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와 평화를 위한 상처들 잊지 않으려 애쓰겠다”
“민주와 평화를 위한 상처들 잊지 않으려 애쓰겠다”
  • 박도훈 인턴기자
  • 승인 2018.10.15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박성훈 제4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 대상 수상자

‘상처 없는 느티나무를 보았니/ 크고 작은 상처들이 오래 남을 무늬들을 새기고/ 굳은살을 만드는 걸 너는 아니/ 그 상처들이 나무 둥치를 키우고/ 마침내 동네 하나 덮고도 남을 그늘을 키워내는 걸’

지난 10월 6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본선을 치른 제4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성훈씨의 노래 ‘느티나무를 위하여’의 가사다. 가사에서 느낄 수 있듯, 민주와 평화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다. 느티나무가 상처를 입으며 동네를 덮을 정도로 자라는 것처럼, 우리나라 민주와 평화도 여러 상처가 난 뒤 실현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1988년, 대학 노래패서 음악활동 시작
 

박성훈 제4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 대상 수상자.
박성훈 제4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 대상 수상자.

“대학교 1학년 축제 때 ‘친구’라는 노래패의 공연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그 이후 민중가요에 푹 빠져 지내다가 학교 선배와 동기들과 노래패를 만들었다. 노래패 활동을 하며 만난 친구들과 음악활동을 전문적으로 해보자고 의기투합해 팀을 만들었는데, 여러 일이 생겨서 해체했다”

박씨는 팀을 해체하며 음악활동을 그만뒀다. 직장에 다니기도 했고,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아 교수가 됐다. 현재 순천대학교 환경공학과에 재직 중이다.

박씨는 “노래패 활동 당시 주로 민중가요를 불렀는데, 그때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음악활동을 그만둔 후,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미안했다. 그들을 노래로 응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동안 용기가 없어서, 실력이 없어서 못했다”고 말했다.

‘중년시대’로 다시 음악활동 이어내

노래를 다시 시작한 계기를 묻자, ‘윤선애’라고 답했다. 윤선애씨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결성될 수 있는 역할을 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노래운동단체 ‘새벽’의 멤버다. 박씨는 윤씨의 오랜 팬이다.

윤씨가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박씨는 팬 카페 모임에 참여했다. 당시 팬 카페 모임에선 윤씨의 공연을 만들자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공연에서 박씨를 포함한 팬 카페 회원 중 일부가 팀을 결성해 윤씨의 코러스를 맡았는데, 이 코러스 팀이 제3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에 참가하기도 했던 ‘중년시대’다. 윤씨의 공연 후 ‘중년시대’ 멤버들은 박씨에게 음악활동을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박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박씨는 “‘중년시대’ 다른 멤버들은 서울에 사는 반면, 나는 순천에 살고 있다. 위치상 멤버들과 자주 만나기 어려워 순천에서 솔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솔로로 활동하며 만난 사람들과 포크 락 밴드 ‘등걸’을 결성했다. 현재 솔로, 중년시대, 등걸 등 세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운동하는 사람들 응원

박씨는 주로 시노래와 민중가요를 만들고 부른다. 대학생 때 노래패 활동을 하며 접했던 노래들이라 자연스레 다시 부르게 됐단다.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 제약이 많이 따른다. 때문에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직접 연대해 노래를 부르지는 못하지만, 그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노래에 담고 있다”

노래를 만들 때 영감은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엔 “주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사회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서 “하지만 내 노래가 모두 그런 메시지를 담은 것은 아니다. 아내와 만난 이야기나 읽었던 시를 가사로 적은 곡도 있다. 내 삶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노래의 소재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평화창작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노래 ‘느티나무를 위하여’의 가사는 순천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자 시인인 오성호씨의 시로 만들었다.

박씨는 지난 2011년에 캐나다에서 안식(=연구)년을 보냈다. 캐나다로 떠나기 전 환송회가 열렸는데, 그때 오씨가 자신의 시집을 선물했다. 그 시집을 캐나다에서부터 계속 읽은 박씨는 2014년에 악상이 떠올라 ‘느티나무를 위하여’를 만들었다.

박씨는 “악상이 바로 떠올라 노래를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느티나무를 위하여’는 시를 곱씹다가 악상이 떠올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노래로 가요제에서 상을 받아 기쁘다. 이 노래는 민주와 평화를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여러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위한 노래다. 모든 영광을 그 사람들이 아니라 내 노래만 누리는 것 같아 한편으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음반 발표할 계획

앞으로 음악활동 계획을 묻자, 박씨는 “올해부터 음반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씨는 솔로, 중년시대, 등걸 등 세 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데, 활동계획이 각각 다르다. 솔로 활동의 경우, 현재 음반 편곡과 디렉팅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광주에 사는 지인에게 음반을 맡긴 상태다. 내년 초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등걸’ 활동의 경우, 현재 음반 녹음 중이다. 박씨는 ‘등걸’에서 세컨드 기타와 보컬, 작곡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올해 초부터 계획했는데, 이달 말까지 녹음을 완료하고 올해 말에 발매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박씨는 솔로와 ‘등걸’로 순천 안팎에서 한 달에 한두 번 공연하고 있다. 그밖에도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팽목항에서 노래를 부르는 등, 연대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중년시대’는 올해 음반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씨는 ‘중년시대’에서 작곡과 보컬을 맡고 있고, ‘중년시대’는 주로 서울에서 공연한다.
음악활동을 언제까지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박씨는 “기타를 들 수 없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화, 사회적 소수자 인권 우선해야
 

제4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 본선에서 공연 중인 박성훈씨와 연주자들.
제4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 본선에서 공연 중인 박성훈씨와 연주자들.

남북 관계가 급변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금 시기에 필요한 평화엔 어떤 의미가 담겨야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박씨는 “인권이 가장 우선시돼야한다”고 답했다.

“정치ㆍ군사 분야 합의 등으로 ‘전쟁이 없는 상태’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장애인ㆍ여성ㆍ성소수자ㆍ이주노동자ㆍ난민 등을 대상화한 많은 차별이 존재한다. 이런 사회적 소수자들을 우리 사회가 포용하지 못한다면, 통일이 다른 차별을 만드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는 이어서 “통일 자체가 궁극적 목표가 아닐 수 있다. 더 나아가 모든 소수자의 인권이 보장되고 사회적으로 그걸 당연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평화창가요제 본선을 앞두고 <인천투데이>이 진행한 인터뷰에서 박씨는 “평화는 흐트러지고 깨진 조화를 되돌리려는 노력이다. 겉보기에 그 노력이 평화롭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서 평화가 온다. 우리는 이 노력의 과정에서 비롯한 상처들을 잊지 말아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박씨는 “많은 사람이 통일을 경제나 여행을 중심으로 바라본다. 내가 생각하는 관점에서 평화를 바라보는 것과 달리, 지난 세월 동안 분단을 직접 겪은 사람들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서 “남한 주민들이 북한 주민들과 직접 교류하는 게 중요하다.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 만나 관계를 이룬 상태에서 통일이 이뤄져야 갈등이 줄어들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