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박미애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인천 서구를 지역구로 하는 바른미래당 이학재 의원이 지난 12일 경제자유구역 단일학군 지정과 별도 외국어 교육 실시를 위한 ‘초ㆍ중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 대표 발의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법률안의 핵심은, 교육감이 초ㆍ중ㆍ고교 입학 배정을 위한 학생통학구역을 지정할 때 경제자유구역의 경우 해당 구역 안에서 학생통학구역을 설정(단일학군 지정)하고, 또 교육감이 경제자유구역 내 학교에 대해 외국어 교육과정 기준과 내용을 별도로 정하는 것이다.

이 법률안은 이명박 정부의 ‘어린쥐(orange)’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출범과 동시에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입학 비율을 10%에서 30%로 확대했고, 영어몰입교육을 추진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 뒤 박근혜 정부가 시행한 교육국제화특구 사업 또한 초ㆍ중ㆍ고 영어몰입교육을 유도하는 것이어서 공교육 황폐화 정책으로 비판받은 바 있다.

공교육 정상화를 바라는 많은 단체들은 그동안 영어교육 몰입 현상과 조기영어교육 추진을 비교육적인 것으로 보고 이를 부추기는 정책들에 대해 일관되게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방과 후 영어 학습과 놀이를 금지해야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나, 이학재 의원의 ‘경제자유구역 영어교육 과잉’ 법안에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도 이학재 의원 등은 이번에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어 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을 별도로 정하게 하는 ‘초ㆍ중등교육법’ 개정을 시도함으로써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경제자유구역 내 초ㆍ중ㆍ고교는 외국인학교처럼 운영되고, 영어몰입교육 파동이 다시 재현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전에도 이학재 의원은 서구에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유치를 주장해 결국 천문학적 재정 부담을 인천시가 떠안게 됐다. 또한 시청사를 가정동 루원시티에 유치할 것을 주장하는 등, 선심성 공약을 남발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통과 가능성도 불확실한 이번 법안을 발의한 것도 지역구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행태로밖에 볼 수 없다.

특히 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는 과밀학급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어, 서구 가정동 학생들을 받지 않게 단일학군 지정을 바라는 학부모들의 요구와 맞물려 있다. 여기에 외국어 교육 특혜까지 겹쳐지면, 주변지역 공교육 황폐화에 미칠 영향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어떻게든 남들을 추월하려는 욕망과 지역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결합한 지역 이기적이고 차별적 법안이 아닐 수 없다.

‘특화된’ 교육환경으로 ‘특별한’ 영어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글로벌 인재 양성인 양 포장하는 구태의연한 정책은 이제 그만 사라져야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구속된 마당에 ‘어린쥐’의 악몽이 웬 말인가?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