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창 부평구 주민참여예산 강사
1989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처음 시작한 주민참여예산제도는 행정의 투명성과 주민복리를 증진하는 데 혁신적 제도로 인정받아 현재 전 세계 2700여개 도시에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고, 특히 부평구는 매우 활성화돼있다. 부평구는 동마다 지역위원 15~25명을 뒀고, 이들이 사업을 제안하면 주민위원 100명가량이 분과를 나눠 심사한다. 사업 제안은 동 지역위원회와 부평구 홈페이지, 청소년 참여예산학교 등을 통해 이뤄진다.
지난해에는 사업 총78건이 제안됐고, 이중 56건이 반영됐다. 28건은 지난해 사업으로, 나머지 28건은 올해 사업으로 예산 6억 6500만원이 책정됐다. 부평구 일반회계예산 6875억원의 0.1%가량밖에 안 되지만, 주민이 제안하고 심사하니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주민참여예산을 늘리고 주민 참여 폭을 확대하면 주민복리 증진에 도움이 되는 좋은 사업이 더 많이 제안될 수 있을 텐데, 아직은 단순 민원성 사업에 머무르고 있는 게 아쉽다.
이런 아쉬움을 줄이기 위해 이렇게 운영하면 어떨까.
무엇보다 참여예산 교육을 활성화해야한다. ‘참여예산학교’라는 이름으로 청소년이나 각 동 자생단체 회원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는데, 교육대상을 확대해야한다. 직능단체ㆍ마을공동체ㆍ복지단체ㆍ봉사단체ㆍ학부모단체 등, 다양한 주민에게 참여예산제도를 안내하고, 교육청과 협의해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 한 학기당 한 시간 정도 지역 역사와 함께 참여예산제도를 설명한다면,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게 교육 주체인 강사단이다. 다양한 운영 방법과 사례 등을 공부하고 연구해 주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안내할 수는 역량을 키워야한다. 아울러 주민참여예산‘연구회’가 자문 역할에 그치고 있으므로 그 명칭을 ‘지원협의회’로 변경,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두 번째, 22개 동 지역위원회를 6~7개 권역위원회로 묶어 운영하자. 지금은 동 지역위원회에서 사업 3개를 제안하게 하고 있는데, 제안할 사업이 없는 동도 있고 여러 개 있는 동도 있다. 동 이기주의를 탈피하고 다수 주민을 위한 사업을 제안할 수 있게 권역으로 나눠 운영하면 어떨까. 더욱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사업이 제안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 번째, 주민참여예산 위원들을 다양화하자. 연령별로, 직업군별로 다양하게 위촉하자. 그래야 다양한 목소리와 제안 사업이 나올 수 있다.
아울러 사업 제안과 심사에 많은 주민이 동참하게 하자. 되도록 많은 주민이 사업을 제안하고 참여할 수 있다면 주민복리는 더욱 증진될 것이다.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선 2000년에 시민 120만명 중 4만 5000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끝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 활성화를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하자. 구청장을 비롯해 담당 공무원과 구의원, 참여예산 위원, 주민이 모여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토론했으면 한다.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 관 주도 행정에서 주민 주도 행정으로 넘어가고 있다. 주민이 주인 되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주민 참여가 활발할수록 행정 실수나 예산 낭비는 줄어들고, 주민 편의는 늘어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 완성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