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지난달 30일 정오 무렵 부평역 북쪽 원형 광장에 200여명이 모였다. 출입국의 단속을 피하다 건설현장 지하에 떨어져 죽은 딴저테이라는 미얀마 노동자를 추모하고, 죽음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추석연휴 한 공중파 방송 보도로 한국 사람들에게 고인은 ‘출입국의 단속을 피하다 뇌사 상태에 빠졌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사망한 미얀마 노동자 산소띠씨’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발생한 김포의 건설현장 노동자들에 따르면, 지난 8월 22일 정오께 건설현장 간이식당에 인천출입국외국인청 단속반이 들이닥쳤다. 첫 수저를 채 뜨기도 전이었다. 단속반이 출입문을 잠그고 수갑을 들고 욕설을 하며 모두 앉으라고 하자, 미등록 이주민들이 창문으로 탈출하기 시작했다. 네명 정도가 탈출했지만, 딴저테이씨는 창문을 넘지 못했다. 단속반이 창문을 넘으려는 딴저테이씨의 발을 잡았고, 그 과정에서 딴저테이씨는 중심을 잃고 아래로 떨어졌다.

추모집회에 참가한 이들이 애통해하고 분노한 이유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단속과정에서 사망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출입국외국인청의 대응이 너무나도 비인간적이었기 때문이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단속반은 추락한 딴저테이씨를 재빠르게 구조하지 않았다. 미등록 노동자들이 더 도망가지 않게 단속하는 데 열중했다. 추락한 딴저테이씨를 발견하고 사람을 부르고 크레인을 동원해 구조하려한 것은 회사 관계자였다. 12시 5분에서 10분 사이에 추락한 딴저테이씨가 구조돼 병원에 도착한 때는 1시 25분이다. 한 시간 반가량을 치료받지 못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목격자들은 딴저테이씨를 지하에서 올렸을 때 그가 무언가 얘기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했다. ‘한국말을 할 수 있는 노동자를 불러오라’ 했지만. 단속반은 노동자들의 접근을 막았다고 했다. 병원에서도 미얀마에서 유가족이 올 때까지 동료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더욱 더 기가 막힌 것은 초기에 사망 원인을 ‘자살자해’라고 표기한 점이다. 유족이 보험을 수령하기 위해 서류를 확인하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다. 누군가 병원에 그렇게 이야기했을 텐데, 법무부와 119구급대, 동석자 모두 자살자해라고 얘기한 적이 없단다.

딴저테이씨가 뇌사 상태로 병원에 있는 동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공권력의 폭력과 그로인한 죽음이 ‘쉬쉬’되던 동안, 법무부는 오히려 건설업에 불법 취업하는 외국인들을 집중 단속할 것이고, 한 번만 단속돼도 강제 출국시키겠다고 공표했다. 서민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장은 추석을 앞둔 9월 14일 구로 인력시장에서 불법취업 고용 방지 계도활동과 주민간담회를 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정부가 나서서 미등록 이주민들을 서민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묘사해 이주민들에 대한 불안과 혐오의 감정을 조장하고 있다. 조장된 불안과 혐오의 감정 뒤에 숨어 미등록 이주민들에게 폭력적 단속을 지속하며 이들이 함께 살고 있는 이웃이라는 인식을 무감각하게 만들고 있다.

매번 사람이 다치고 죽는데도 법무부의 폭력적 단속은 계속되고 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미등록의 길을 선택하게 만드는 부조리한 외국인고용허가시스템을 근원적으로 고민하라는 요구는 무시하고서 말이다. 도대체 이 비극을 언제까지 할 건가. 이 땅에 어떤 노동자도 공권력에 쫓기다 추락해 죽어서는 안 된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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