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하려는 장애인단체에 용역업체 명함 건네
시 체육회, “잘못된 일…조사 후 조치 취할 것”

인천남동체육관 외부(위)와 내부(아래) 모습.

인천시체육회가 남동체육관을 이용하려는 장애인과 장애인단체들에게 이용 후 정리정돈을 빌미로 청소용역 사용을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시체육회는 화장실 청소까지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달장애인부모연대 남동구지회와 사회적기업 ‘꿈꾸는 거북이’는 지난 9일 남동체육관을 이용하려다 이용료보다 비싼 청소용역 요금에 발길을 돌려야했다. ‘꿈꾸는 거북이’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체육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운영한다.

이들은 남동체육관 건물 밖 그늘진 곳에 운동용 실내자전거를 세워두고 장애인들이 페달을 밟게 하는 운동을 진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남동체육관을 관리하는 시체육회는 ‘실외는 규정상 대여가 안 된다’며 실내 사용을 권장했다. 아울러 남동체육관은 체조경기장으로 지어진 곳이라 실내에 마루가 깔려 있으니, 실내자전거를 설치할 경우 훼손 우려가 있다며 매트를 깔고 사용하라고 했다. 여기까지는 장애인부모단체도 수긍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시체육회는 마루 훼손 우려가 있으니 매트를 깔아 사용한 뒤 이를 걷어주고 청소하는 것까지를 외부 용역에 맡기라고 했다. 대략 50만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과 부모 모두 20명에 불과한 인원이 체육관을 한두 시간 이용하는 데 청소용역으로 50만원 정도 소요된다니 어이가 없었다. 이 단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시 체육진흥과에 항의하고, 박인동 시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다음날(10일) 박인동 시의원이 나서 시 체육진흥과 관계자와 장애인부모단체를 불러 상황을 공유했다. 시 체육진흥과는 중재안으로 체육관 마루가 아닌 내부 부속실을 이용할 것을 권유했고, 장애인부모단체는 이를 수용했다.

같은 날 남동체육관 측은 장애인부모단체한테 8시간 이용요금이 10만원이라며 시설물 파손을 유의해 사용할 것을 안내했다. 장애인부모단체는 시간당 2만 5000원이라 요금이 비싸지 않고 청소용역 얘기가 없어, 안심했다.

그러나 사흘 뒤인 13일 남동체육관 측은 이용방식을 번복했다. 부속실도 사용 후 정리정돈이 필요하다며 외부 청소용역에 맡기라며 용역업체 명함까지 건넸다. 용역업체를 직접 섭외해도 된다고 덧붙이더니, 화장실 청소까지 하라고 요구했다.

장애인부모단체가 남동체육관 측이 소개해준 업체에 문의해보니, 청소용역 이용요금은 한 사람 출장 기준 회당 10만원이고, 2명 출장 시 20만원이라고 했다. 일주일에 다섯 번 체육관을 이용하면 출장 용역을 한 명만 불러도 50만원을 지출해야한다. 장애인부모단체가 직접 알아본 업체는 회당 6만원이라고 했다.

장애인 부모들은 이 같은 처사에 분통을 터트렸다. 장애인부모단체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기껏 이용해봐야 두어 시간이다. 그것도 실내자전거만 설치하고 페달만 밟는 정도다. 훼손 우려가 있으면 우리가 매트리스를 구해다 깔면 되는 일인데 굳이 청소용역을 부르라고 하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여기에 화장실 청소는 너무 지나친 요구다”라고 말했다.

남동체육관 측은 이용 후 시설물이 종종 훼손되는 경우가 있어 규정상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또, 체육관 관리 인력으로는 청소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부 용역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시체육회의 입장은 달랐다. 파문이 커지자, 시체육회는 ‘소외계층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앞장서야할 체육회가 적절하지 못하게 대응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시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경기장 관리운영비로 들어가는 130억원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부득이하게 이용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소수 인원이 대형 시설을 이용할 경우 에어컨 가동 등 관리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이용이 어려워 정당 집회나 콘서트 등 대규모 행사가 아니면 대여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대규모 행사가 끝나면 자체 인력으로 뒷정리를 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체육관 이용 계획에 청소용역을 포함하는 것을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대형 행사에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수 인원이 조그만 부속실을 이용하는 데까지 외부 용역에 맡기게 했다면 적절하지 못한 일이다.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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