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폭력 심각성 드러나...인권·인성 교육 부재 원인

▲ 검은 바지를 입은 여학생이 분홍옷을 입은 여학생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학교 친구라는 사실이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부평의 B여자중학교 학생이 같은 학교 동료 학생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 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렇듯 청소년들의 집단 폭행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이에 대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출되는 것은 교육당국의 인권과 인성에 대한 교육 부재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제의 동영상은 지난 1월 3일 UCC전문 사이트인 유튜브를 시작,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퍼졌다. 동영상에는 여학생이 무릎을 꿇은 채 친구로부터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청소년 폭력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월 3일 부평의 한 골목길에서 촬영된 동영상은 피해 여학생이 빌며 사정을 해도, 가해 학생이 얼굴과 온 몸을 발과 주먹으로 수차례 폭행하는 모습이 담겨 있으며, 동영상은 이 자리에 있었던 다른 친구에 의해 촬영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B여중 2학년 친구 사이이고, 피해자인 A(15세)양이 자신에 관한 나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다는 이유로 폭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의 동영상을 접한 부평의 한 학부모(48세)는 "군대에서도 구타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입시로 인해 경쟁만을 강요당했지, 인성 교육이 부족한 오늘 교육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 같아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동영상을 본 많은 네티즌들은 "청소년 폭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는 댓글을 포털사이트 등에 남겼다.

인천시북부교육청에 따르면 이 사건은 이미 지난달 학교에서 학교폭력선도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생들에 대해 징계를 내리고, 가해·피해 학생과 학부모도 합의를 마친 사건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가해 학생의 이름과 집 주소 등 개인정보까지 인터넷을 통해 유포돼 가해학생이 집전화로 욕설 전화를 받는 등 추가 피해를 받고 있다.

북부교육청은 애초 동영상을 찍고 미니홈피에 올렸던 학생이 동영상을 삭제했지만, 이 동영상이 친구들끼리 돌려보다가 유투브 등에 유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현장에서의 인권·인성 교육이 부재함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평지역 중·고등학교의 청소년 인권 교육은 몇몇 학교에서 연 1회 정도만 진행되는 데다, 전문 상담교사가 근무하는 학교가 중학교 3개, 고등학교 5개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맹수현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사무국장은 “학교의 분위기가 학생들에게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측면이 많고 인권·인성 교육은 미약한 상황에서 이런 사건은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인권 교육과 상담교사를 늘려야 하며, 학교의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학생들에게 경쟁의식과 스트레스만을 주는 입시 위주의 교육정책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부교육청 중등교육과 담당자는 “이번 사건으로 해당 학교에는 퇴직경찰들로 구성된 배움터 지킴이를 배치하기로 했으며, 상담활동과 인권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교사들에게 인성교육을 실시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을 맡은 경찰은 4일 가해자와 피해자 학부모를 불러 1차 조사를 진행하고 추가 조사를 계획 중이다. 또한 동영상 촬영과 유포 과정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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