소유자는 1대 주주인 지엠과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일궈온 일터이고, 지금도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굴러간다. 회사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일에 ‘너희는 빠져 있어라’ 하면, 어느 ‘너희’가 그 회사를 위해 일할 맛이 나겠는가. 그걸 바라보는 국민이 어떻게 그 회사를 신뢰하고 좋아하겠는가. 지엠이 이걸 노리는 건 아니길 바란다.

한마디 덧붙이면, 정부와 산업은행은 지엠에 더 이상 끌려 다니지 말고 노동자들과 먼저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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