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오전 중국인 선원이 인천항으로 밀입국했다. 이어서 28일 오전엔 베트남 선원이 역시 인천항으로 밀입국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항 보안경비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원인을 찾아야한다. 원인으로 보안경비에 투입되는 특수경비원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지목됐다.

인천항 특수경비원은 3조 2교대로 12시간씩 근무하다가 올해 7월부터 4조 3교대로 8시간씩 근무한다.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것이다. 총원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3조를 4조로 나누면 그만큼 조원이 줄기마련이다.

인천항 보안경비 관련 규정에는 출입문 보안검색 1명, CCTV 감시 1명, 순찰 1명 등 총3명이 경비하게 돼있다. 하지만 인원이 적어 규정을 지킬 수 없단다. 중국인 선원이 밀입국했을 때도 출입문 입구를 경계하던 특수경비원은 1명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야외에서 경비를 서야 하는 직업 특성과 낮은 급여, 일자리 불안정 때문에 입사 희망자는 적은 반면, 퇴직자는 많다고 한다. 근무체계 변경으로 노동시간은 8시간으로 줄었는데, 시간제로 임금이 정해지기 때문에 연봉이 적게는 6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줄었다. 이들의 임금은 월 50만~80만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인천항보안공사 소속인데, 인천항보안공사가 보안경비를 맡고 있는 부두는 14개다. 고용된 특수경비원은 116명인데, 모두 비정규직이다. 평균 근속이 8개월이고, 절반 정도는 6개월 미만이다. 이직률이 높은 셈이다. 이런 여건에서 국가보안시설인 부두를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다.

특수경비원노조는 근무체계 변경으로 인해 삭감된 임금을 보조해줄 것과 교대제를 변경해줄 것을 요구하며 투쟁해왔다. 이게 언론에 보도되자, 인천항만공사는 인천항보안공사와 노조와 함께 3자 교섭을 하겠다고 했다. 성실 교섭과 투쟁 자제를 약속하는 합의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게 지난 8월이다. 그러나 그 이후 진척된 게 없다. 인천항만공사는 자기들은 보안경비 업무를 인천항보안공사에 위탁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항 부두 14개의 보안경비체계를 일원화해 그 업무를 인천항보안공사에 위탁하는 걸 지시 또는 승인한 건 해양수산부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해양수산부가 책임을 지고 나서야한다는 것이다. 대책은 특수경비원 확충과 노동조건 개선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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