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자료 요구 자제하고, 개선책 마련돼야”

전국 시·도교육청의 국정감사가 다가오면서 국회의원들의 요구 자료로 일선 학교의 교사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데 지장이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제기하기도 했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오는 15일 열리는 인천·서울·경기 교육청의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는 모두 200건 정도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일선학교까지 공문이 내려가 교사들이 자료를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행정기관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의정활동으로서 꼭 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국감이나 청문회를 앞두고 ‘긴급’이라고 적어 당일 즉시 제출하라는 요구 공문은 수업 파행까지 가져오고 있다는 교사들의 주장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를 앞두고 ‘초·중·고등학교 농구공 보유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해당 의원은 농구공 보유 현황(개수)과 함께 제조사별 보유 현황도 분류하도록 했다.

공문을 받은 인천지역 한 학교 교사는 11일 <인천투데이>과의 전화통화에서 “학교에 농구공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데 이걸 다 찾아내서 브랜드별로 분류해야 한다”며 “왜 농구공 숫자와 브랜드를 파악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국회의원이 자료를 요청하니 무조건 제출하라는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해당 의원은 일부 브랜드 농구공 표면에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입수하고, 이 농구공을 일선학교에서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 지 조사하기 위해서 해당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감사 자료 제출 요구로 인한 교사들의 스트레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가 지난 5월 스승의 날을 맞아 진행한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자료 집계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은 국회의원 요구 자료 제출’을 학교현장 적폐 청산을 위해 없애야할 것으로 가장 많이 꼽았다.

전국 교사들의 단체인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지난 7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회의원 요구 자료,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는 청원을 올리고 개선을 요구했다. 11일 현재 5700여명의 국민이 청원에 참여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국정감사나 청문회가 열리는 중에는 국회의원의 각종 자료 제출 요구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고 때로는 수업마저 파행을 겪기도 한다”며 “이미 정보공개에 관한 법으로 자료가 공개된 내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무리한 자료 요구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박미애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은 “교사들이 왜 청산해야할 적폐로 국회의원 요구 자료 제출을 꼽았는지 알아야 한다”며 “매년 중복되는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기에 나이스(NEIS) 등에 기존 자료는 축적되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하는 등 교사들이 업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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