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 안에 있는 송도·청라·영종지구는 이제부터 외국인들이 넘쳐나는 닥치고 '국제도시'다. 적어도 인천경제청 시각으로는 무조건 그렇다. 경제청은 얼마전 영종지구 명칭을 ‘영종국제도시’로 바꾸는 내용을 담아 개발계획을 변경 고시했다. 같은 경제구역인 송도·청라는 진즉부터 국제도시라는 거창한 이름이 달렸는데 영종지구만 이름이 촌스럽다는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이로서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있는 3개 지구는 모두 국제도시라는 명칭이 부여됐다.

영종지구가 국제도시라는 명칭을 얻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5월 인천경제청이 명칭변경을 추진하면서 관할인 중구에 의견을 구했지만 주민들 눈치를 살피느라 답을 주지 못했다. 영종도와 용유도 주민들 사이에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경제청은 최근 중구에 재차 의견을 물었지만 ‘영종국제도시’와 ‘용유무의관광도시’ 의견이 팽팽해 결국 경제청장 직권으로 영종국제도시로 결정했다. 앞으로 용유도 주민들을 어떻게 달랠지는 경제청 숙제로 남겨졌다. 국제도시라는 호칭이 맨 먼저 붙은 청라나, 송도가 그 이후 이름에 걸맞는 도시로 변모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국제도시의 사전적 의미는 ‘외국인이 많이 살거나 외국인의 왕래가 잦은 도시’다. 현재 3개 지구에는 모두 29만7915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외국인 거주비율은 1.8%(5361명)에 불과하다. 좀 더 세분해 보면 송도 2.5%, 영종, 1.8%. 청라 0.9%다. 국제도시라는 명칭이 머쓱해 진다. 외국인 왕래 숫자는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알아봤자 별반 다를 게 없다.

우리가 그렇게 고집하는 국제도시를 외국에서는 어떻게 볼까. 뉴욕타임즈는 지난 4월 스마트시티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송도국제도시는 선진화된 연결성을 갖췄다고 자랑하지만 국제적 비즈니스나 외국인 거주자를 불러오는 기대에는 실패했다”고 단정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한술 더 떠 송도를 ‘고스트 타운’과 ‘체르노빌 같은 공허한 도시’라고 했다. 이름에 걸맞는 도시로 개발되지 못해 받아야 하는 조롱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도시는 고려시대 수도 개경(개성)이다. 개경은 당시에도 외국인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국제 무역도시였다. 개경에서 팔관회가 열리면 송나라 상인과 여진인들이 대거 참여했고, 멀리 아라비아에서도 상인들이 찾아 왔다고 전해진다. 개경은 교통의 중심지 였다. 전국의 육로를 연결하는 도로가 개경을 중심으로 뻗어 나갔다. 바다를 통해 외국으로 가는 무역로도 개경 입구에 위치한 벽란도에서 시작됐다. 개경은 무역과 불교를 통해 무역도시로 성장했다. 형식보다는 내용에 치중한 결과다. 1000년이 지난 지금의 후손들이 배워야 할 대목이다.

도시의 경쟁력은 그럴듯한 이름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다. 외국인 정주환경이나 인프라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대 했던 사람들로부터 짝퉁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에 쓸 수 있다. 경제청은 명칭변경에 따른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해소하고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영종국제도시를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한다”고 했다. 그동안 촌스러운 이름 때문에 외자유치가 힘들었다는 뜻으로 비춰 질 수 있다. 그런 발상이 더 촌스럽다.

세계적인 도시들을 보자. 뉴욕이나 파리, 도쿄 등은 국제도시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따라 붙지 않는다. 별 내용도 없이 국제도시라는 이름만 붙여 놓으면 된다는 경제청의 생각은 지나친 ‘열등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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