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최은영의 소설 ‘선택’에는 취업 사기 같은 것을 당한 언니가 나온다.

언니는 비정규직 승무원으로 고용됐지만, 2년 뒤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았다. 2년 뒤 사측은 자회사의 다른 부서에서 비정규직으로 재계약해야하고, 앞으로도 직접 고용은 없을 것이라고 언니에게 통보했다. 언니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투쟁한다.

이 작품은 KTX 승무원의 부당해고를 다뤘다. 소설은 부당해고를 당한 KTX 승무원들이 한 어떤 선택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그들은 무엇을 선택하려 했는가. 언니가 ‘나’에게 보냈던 편지의 일부로 글을 연다.

“네가 나보고 그냥 떠나버리라고 말했을 때 내가 너에게 했던 말 기억해? 사람은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말. 아니야. 사람은 그렇게 살아도 돼. 떠나도 돼. 피해도 돼.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면서 폭언을 듣고 조롱을 당하고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입지 않아도 돼. (중략) 나는 그저 사람일 뿐이야. 난 생각했어. (중략) 우리의 뜻이 단 사람의 마음에라도 온전히 닿을 수 있을까…. 나의 이 나약함을 위해 기도해줄 수 있니. 나는 내가 겪는 이 고통을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는 않아. 그것뿐이야”(29~30쪽)

그리고 2018년 7월 21일, 2006년 부당하게 해고된 KTX 승무원들을 코레일이 특별 채용하겠다는 노사 합의가 체결됐다. KTX 승무원 복직 투쟁에 대해 일군에서는 그들이 정규직을 얻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설령 그렇게 시작된 투쟁이었다고 해도 그것의 쟁취만으로 끝났다고 할 수는 없다. 먼저 정규직 관련해 주변에서 옳고 그름을 들이댈 문제는 아니다. 코레일의 채용 과정에서 처음부터 정규직 전환이 약속돼있었던 상황이므로 그것은 애초에 지켜졌어야 하는 계약이다. 이는 채용에 관한 계약 내용이 공정하게 이행되는 사회를 만드는 과정이기도 했을 것이다. 또한 국민 안전을 책임지고 보장할 수 있는 국가를 선택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KTX 열차에서 안전을 담당하는 정규직 승무원은 열차팀장 1명이라고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지부장은 말한다.

회사의 논리는 이렇다. ‘승무원은 서비스직이다. 안전 교육을 받는 안전 담당 직원은 본사 정규직 근로자다. 승무원은 안전 담당이 아니고 서비스직이므로 코레일과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다’

그러나 승무원은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사고에 대처한다. 회사는 그들이 ‘안전 담당’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들은 안전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승무원들이 직접 고용 관계에 놓이기를 선택했고 그것을 주장했다면 그들이 선택한 것의 결과물이 비단 ‘정규직’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경험하고 목격했으며 살아남았다. 삶을 보장받는 대신 살아남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KTX 승무원을 욕하고 부당해고에 눈감는 동안 우리의 삶을 방치하는 데 일조한 것이 우리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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