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8월까지 인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이 아홉 명이나 된다. 중학생이 다섯 명이고, 고등학생이 여섯 명이다. 남녀 비율을 보면 여학생이 남학생의 두 배다. 2014년부터 집계하면 서른 명에 달한다. 이 학생들은 어떤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인천시교육청이 최근 3년간 학생 자살의 원인을 분석해봤더니, ‘분명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가 4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이어서 가정불화, 성적비관, 우울증 순이다. 우울증은 가정불화로도, 성적비관으로도 생길 수 있다. 집단따돌림 같은 학교폭력을 당해 생길 수도 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다.

지난 7월 인천의 한 중학교 여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이 학생은 평소 학교폭력으로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고, 경찰 수사에서 동급생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정황이 드러났다. 중학생들이 동급생을 성적 대상화하고 성폭행을 하다니, 10대 남학생들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보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는데, 학교현장에서 성차별과 혐오에 적극 대응하지 않아온 탓이 크다. 특히 교사가 자신의 언행이 성차별이나 성범죄인지도 모르고 학생들을 대하는 건 심각한 문제다.

최근 ‘교사가 학생을 성희롱하거나 성차별했다’고 폭로하는 ‘스쿨 미투’가 확산되고 있는데, 인천에서도 이를 마주할 수 있다. 학생들이 SNS상에 폭로한 걸 보면, 계양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경기시간을 차별하고, ‘여자는 다리가 예뻐야 한다’는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 부평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여자는 임신을 해야 하니 몸을 따뜻하게 하라’고 말했다. 그 교사는 또, 여학생들이 옷을 갈아입는 교실에 들어갔을 때 학생이 나가달라고 하자, 버릇없다고 꾸짖고 본인 앞에서 갈아입게 했다. 이 학교 다른 교사는 평소 ‘여자는 ~해야 돼’라는 성차별적 발언과 손찌검을 했다.

‘~해야 돼’는 여학생들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남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이는 교실에서 인권 감수성과 성평등 의식이 성장하고 확산하는 걸 막고, 성차별과 혐오를 조장한다.

예년에 비해 올해 들어 자살 학생이 많아지자, 시교육청은 위기학생지원위원회라는 걸 꾸렸다. 위원의 절반 정도를 대학 상담심리학 교수 등 외부 인사로 위촉했다. 이 위원회에서 시교육청의 자살 예방 대책을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란다. 자살위험 학생을 찾아내 적극 케어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살위험 학생이 나오지 않게 풍토를 바꿔야한다. 학생들을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키우기 위해 학교문화를 바꾸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거기에 인권교육과 성평등 교육만큼 효과적인 건 없다. 학교 구성원이라면 이 교육에서 열외가 없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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