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 있는 골목 만들기 6년째
상인과 주민 참여 해마다 늘어

많은 사람들이 제6회 화랑북로 골목축제를 찾았다.

평소 썰렁한 골목, 사람들로 북적북적

“지난해에도 이 축제가 열리는 걸 알았는데, 다른 일로 나와 보지 못했다. 산곡3동 성당을 다니는데, 평소 골목풍경은 이렇지 않고 썰렁했다. 골목이 사람들로 북적북적하고,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니 좋다. 이렇게 정감 있는 골목과 동네를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유아차에 탄 딸을 데리고 나온 주민 고재석(46)씨의 소감이다. 그는 근처 현대아파트에 산다고 했다.

“학교에서 나온 안내장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왔다. 책 표지로 가방 만들기와 달고나 뽑기를 했는데, 재미있었다. 먹을거리와 놀거리, 볼거리가 많아 좋다”

카메라를 보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한 대정초등학교 2학년 아이 세 명(배석현, 배찬승, 원성연)의 이야기다. 각자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왔다고 했고, 한 아이의 손에는 솜사탕이 들려있기도 했다.

“골목축제 할 때에나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축제날에는 매출이 좀 나아지는데, 매출을 떠나 사람들을 구경하는 게 재미있다. 봄, 가을로 일 년에 두 번 축제를 했으면 좋겠다”

이 골목에서 15년째 속옷가게를 하는 김아무개(60)씨의 말이다. 김씨는 점포 앞 가판대에 평소보다 싸게 파는 속옷들을 진열해놓았다.

낙원떡집의 떡메치기와 인절미 만들기.
산곡남중학교 밴드동아리의 공연.

여러 단체 참여로 프로그램 ‘풍성’

지난 9일 한글날, 오후 내내 골목축제가 열린 부평구 산곡동 화랑북로(부평대건신협과 산곡3동 성당 앞 골목)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길이 150미터 정도 되는 골목길 양쪽 변과 작은 골목에 공연ㆍ체험ㆍ전시ㆍ먹거리ㆍ벼룩시장 마당이 펼쳐졌다. 산곡3동 풍물놀이패의 길놀이로 축제 시작을 알렸고, 골목 상인들과 주민들의 화합을 다지는 노래자랑대회로 축제를 마무리했다.

체험 프로그램은 골목 상인들의 참여로 풍성해졌다. ▲떡집의 ‘떡메치기와 인절미 만들기’ ▲홈패션 가게의 ‘에코백 만들기’ ▲미용실의 ‘브릿지 염색’ ▲미용재료 상점의 ‘미용 샘플 만들기’ 등을 진행했다. 상인들은 의류ㆍ음료ㆍ정육ㆍ홈패션 제품ㆍ미용재료 등을 할인판매하기도 했다.

▲부평대건신협의 ‘어린이 경제 퀴즈’ ▲부원중학교 과학 동아리의 ‘3D 펜으로 만드는 캐릭터 열쇠고리’ ▲부평구청소년수련관의 ‘나만의 머그컵 만들기’ ▲한림병원의 ‘혈당과 혈압 검사’ ▲인천여성회 부평지부의 ‘타로로 보는 심리여행’과 ‘젠더감수성 알아보기’ 체험부수도 운영했다.

이밖에 ▲산곡여중 한글동아리의 ‘한글 배지 만들기’ ▲세실 프리스쿨 어린이집의 ‘페이스페인팅’과 ‘손거울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부스를 운영했다. 산곡3동 어린이집과 주민들의 벼룩시장도 펼쳐졌다.

마을축제에서 먹거리와 볼거리도 빠질 수 없는 일. 산곡3동 새마을부녀회와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이 먹거리 마당을 운영했고, 달고나 뽑기와 솜사탕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축제 중간 중간에 공연마당에서 진행한 공연은 흥을 돋웠다. 청개구리도서관의 오카리나 연주로 시작해 이바 유치원(7세)의 합창, 세실 프리스쿨 어린이집(7세)의 북과 장구 공연, 산곡3동 주민자치센터의 기타ㆍ민요ㆍ마술 공연으로 이어졌다. 산곡남중학교 밴드동아리의 공연은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산곡3동 주민자치센터의 민요 공연.
부평대건신협의 어린이 경제 교육.

네트워크 운영 힘들지만, 마을공동체 위해 계속 노력

이번 제6회 화랑북로 골목축제 추진위원회엔 부평대건신협, 산곡3동 주민센터ㆍ주민자치위원회ㆍ통장협의회ㆍ새마을부녀회, 부평평화복지연대, 인천여성회 부평지부, 청개구리어린이도선관이 함께했다.

현용숙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관장은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아 다행이고, 많이 준비한 만큼 많은 사람이 즐겨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서 “대건신용협동조합과 산곡3동 주민자치위원회가 많이 후원했고, 골목 상인들도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마음을 내줘 축제가 풍성해진 느낌이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여러 단체와 기관이 함께 축제를 준비하다보니 의견 조율이 어렵기도 하다. 무엇보다 골목 상인들의 반응이 중요하다. 이에 축제추진위는 축제를 기획할 때 먼저 상가 상인들의 의견을 들었다. 상인들의 축제 참여 여부와 방식, 요구사항을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에 점포 45개 정도가 참여했다.

현용숙 관장은 “이 골목은 평소에 썰렁하다. 상인들이 처음엔 ‘일 년에 한 번 하고 마는 축제로 상가 활성화가 가능하겠느냐’며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제 차량 이동과 부스 설치, 전기 사용 등을 흔쾌히 허락했다. 최소한 일 년에 두 번은 하자는 상인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서 “생각과 관점이 천차만별이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줄여나가는 게 여전히 과제다. 마을에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게 힘들지만, 그렇게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게 의미가 있다”고 했다.

부평구가 이 골목축제를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으로 선정해 예산을 지원하지만, 행사를 제대로 치르기엔 부족하다. 여러 단체와 상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이나 물품을 보태 축제를 풍성하게 만든다.

김장현 부평대건신협 이사장은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이 처음 시작한 골목축제가 어느새 6년째다. 마을공동체를 실제 느끼려면 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장을 계속 만들어야한다. 이 골목축제가 지속될 수 있게 관에서도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골목축제에 차준택 부평구청장도 들러 여러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진행자들을 격려했다.

산곡3동 풍물놀이패의 길놀이.
부원중학교 과학 동아리의 ‘3D 펜으로 만드는 캐릭터 열쇠고리’.
세실 프리스쿨 어린이집(7세)의 북과 장구 공연.
산곡3동 새마을부녀회의 먹거리 나눔바자회.
인천여성회 부평지부의 내 젠더감수성 알아보기.
산곡3동 주민자치센터의 캘리로 표현하기.
인천여성회 부평지부의 타로로 심리여행.
휘타구 체험.
상인과 주민들의 제기차기 대회.
벼룩시장.
학교에서 축제 안내장을 보고 왔다는 대정초교 2학년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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