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포천에 예상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45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 썩은 바닥을 거둬내고 정비한 뒤, 깨끗한 한강물을 끌어와 흘려보내고 있건만, 비가 내리자 도루묵이 된 것이다.

지난 2월 13일 오후 6시 기준 부평의 강수량은 29㎜로,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정도였지만, 굴포천엔 악취가 나는 시커먼 물이 흘렀다.

12일 오전 10시경 굴포천을 찾아온 겨울 손님 청둥오리가 한가로이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며, 부평구가 각 언론사로 보도 자료를 발송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원인은 굴포천 상류 복개구간과 청천천 복개구간의 하수와 오수가 흘러들지 못하도록 차집관로를 설치했는데, 비가 오면서 제 기능을 못하고 그냥 넘쳐흘렀기 때문이다. 졸속행정이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복개구간을 모두 뜯어낸 다음 하수관거를 정비하는 방법밖에 없다. 더욱 한심한 것은 애초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을 시작할 때 이를 알았지만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450억이라는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부으면서 이렇듯 무대책일수 있는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부평구는 지금 자연형하천 정비공사가 완료된 굴포천 일원의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굴포천 주변을 생태·문화·교육공간으로, 공공예술·공공디자인·야간경관이 특화되고, 자전거·보행자·장애인·노약자에 친화적인 ‘Barrier-Free(무장애) 굴포천’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비만 오면 썩은 물이 흐를 곳에 ‘생태’를 가져다 붙이는 건 억지춘향이다. 굴포천 상류 복개구간을 복원하고 하수관거를 정비하는 사업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할 때다.

아울러 굴포천 지류인 산곡천의 미복개구간을 복개하는 것은 근시안적 행정으로 예산낭비의 사례가 될 수 있다. ‘굴포천 본류의 복개지역을 복원해야한다’는 인천시의 ‘하천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결과뿐 아니라 하천 살리기 정책과도 배치되는 일이다.

물론 악취와 병충해로 오랫동안 고통을 감내해온 인근 주민들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원성은 복개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랜 민원을 질질 끌어온 늑장행정에 있다. 언제 될지 모르는 복원을 기다리느니 그냥 덮으라는 것이다.

결국 ‘복개를 위한 암거 설치 설계용역비로 임시 차집관로를 설치하고 차후에 녹지를 조성하자’는 방안은 늑장행정으로 인해 묻혔고, 늑장행정은 근시안적 행정을 불러왔다. 인천시는 올해 ‘강의 날’ 대회를 유치한다. 굴포천의 이러한 실정이 비웃음을 사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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